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학회·의사회 "국회 법 제정시도 포착...안경산업 발전 위해 국민건강 버릴텐가"

국회가 안경사법 제정안의 심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안과학회와 의사회는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자, 의학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안과학회와 안과의사회는 3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안경사 독립법안, 무슨 내용 담겼길래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지난해 4월 안경사를 의료기사의 범주에서 빼내어, 별도의 법률로서 규율하도록 하는 '안경사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제정안의 핵심은 시력검사를 포함한 안경사의 고유·독립 업무를 규정하자는 것. 안경사는 그간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율받는 의료기사로서, 법률상 그 업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갖고 있지 못했다.

제정안은 안경사의 정의를 안경의 조제·판매, 콘택트렌즈 판매와 더불어, 시력검사를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안경사의 업무범위를 ▲안경 및 콘택트렌즈의 도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력검사 ▲안경의 조제·판매 ▲콘택트렌즈의 판매 등으로 구체화시켰다.

또 안경사가 할 수 있는 독립적 시력검사로 △자각적 굴절검사 △자동굴절검사기를 이용하는 타각적 굴절검사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가 거의 없거나 낮은 기기를 사용하는 타각적 굴절검사를 포함시켰다.

이 중 타각적 굴절검사는 현행 규정상 의료행위로서, 안경사가 독립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사안.

현행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안경사로 하여금 안경과 콘택트렌즈의 도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력검사를 시행하도록 하되, 약제를 사용하는 시력검사와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타각적 굴절검사는 제외한다고 명확히 적고 있다.

때문에 법안 발의 이후 큰 논란이 일었고 법 제정 논의도 전면 중단됐다.

안과학회·의사회 "국회 법 제정시도 정황 포착...총력 저지" 

▲안경사 독립법 제정에 관한 의료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대한안과학회 김만수 이사장(사진 왼쪽)과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

그랬던 법안이 최근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 안과학회와 의사회의 전언이다. 입법 모니터링 과정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법안심의 재개를 앞두고, 상정예정법안 중 하나로 안경사법 제정안을 검토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는 설명.

복지위 여야 간사인 이명수, 김성주 의원이 지난해 노영민 의원과 함께 안경사법 제정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던 이력이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상정예정법안은 여야 간사간 협의로 정하는데, 공교롭게도 법안상정의 핵심 키를 쥔 두 의원이 이미 법 제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과학회 김만수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안과)는 "그간 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내주 법안심의를 앞두고 국회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법 제정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긴급히 기자회견을 열게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안과계는 안경사법의 제정이 국민 눈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우리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법률 제정시도 철회를 요구했다.

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은 "안경산업의 발전이 국민 눈 건강보호라는 목표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며 "안경사법 제정은 비의료인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으로, 국민 눈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주며 실명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안경사 독립법 제정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로 관리, 감독을 받는 다른 직종들로부터 유사한 요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결국 보건의료체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만수 이사장은 "굴절검사기는 안과의사들에게 청진기와 같은 의미"라며 "단순히 환자에 직접적인 위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진단기기의 사용을 비의료인에게 허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현행 의료체계에 대한 도전이자 의학에 대한 도전"이라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개원의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과 힘을 모아 법 제정시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과학회와 의사회 주요 임원진들이 대규모로 참석, 안경사 독립법 제정 저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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