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 안돼 자녀에게 화풀이…자녀와 잦은 이별경험, 애착 불안정

▲ 지난 16~17일까지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탈북자 2만 5000명 중 여성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탈북여성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커졌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교수는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녀 양육을 도맡아 하는 북한이탈 여성의 정신건강 현황'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진료실에서 탈북여성의 자녀 양육 관련 상담을 하다보면, 주로 감정조절이 잘 안돼 자녀에게 화풀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하면 폭언과 폭행까지 이어져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고생해서 데려왔는데 자녀가 마음의 문을 닫거나, 자신(탈북여성)을 원망하는 문제 △북한과 다른 양육 문화 △자녀의 정체성 문제 △남편 폭행을 목격한 후 자녀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문제 등을 고민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탈북여성은 자녀와 잦은 이별을 경험하거나, 애착이 불안정하다. 법률혼보다 사실혼이 많아 결혼 안정성 역시 낮다. 특히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해 대리 양육자를 구할 수 없어, 아파도 입원조차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녀는 크게 △탈북자녀, △한족 혹은 조선족 남편 사이의 자녀, △한국에 와서 낳은 자녀로 3가지 유형이 있다

이처럼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탈북여성의 가정 분위기를 살펴보면, 한부도 가정이 많았고, 부모가 폭력에 대한 역치(threshold)가 낮았다. 고통과 좌절에 반응을 일으키는 '역치(threshold)가 낮을 경우, 고통과 아픔을 참는 능력이 떨어져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고 폭력을 가할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탈북여성 대부분은 부업 및 취업교육 등의 이유로 자녀를 육아지원 기관에 평균 10시간 이상 맡기고, 기관에서 발송하는 문서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또 탈북자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기관 원장 혹은 교사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교수는 "탈북여성 자녀들이 우리 사회에 잘 융화돼 성장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야 한다"면서 "자료수집에 한계가 있어, 일반적인 탈북여성을 설명하는 데 무리가 있다. 육아지원, 자녀양육에 대한 교육,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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