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 하루 5~6회 발생, 경동맥 혈관벽 두께↑...초음파 이용한 첫 연구 공개

▲ 갱년기 여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안면홍조,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낸 첫 연구가 발표됐다.

얼굴이 시도때도 없이 붉어지는 여성들은 '부끄러움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라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 심리적인 측면에서만 문제가 국한되지 않았다. 흔히 갱년기장애(menopausal disorder)의 대표적 증상으로 알려진 안면홍조(hot flashes)는 4대 증증질환 가운데 하나인 심혈관질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다.

최근 성료된 북미폐경학회(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연례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가 지난 2일 공개됐다(Abstract S-12). 결론은 명확했다. 빈번한 안면홍조를 경험한 폐경 여성에서 무증상 심혈관질환(subclinical cardiovascular disease) 발생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의 주저자인 피츠버그의대인 Rebecca Thurston 교수팀은 "안면홍조가 고빈도로 발생한 여성에서는 그렇지 않은 여성과 비교해 경동맥의 내중막두께(intima-media thickness)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안면홍조가 비교적 낮은 빈도로 나타난 여성에서는 심혈관질환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빈도가 잦은 슈퍼 플래셔(super flashers) 환자의 경우 철저한 관리가 요구됐다.

304명 여성 대상, 빈도-경동맥 내중막층 두께 초점

연구는 안면홍조의 빈도와 경동맥 내중막층(intima and media layers) 사이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췄다. 경동맥 내중막층의 두께는 무증상 동맥경화증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304명의 50대 중반 여성이 등록된 이번 코호트 연구엔 비흡연자를 비롯한 현증 심혈관질환이 없는 이들이 대상이 됐다.

참여자 대부분은 이미 폐경을 겪은 여성으로 과체중(BMI 29 kg/m²)과 정상 혈압 소견을 보였다. 안면홍조가 발생한 환자는 전자기록지를 이용한 생리학적 모니터링(physiologic monitoring)을 실시했고, 해당 혈관의 내중막 두께는 경동맥 초음파를 이용해 평가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에 등록된 여성 절반에선 하루 평균 4회 꼴로 안면홍조가 관찰됐는데, 이들에선 외래 안면홍조 모니터링(ambulatory hot flash monitoring)을 실시한 결과 1일 평균 10회의 생리적인 안면홍조가 발생했다. Thurston 박사는 "여성들은 자신의 안면홍조 증상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5~6회 안면홍조 발생, 심혈관질환 위험 급증
경동맥 초음파 상 내중막 두께 변화, 심혈관 위험 마커 역할

안면홍조가 빈번히 발생한 여성에서 내중막의 두께 변화는 차이가 났다.

'빈번'하다는 표현이 모호할 수 있다. 때문에 수치상 정의를 명확히 했는데 하루 평균 4회 미만 안면홍조가 발생한 환자군을 저빈도로 정하고, 생리학적 모니터링 결과 1일 12회까지 발생한 이들이 연구의 주 대상이 된 것.

특히 발생빈도에 있어선 연령, 부위, 인종, 교육수준, 체중, 지질 수치, 혈압, 야간근무, 고혈압 약물 복용력,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을 고려했다.

분석결과 연구팀은 잦은 안면홍조 증상은 심혈관 기저위험을 대변하는 마커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에스트라디올 수치 등을 포함해 기타 다른 위험인자에 비해서도 경동맥의 내중막 두께 변화가 생리적 안면홍조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안면홍조가 하루에 5~6회 발생한 슈퍼플래셔 환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즉 생리학적 모니터링 결과 최소 12번 안면홍조가 나타난 환자에선 심혈관 위험인자 스크리닝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된다는 주장도 같은 이유에서다.

앞선 연구 데이터만 봐도 여기에 힘이 실린다. 연구의 공동저자인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대 Taulant Muka 박사는 "이미 기존 연구결과 안면홍조를 유발하는 혈관운동증상(vasomotor symptoms)을 경험한 여성들에서는 심혈관대사 이상징후가 보고됐다"고 동조했다. 성호르몬 수치와 기타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교정한 안면홍조 환자에서 무증상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혀낸 확장연구 결과들이 그 증거가 된다는 설명.

하지만 이번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무리도 따른다. 최근 공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혈관운동증상은 심혈관질환과 관련이 있지만, 무증상 동맥경화증 발생과는 연관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Maturitas. 2015;81:353-361).

더불어 안면홍조를 치료한다고 해서 해당 환자의 심혈관 기저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명확히 밝혀낸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

안면홍조-경동맥 내중막 두께 변화 연관성 밝힌 '첫' 연구
현재 상태만 집중한 횡단연구였다는 데 한계

그럼에도 Thurston 연구팀의 주장은 일관된다. 생리학적인 안면홍조를 평가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위험도 예측에 보다 적확한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가 한 시점을 기준으로 현재의 상태만을 관찰한 횡단연구설계(cross-sectional design)였다는 데 제한이 따른다. 안면홍조가 심혈관대사질환 이상징후의 원인 혹은 결과인지를 확실하게 구별해내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가설 검증을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종단연구설계(longitudinal design)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부회장인 Mary Norine Walsh 박사(성빈센트병원 심혈관센터장)는 "안면홍조는 무증상 심혈관질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존 연구들에서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여기서 나아가 안면홍조가 경동맥의 내중막 두께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첫 연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연구가 비교적 소규모 연구였고, 내중막 두께가 위험 판별기준이라는 데에는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연구에 참여한 일부 여성에서는 분명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해석될 수 잇는 여러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폐경 전 후 여성에서 안면홍조는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데 반해, 심혈관질환 위험 평가와 관련해서는 현재 임상 진료지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안면홍조가 심한 환자의 치료는 현재 단기간의 에스트로겐 호르몬 요법이 고려된다.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 예방을 위해 치료기간은 일반적으로 5년을 넘기지 않는것으로 알려졌다.

또 에스트로겐을 사용이 제한된 환자에서는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비롯해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가바펜틴 등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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