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LDL·고TG·저HDL ‘공포의 삼중주’ 멈추려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최근 보고한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 순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과거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으로 관찰돼 왔는데, 이제는 대등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또 다른 특성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비해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특성 중 하나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공포의 삼중주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중성지방(TG)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데다, 그나마 서양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왔던 LDL 콜레스테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LDL, 고TG, 저HDL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 인자가 한 데 모여 동시 발현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아지는데, 이러한 병태를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 부른다.

LDL 콜레스테롤 상승세…집중치료 잘 안돼
LDL 콜레스테롤은 지질인자 가운데 심혈관질환 위험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인구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가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0년 사이 유병률 증가 폭이 35%에 달한다.

반면 임상현장의 LDL 콜레스테롤 조절은 아직도 신통치가 않다는 분석이다. 임 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 가운데 100mg/dL 미만에 도달한 경우는 60%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흡연, 낮은 HDL 콜레스테롤, 가족력 등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있으면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돼  70mg/dL 미만으로의 조절이 권고되지만, 이 목표치를 달성한 경우는 20% 수준에 그친다. 임 수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이상지질혈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집중치료가 전반적으로 실천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중성지방혈증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죽상동맥경화증 환자의 대표적인 유병특성은 전통적으로 TG가 높다는 것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 유병률은 2011년 현재 13.8%를 기록 중이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TG 200mg/dL 이상)은 16.5%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웃돌고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지난 2001년 28.2%를 기점으로 2011년까지 계속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HDL 콜레스테롤 ↓…small dense LDL ↑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 누적돼 왔다. 이러한 식이 자체가 복부비만의 체형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TG가 증가하는 전통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중성지방혈증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TG의 증가가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지질이상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TG가 높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인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과 관련해서는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이 양산된다. 같은 이상지질혈증이라 할지라도 TG가 높으면 나쁜 성질의 LDL이 많아지는 것이다.

LDL·TG·HDL ‘공포의 삼중주’
종합하면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중시키는 근본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LDL, 고TG, 저HDL로 대변되는 공포의 삼중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초기부터 적극 조절전략 써야
한편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이상지질혈증 초기단계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기 적극적 스타틴 치료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지만, 가장 최근에 실시된 메타분석에서 스타틴 치료의 혜택이 전반적으로 위험을 상회하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단독요법의 한계
스타틴이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치료제인 것은 불변의 사실이지만, 더욱 강력해진 지질이상 병태를 치료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 이환과 사망위험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

먼저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질 목표치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임상현장의 현실이다. 지질 분야의 석학인 영국 글래스고우대학의 Chris Packard 교수에 따르면, 유럽의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 가운데 87%가량이 스타틴이 주를 이루는 지질저하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의 환자들이 지질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다. 가이드라인이 목표치로 제시한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이 21%에 그친다.

또한 스타틴의 주요 기전은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것이다. 높은 TG나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때문에 스타틴 단독만을 적용해서는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스타틴의 지질치료에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병용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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