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품목허가 사실 뒤늦게 알려져...피부과의, 한의사 레이저 사용 의도 노골화 '강력 반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CO2 프락셀 레이저(CO2 Fraxel laser)를 한방식으로 리모델링한 제품을 품목허가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제품은 '한의사를 위한 CO2 레이저'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태.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며, 식약처 허가과정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일 대한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5월 29일자로 한방제약회사인 H제약과 한방레이저의학회가 품목허가를 요청한 '하니매화레이저'에 대해 최종적으로 허가를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CO2 프락셀 레이저 조합기로, 조직의 절개와 제거·통증완화용으로 승인을 받았다. 내질은 CO2 레이저로 동일하나 고출력일 경우 수술기, 저출력일 경우 조사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의 제품허가 이후 H제약과 한방레이저의학회는 '한의사를 위한 CO2 프락셀 레이저'라며 제품을 홍보, 판매하고 있다. '하니매화레이저 실전강좌'도 마련, 제품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홍보물을 통해 "하니매화레이저는 매화침의 원리를 현대화해 한의사를 위한 CO2 프락셀 레이저로 맞춤 설계됐다"며 "통증치료는 물론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600nm의 파장을 이용한 탄산가스 레이저로 수분함유량이 많은 피부조직에 잘 흡수돼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높은 출력의 레이저빔을 짧은 시간 안에 피부에 조사해 주변 정상 피부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피부 진피심층까지 침투해 표피와 진피의 재생콜라겐을 왕성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실전강좌'를 통해서는 레이저의 기초 이론과 CO2 레이저 원리, 활용범위, 시술법 등의 주제로 직접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

의료계는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은 명백한 불법이며, 식약처 허가과정에서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CO2 레이저는 기존 레이저와 달리 피부에 자극을 주는 방식을 피부과에서도 점을 제거하는 등 조직을 절개하거나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며 "이를 통증완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통증완화를 위한 목적으로 제품을 사용한다면서 굳이 수술기와 조사기가 함께 붙어있는 '조합기' 형태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시선이다.

허 교수는 "통증완화 목적으로 기기를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조사기만 있어도 가능하나, 해당 업체들은 수술기가 함께 있는 조합기 형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며 "결국 한방에서 수술기능까지 포함된 레이저를 사용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의 품목허가 과정도 의문투성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허 교수는 "해당 사례와 관련해 지난해 7월 피부과학회에서 품목허가 진행상황을 질의했으나, 식약처는 해당 제품과 관련해 진행여부가 확인된 바 없다며 향후 허가시 학회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밝혔으나, 의료계에 단 한례의 질의나 자문요청도 없이 지난 5월 전격적으로 품목허가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약처 또한 CO2 레이저를 통증완화 목적으로 허가한 것은 국내 최초라고 설명하고 있고, 우리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자면 세계 최초의 사례"라면서 "그럼에도 식약처는 이에 대한 자문요청도, 임상연구 없이 단순히 서류심사만으로 품목허가를 내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피부과의사회 양성규 법제이사는 "잘못된 의료기기의 사용은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에 식약처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식약처가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부과의사회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진행, 제품의 허가변경이나 허가취소 등의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허 교수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식약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진상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피부과의사회 뿐 아니라 학회와 공동으로 사안을 면밀히 검토, 허가취소나 허가변경 등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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