매년 11월 첫 주 '부정맥 주간', 허혈성 심질환 대비 인식 저조

최근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회장 신동구)는 매년 11월 첫째 주를 부정맥 주간으로 공표했다. 우리나라 부정맥 질환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에서다.

일반인들에 보다 친숙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과 비교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 문제란 지적이다. 부정맥 가운데 대표적인 심방세동은 추후 뇌졸중 발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올바른 대처방안을 몰라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이를 예방하고자 학회가 발벗고 나섰다. 전국민 교육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른바 '두근두근 캠페인'을 시작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21개 병원에선 일반인 대상의 부정맥 건강강좌가 진행됐다.

지난 3일 서울 송파실벗뜨락 대강당에서 서울지역 연자로 나선 울산의대 최기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를 만나 국내 첫 시행되는 부정맥 캠페인에 대한 세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 3일 울산의대 최기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가 국내 첫 시행되는 부정맥 캠페인 공개강좌를 마친 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실제 부정맥 환자 분포는 어떻게 되나?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다. 연령에 따라 다른데 40~50대 여성에서는 실상 치료를 요하지 않는 부정맥 환자들이 많은 편이다. 단순 신경성이거나 증상을 느끼는 정도가 남성보다 예민한 성향을 보이기 때문.

그러나 70대 이상에서부터는 부정맥 빈도가 높고 심방세동 부정맥 환자가 많아진다. 결국 심장의 노화가 주 원인이다. 노령인구에선 치료를 필요로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종합병원 외래와 일반 개원가의 부정맥 환자 분포에는 차이가 생긴다. 종병급에서 마주하는 환자의 경우 이미 개인병원에서 전환돼 오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대부분. 반면 개원가에서는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가 치료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 특히 심방세동의 경우가 문제로 지적되는데.

심방세동은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흔해 유병률이 전 세계 1~2%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환자 수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심방세동 환자에선 혈전색전증에 의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약 5배 높으며, 매년 이들 가운데 5% 수준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게다가 심방세동이 원인이 돼 혈전색전 뇌졸중이 발생하면 다른 원인에 비해 신경학적 장애가 심하고 사망이나 중증 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 해당 질환을 타깃으로 한 캠페인이 이제 첫 삽을 떴다.

▲ 건강강좌에 강연을 진행 중인 모습.

올해 처음으로 부정맥 주간을 설정하고 캠페인을 진행했기 때문에 아직 대국민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정맥 질환이 허혈성 심질환보다 환자군이 적어 일반인에 인식이 낮다는 것도 여기에 한몫한다.

서울을 비롯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9개 도시에 위치한 대학병원 및 공공기관에서 무료로 진행된 이번 건강강좌에선 부정맥의 원인 및 진단, 치료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했다. 환자군 분포나 동우회 활동이 아직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어려움도 따르겠지만, 질환에 대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적의식 만큼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 11월 첫째 주를 부정맥 주간으로 정한 데 이유는?

계절적인 특징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국내 심장주간은 10월 첫째 주에 진행되는데, 이로부터 한 달정도 간격을 두고 계획했다.

-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흔히 심장질환하면 '심장·혈관질환'을 떠올리기 쉽상이다. 허혈성 심질환, 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되면서 더욱 보편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달리 부정맥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임에도 인식이 낮다. 치료가 늦어져 뇌졸중으로 이어진다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 대상 해당 질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자는 게 목적이다.

- 전국 21개병원에 진행되는 강연 프로그램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무엇보다 확실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부정맥연구회에서 공통된 포맷을 제작했다. 서맥, 빈맥, 심방세동, 조기수축, 심장돌연사 등 5개 항목을 주축으로 항목당 슬라이드 20장 분량을 준비했다.

원칙은 제정된 표준안(슬라이드 100여 장 분량)을 토대로 강연이 진행되지만 강연마다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정 강연에선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 부분을 보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심폐소생술이나 AED의 활용이 실제 부정맥 치료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나?

 

일반인 심폐소생술이 보급되면서 최근 5~6년새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배 가량 상승했다. 여기엔 119 응급출동의 신속성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심장 자동제세동기(AED)를 시행했다는 점이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하지만 부족한 점은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일반인 심폐소생술의 시행이 절반이 채 안 된다. 때문에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저변이 확대된다면 보다 많은 혜택이 해당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환자의 생존율 증가도 중요하지만 치료 이후 삶의 질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강좌엔 신규 경구용항응고제(NOAC)의 사용도 언급됐다.

지난 7월부터 고위험군에서 신규 경구용항응고제(NOAC)의 사용이 급여가 되면서 처방이 확대됐다. 환자에선 이미 NOAC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늘었다.

실제 진료실에서 와파린을 처방하는 환자는 현재 30~50% 정도 되는데, 이들에서 NOAC을 통해 음식섭취에 자유롭고 매번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편의성이 진일보했다는 평이다. 향후 NOAC의 처방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 현재 도입된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등의 약제 선택엔 환자의 복약순응도, 위장장애 위험성, 뇌출혈 감소 효과 등이 중요 고려인자가 된다.

- 부정맥 관리에 가장 중요한 사항을 꼽자면?

먼저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선 신속한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심방세동이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치료 이후에도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의 개입이 필요하다. 끝으로 일반인 대상 심폐소생술의 저변 확대가 무엇보다 기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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