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과거력 가진 자살 유가족, 의료기관 이용률 저조해

자살 유가족은 일반 가족 구성원에 비해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으로 입원할 위험이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정신과질환으로 입원할 위험 역시 높았다.
 
이번 논문은 유럽심장학회 공식학회지인 European Heart Journal(IF 15.203)에 'Suicide loss, changes in medical care utilization, and hospitalization for cardiovascular disease and diabetes mellitus(자살 유가족의 의료이용 변화와 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 입원 위험)'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창수 교수는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조재림 교수,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정상혁 교수, 하버드 의대 브리검여성 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예방의학과 Kathryn Rexrode 교수와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자살 유가족들의 병원 입원비율과 의료기관 이용횟수를 조사했다.

연구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정신질환 과거력을 가진 자살자 가정 유가족들은 가족 자살이후 의료기관을 찾는 진료횟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부분이다. 결국 이들에서 조기발견의 기회를 상실해 사망과 같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40세 이상 성인 대상, 자살 유가족 심혈관 및 당뇨병 질환 위험도 연구 '유일'

이번 연구가 눈길을 끄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연구는 주로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인구집단의 정신 건강 측면에 집중됐지만, 40세 이상 성인의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같은 신체건강 관련 연구는 전무했기 때문.

연구팀은 지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자살자가 있었던 국내 가정의 40세 이상 구성원 4253명과 자살자가 없는 일반가정 40세 이상 구성원 9467명을 대상으로 가족 자살 전 1년 동안과 자살 후 1년 동안의 의료기관 이용 행태를 살폈다.

결과는 자살 유가족이 일반 가족 구성원에 비해 새로이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 1년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정신과질환으로 병의원을 방문한 적이 없는 환자군에서 뚜렷했다.

특히 자살 유가족의 입원율은 일반 가족과 비교해 심혈관질환의 경우 남자에서 1.34배, 여자에서 1.24배, 당뇨병의 경우 남자에서 2.24배, 여자에서 1.79배로 증가했다.

또 의료기관을 이용 행태 변화에서도 차이가 났다. 과거력이 없는 대상군에서는 자살 1년 전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자살한 이후 1년간의 병의원 진료 횟수가 약간 증가했다. 그러나 일반 가족보다 병의원 진료 횟수(의료이용도)는 현저히 낮았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정신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대상군은 가족 자살 이후 오히려 병의원 진료 횟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 김창수 교수

김창수 교수는 "자살 유가족이 일반인에 비해 병의원 방문을 잘 하지 않아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 입원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문제로써 자살 자체의 예방(prevention)뿐 아니라 자살 이후의 유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후 관리(postvention)도 중요하다"며 "정신건강 측면만 아니라 심혈관 및 대사건강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족 구성원의 자살로 인한 사회심리학적 스트레스는 카테콜아민이나 코티솔과 같은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높이고, 심혈관질환 및 대사 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 및 음주와 같은 생활습관 변화 또한 심혈관질환 및 대사 질환의 발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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