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대부분 음주량 줄여 말해 진단 어려워, 1차 의료기관에서 선별검사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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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도가 활발해지면서, 소위 여성들의 '술자리'가 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폭음률도 치솟고 있다.
여성에서의 폭음은 분명 문제가 된다.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수분 비율은 낮아, 같은 체중의 남녀가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은 여성이 혈중 알코올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뿐일까? 유산, 저체중아 출산, 불임부터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 발병 및 사망 위험마저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여성 대부분은 이 같은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해, 임신 중에도 알코올 섭취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숨을 내쉰다.
이에 다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한 음주가 특히 '여성' 건강에 얼마큼 악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치료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여성음주'의 특징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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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건강까지 위협…"임신 계획 때부터 금주해야"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주당 알코올을 4잔 이상 섭취하는 여성은 골 변화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위험이 최대 50% 가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신이 가능한 '가임기 여성'이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그 위험은 배가 된다고 경고한다. 가임기 여성의 지속적인 음주가 임신, 수유와 관련한 질병까지 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
성 기능 장애부터 무월경 주기, 불임, 유산, 저체중아 출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실례로 음주량과 관계없이 음주 시 자궁내막증 위험이 50% 증가해 불임이 유발되고, 30세 이상 여성이 주당 7잔 이상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불임 확률이 2.26배 상승했다(AOGS volume 82, issue 8, p744-749, 08, 2003).
이에 미국의사회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임신 중인 여성은 알코올 혹은 알코올이 함유된 음식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영국도 일주일에 1~2번 이하로 8~16g 이내 음주만을 허용하고 있다. 즉 임신과 관련된 어느 시기라도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연구결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1899년 영국 Sullivan 박사가 감옥에 수감 중인 여성들이 낳은 아기를 관찰한 결과, 알코올을 습관적으로 섭취한 수감자는 자연 유산율이 높았고, 그들이 낳은 아기들 역시 선천적 결함이 많았다.
이처럼 알코올은 태아의 비정상 발육 현상인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D)의 원인이 된다. FASD 소아의 신체적 기형으로는 뇌 기형(소 뇌증), 심장 기형, 척추 기형, 두개 안면 기형 등이 있으며 정신적 장애에는 집중력 장애, 행동 장애, 과잉 행동성, 충동성, 지각 이상 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소아가 FASD 진단을 받고 태어나는지, 또 얼마나 마셔야 질환이 생기는지 사전에 알 방법은 없을까?
울산의대 오미경 교수(강릉아산병원 가정의학과)는 "대체로 임신 1기의 알코올 노출은 얼굴기형 등의 신체적 결함을 유발하고, 임신 후기로 갈수록 뇌 신경원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부터 질환이 시작되는지, 또 어느 정도의 양이 안정적인지는 분명치 않다"면서 "의사들은 여성들에게 임신계획부터 분만 시기까지 금주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여성에서만 볼 수 있는 음주 특징 남성보다 적은 양 섭취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 이토록 많은데, 왜 우리 여성들은 폭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까?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음과 함께 남성과는 또 다른, 여성 음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서만 볼 수 있는 음주 특징에는 △남성보다 적은 양을 섭취하고 △사회적 시선으로 음주 사실을 숨기거나 음주량을 줄여서 대답하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으로 인해 음주를 시작하는 빈도가 높고 △우울증 등 기타 정신건강 질환을 동반할 가능성 등이 높다.
아울러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혼자 몰래 음주하는 경우가 많고,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수치심, 죄책감, 자존감 저하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여성에서 음주는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대처 수단이자 도피 수단인데, 이는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충남의대 가정의학과 서유리 전임의에 따르면 남성과 달리, 은밀한 음주 행태를 띄는 여성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진단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는 음주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질문이 일부 생략되는 경우도 있어, 알코올 사용 장애 여부를 선별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서 전임의는 여성 알코올 사용 장애를 선별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만큼, 1차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 음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음주 기준은 1회 최대 3잔 이하이며, 주간 7잔 이하다. 폭음기준은 남자는 1회 표준 잔 4잔 초과, 여자는 1회 표준 잔 3잔을 초과했했을 때다. 과음은 남자는 주당 표준 잔 14잔을 초과한 경우, 여자는 표준 잔 7잔을 초과했을 때로 지정됐다.
선별 도구에는 △알코올 사용장애를 선별하기 위해 고안된 AUDIT(Alcohol Use Disorder Identification Test) △AUDIT-C(Alcohol Use Disorders Identification Test Alcohol Consumption Questions ) △CAGE △임신 여성의 위험 음주를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TACE △가임기 여성의 과음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NET 등이 있다.

특히 서 전임의가 여성 환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형 AUDIT 질문 가운데 △5번 문항 '지난 1년간 평소 같으면 할 수 있었던 일을 음주 때문에 실패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7번 문항 '지난 1년간 음주 후에 죄책감이 든 적은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가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를 선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항목들이었다<표>.
서 전임의는 "선별검사를 통한 알코올 사용 장애 진단이 끝난 후에는, 개별 상담을 통해 금주를 어렵게 하는 장애를 파악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후 배우자 또는 가족의 도움을 통해 치료가 진행된다"면서 "특히 여성 음주가 독특한 성 역할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남성과 다른 여성문제 음주자의 임상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선별 및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