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 제네릭 경쟁 한창...업계 이목 집중

지난 한달간 의약품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주인공은 단연 발기부전치료제인 '시알리스'다. 지난 2003년 국내 출시 이후 12년간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시알리스가 9월, 제네릭 출시로 시련을 마주했다. 울고 웃는 우리네 인생사처럼 의약품에도 희로애락이 있을 터.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을 둘러싼 업계의 희로애락을 들여다봤다.

喜 - 1000억원대 발기부전약 시장 향한 도전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는 단일 품목으로 25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다.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시장까지 포함하면 발기부전약 시장은 1000억 원대다. 비아그라가 제네릭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도 시알리스는 흔들림 없이 성장했다. 시알리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입증한 셈이다.

나아가 매일 복용법과 약효 지속력 등의 강점을 앞세워 실데나필 시장도 일부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들게 한다. 때문에 특허만료를 노리고 제네릭을 준비한 회사가 60곳이 넘는다.

국내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대형 품목의 특허만료는 제네릭을 출시하는 회사들의 매출 성장 기회가 된다”며 “시알리스 자체가 200억이 넘는 품목이고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들 제약사는 오리지날 가격 3분의 1 수준의 저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로 중국산 가짜 약이 싼 값에 불법 유통되지만 저렴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제네릭이 나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알리스 관련 품목 PM은 “발기부전약 블랙마켓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데, 값싸고 식약처 승인을 받아 안전성과 효과까지 보장된 약이 있다면 블랙마켓 수요도 흡수할 수 있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비아그라를 넘어선 한미약품 ‘팔팔’처럼, 시알리스를 넘어서는 성공신화를 쓸 주역이 내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찬 제약사들의 도전이 한창이다.

怒 - 밀어넣기…브랜드 처방요구, 뿔난 의·약사들

150개가 쏟아져 나온 시알리스 제네릭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매출성장의 기회를 노리는 제약사들과 달리 의·약사들은 이들 제품에 치이는 형국이다. 

주문한 제품에 일부 수량을 더 보내는 이른바 '더시우리',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보내는 '오시우리' 등으로 의약품 도매상과 약국은 재고부담을 떠안고 있다. 결제할인 등의 정책에도 수십여 제품을 가지고 있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 약사들의 전언이다. 약국과 소비자간, 또는 약국끼리의 가격 마찰도 불쾌감을 조성한다. 

경기도 일산 K약사는 “의원에서 처방을 약속했다며 주문을 받아간 회사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정작 처방이 나오는 제품은 정해져 있다”며 “불용재고만 야기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약사는 “결제조건에 따라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되다 보니 약국 간 가격 차이도 발생하고, 공급가를 노출한 회사들 때문에 소비자와 마찰도 있다”며 “자사 제품 판매만 중요하고 시장관리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은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가진 환자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비뇨기과 의사는 “오리지날 약을 처방해줬다 환자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면서 “싼 약이 있는데 일부러 비싼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몰아세워 난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미 인터넷 등으로 제네릭 가격 등을 알아보고 와서 브랜드명을 말하며 처방을 요구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며 “발기부전치료제도 의사의 처방에 의해 복용해야 하는 전문약인데 소비자 요구대로 약을 주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哀 - 회사 간 자존심 싸움에 등 터지는 MR·PM

시알리스 제네릭의 성공은 곧 회사의 영업력을 증명하는 공식이 됐다. 국내사는 물론 다국적사까지 너 나 할것 없이 시알리스 제네릭 경쟁에 뛰어든 만큼 승기를 잡는 회사가 곧 최고의 영업력을 가진 회사로 판명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PM몫이다. 성공하면 승진의 기회가,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가 관련 품목 PM들이다.

국내사 한 마케팅팀 관계자는 “비급여 품목에다 시장이 크다 보니 임원들이 나서서 대형 거래처를 방문하는 등 전사적으로 집중하는 품목”이라며 “그만큼 주목도 받고 있고 부담도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내사 마케팅 담당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윗선에서 국내 성인남성이 한 번씩은 다 복용해볼 수 있도록 전략을 짜라고 주문했다”며 “영업 현장과 타사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 정책을 잘못 설정한 탓에 초반에 경질된 PM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야말로 잘 되면 대박, 못 되면 쪽박을 찰 수 있는 자리가 시알리스 제네릭 PM 자리”라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매출을 이끌어 내는 것은 영업사원들. 때문에 영업사원들을 향한 압박도 만만찮다.

국내사 한 영업 담당자는 “샘플 지원, 공격적인 지원정책이 있어도 치열한데, 이마저도 없는 회사들은 들러리 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 간 자존심 싸움에 영업사원들만 힘들다”고 토로했다.

樂 - 저렴하고 다양해진 치료제…선택의 폭 넓혔다

남성들은 가격 부담을 덜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한, 편의성이 증대된 다양한 제형의 타다라필 제제 발기부전약을 구매할 기회가 커졌다.

제네릭들은 기존 알약 형태의 정제부터 녹여 먹을 수 있는 필름형, 분말형태의 산제형, 씹어먹는 츄정 등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됐다. 오리지날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소비자 거부감이 없어 정제를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휴대와 보관이 편리하고 물 없이 녹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필름형도 대세다. ODF기술을 사용해 분말형태를 선택한 제품도 있다.

이와 함께 실데나필 제제를 복용하던 남성들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약효에 따라 타다라필 제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실데나필 제제는 필요 시마다 복용하도록 하지만, 지속 시간이 긴 타다라필 제제는 저용량 매일 복용이 가능하다. 필요 시 복용법에 비해 성적 자신감을 높여주고 성관계 시도에 대한 시간 부담을 줄여준다. 따라서 당장 효과를 기대한다면 실데나필 제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타다라필 제제를 선택할 수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한 개원의는 “싸고 다양한 제형의 시알리스 제네릭은 남성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보다 나은 성생활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며 “단,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하에 복용해야 제대로 된 효과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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