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상>여성 사회활동 증가로 '술 푸는 그녀' 많아지는데 위험 인식 낮아 더 '위험'

|
최근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여도가 활발해지면서, 소위 여성들의 '술자리'가 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폭음률도 치솟고 있다.
여성에서의 폭음은 분명 문제가 된다. 신체 구조상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수분 비율은 낮아, 같은 체중의 남녀가 같은 양을 마시더라도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은 여성이 혈중 알코올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뿐일까? 유산, 저체중아 출산, 불임부터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 발병 및 사망 위험마저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여성 대부분은 이 같은 위험성을 잘 인지하지 못해, 임신 중에도 알코올 섭취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숨을 내쉰다.
이에 다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한 음주가 특히 '여성' 건강에 얼마큼 악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치료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여성음주'의 특징을 살펴봤다.
|
유방암·자궁경부암 '빨간불'
세계는 이미 우리가 즐기는 술을 대상으로 '경고태세'에 들어간 지 오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찌감치 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WHO 산하 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모두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1급 발암 물질이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알코올 속 발암물질이 암 발생률 및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졌다. 특히 여성의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는 유방암을 비롯한 자궁경부암 위험을 가파르게 상승시키는데, 이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영국의 유방암과 알코올의 상관성을 분석한 논문 100여 편을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최소 3잔만 마셔도 유방암 발병 위험이 증가했고, 간호사 1만 7647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일주일에 4~5잔을 섭취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55% 증가했다(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 17 (6): 624, 9624-9).
지속해서 섭취한 알코올은 유방암 재발률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12월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 Marilyn KwonKwan 박사팀이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 1900여 명을 대상으로 7.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주일에 3~4잔 정도 알코올을 섭취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유방암 재발률이 20~30% 증가했다.
자궁경부암 위험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해 8월 국립암센터 암 역학관리과 김미경 박사팀에 따르면 매일 알코올을 하루 1잔 이상 섭취한 여성이 전혀 마시지 않거나, 적게 마신 여성보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될 위험이 최대 8배 높았다.
연구팀이 성인여성 1만 1140명 중 고위험군 HPV 감염으로 진단된 922명을 음주량별로 나눠 1년과 2년을 각기 추적 조사한 결과, 매일 15g(소주 한 잔에 해당) 이상 마신 여성은 지속해서 HPV에 감염돼 있을 위험이 최소 3배에서 최대 8.1배까지 상승했다.
김 박사는 "알코올 자체만으로도 면역력 저하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뼈 건강 관련해선 의견 분분
이처럼, 암 발생에서 위협적인 요인임이 분명한 알코올이 골다공증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알코올과 골 소실의 상관성을 최초로 밝힌 미국 텍사스 A & M 대학 Harry A. Hogan 교수팀 연구결과를 먼저 살펴보자. 연구팀이 성인 쥐에 알코올이 첨가된 음식을 먹인 후 반응을 관찰했는데, 14주 후 쥐들에서 골량이 지속해서 소실됐다(Alcohol Clin Exp Res 2001; 25:667-671,746-754).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성인, 특히 폐경여성의 과도한 음주가 뼈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밝히는 데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대로 여러 단면 연구결과를 봤을 때 대체로 적당한 음주가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 위험도를 낮춘다는 의견이 조금은 더 우세한 분위기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미국 터프츠대학 Katherine L. Tucker 교수팀이 60세 남성 및 폐경 전후 여성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골밀도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알코올을 1회 1~2잔 마신 남성과 여성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골밀도가 상승했다. 종류별로는 맥주와 와인을 정기적으로 1~2잔 마신 경우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위스키 등은 1회 2잔만 마셔도 골밀도를 감소시켰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
이를 두고 충남의대 가정의학과 윤석준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 음주와 골밀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적당한 음주가 골밀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됐다"면서 "하지만 이들 연구에서 기준이 되는 음주량이 다양하고 골밀도 측정 부위도 연구마다 차이가 있어 명확한 관계를 입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