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간질환 관련 사망률 잡기, 40대 이상 C형간염 생애전환기 검진 시행해야

 

▲ 최근 간관련 학계는 완치에 가까운 치료효과를 입증한 경구용 신약의 등장으로 '국내 C형간염 박멸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C형간염 관리전략으로 다양한 쟁점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외는 C형간염 유병률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지만, 국내는 평균 1% 안팎. 그럼에도 적극적인 선별검사(screening test)의 시행과 혁신적 신약들의 약가를 놓고 연일 이슈가 불거지는 이유는 무얼까.

일단 간암과 C형간염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는 간암 환자의 20%가 C형간염이 원인이 된다. 때문에 학계는 C형간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숨어 있는 환자를 조기에 선별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다.

차세대 DAA(바이러스직접작용제제)의 등장으로 해당 질환을 완치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의료진의 수가 늘었다는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탠다. 40대 이상에서 C형간염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추가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도 최근 확보됐다.

하지만 경구용 신약의 도입과 약가는 여전히 이슈다. 인터페론 기반 치료에서 차세대 경구용 DAA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약값이 계속 거론되는 것은 분명한 골칫거리.

현재의 약가를 잡자니 국내 도입이 취소될 수 있고, 치료가 지연되면 추후 간경화나 간암 등이 발생해 의료비용이 몇 곱절은 늘어난다. 첩첩산중(疊疊山中)인 셈이다. C형간염과 관련 최근 학계에서 논의되는 주요사항과 학회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1. 차세대 DAA 국내도입 물꼬, 비용 이슈 함께 늘어

2. 학계, "40대 이상 C형간염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필수"

치료제 전환 '골든타임'…정책적 접근 필요

약물 선택의 골든타임도 언급됐다. 일단 간경화나 간섬유화가 진행된 환자에서는 차세대 DAA를 이용한 즉각 치료에 돌입하고, 증상이 경한 경우는 순차적 치료전략을 펴자는 게 요지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인 한광협 교수(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는 약가 이슈와 관련해 "완치에 가까운 성적을 보인 신약이 나왔음에도 비용 문제로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은 침몰하는 배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DAA의 약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긴 하지만 3~6개월이면 모든 치료가 완료되기 때문에 비용효과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어 그는 "기존 치료전략인 인터페론 기반 치료와 관련해 한국인에서는 서양인과 비교해 체질량지수(BMI)가 낮기 때문에 부작용이 빈번히 보고됐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들의 유전적 특징을 고려해 DAA에 인터페론을 추가하는 방법도 연구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DAA의 강점에 대해선 간전문가들의 생각이 비슷했다. 차세대 DAA들은 이미 효과에 있어 충분한 근거를 쌓았고, 기존 인터페론 주사제와 비교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약가에 대한 학회의 입장은 어떨까. 간학회 보험이사인 김영석 교수(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는 "일반적으로 C형간염은 고령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의료비용이 더욱 증가한다"며 "현재 도입된 약물에 국가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단순히 제약사에만 약가인하를 강요한다거나 환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가는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더욱이 비용 효과분석을 논할 때 현재의 약가만 가지고는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 여기엔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이 사보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약가 설정에 국가정책이 개입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보건당국 주도로 합리적인 정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2013년 이후 2년 만에 개정되는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정숙향 교수는 "C형간염 관리에서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은 버릴 수 없는 옵션으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세부적인 내용은 오는 10월 30일 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 공청회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소포스부비르나 허가가 기대되는 하보니, 애브비의 옴비타스비르 + 파리타프레비르 + 리토나비르 3제요법까지의 최신 데이터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항HCV 검사 양성 환자, 절반 이상 실제 감염

 

확실한 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해당 질환의 방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선별검사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때문에 C형간염을 40세 이상 일반인 대상의 생애전환기 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숙향 교수는 "현재 일반인 대상의 선별검사가 시행되려면 유병률이 5%가 넘고, 사망률이 10만명당 10명보다 많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며 "C형간염은 유병률과 사망률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듯 보이지만, 생산활동이 왕성한 40~50대 남성에서 간질환 관련 사망률이 급증한다는 통계치를 따져보면 항HCV 검사의 비용 효과성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데이터인 2013년 29개 의료기관 조사결과 20세 이상에서 HCV의 유병률은 0.78%로 보고됐다. 결과는 현재 시스템에서 C형간염 환자를 골라내는 데 허점이 많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항HCV 검사에 양성 소견을 보인 1718명에서 실제 HCV RNA 검사를 권유한 경우는 478명(27.8%)에 그쳤고, 여기서 바이러스가 증식한 환자인 HCV RNA 양성 환자는 268명으로 절반이 넘는 수준이었다. 또 이 중 항바이러스 치료의 대상이 된 환자는 148명이었던 것.

결론적으로 항HCV 검사에 양성 소견을 보인 환자의 절반 이상이 실제 감염 환자였지만, C형간염 선별검사를 실시한 경우는 채 30%에도 못미쳤다는 분석이다.

C형간염 과소평가, 센티넬 감시체계 보고 건수 줄어

법정감염병 분류에서도 C형간염의 위험성이 과소평가된 흔적이 보인다. 병의 심각성에 따라 A형간염은 1군에, 국가 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이 되는 B형간염은 제2군에 포함돼 있다. 여기서 C형간염은 법정감염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감시활동이 요구되는 지정감염병으로 분류된 상황.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바이러스성 간염을 A형부터 E형까지 한 카테고리에 묶어 같은 수준의 관리를 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전체 병원에서 C형간염 진단 환자를 CDC로 보고하던 기존 센티넬(sentinel) 감시체계를 수정해 큰 병원에서만 보고토록 했다. 이 결과 2011년 이후로는 해당 질환을 보고한 병원의 수가 10배 가까이 감소했고, 보고된 환자수도 줄었다.

 

특히 2009년 HCV 감염자 통계치를 비교해 보면 건강검진을 받은 32만 7000명의 환자 가운데 보험 적용 환자는 6만 6566명(20.4%)이었지만, 정작 질병관리본부 센티넬 감시체계에 따른 보고건수는 단 6406명(2.0%)에 그쳤다.

40대 이상 항HCV 검사 비용효과 근거 마련

올해 대한간학회 The Liver Week 2015에선 40대 이상에서 C형간염 선별검사의 비용효과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Abstract Kim DY, et al.). 해당 연령대에서 생애전환기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비용효과가 높다는 리얼월드 데이터가 확보된 것.

연구 초록에선 선별검사의 경제성 평가를 연령대별로 비교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C형간염 선별검사를 40~49세에 시행하는 것이 50대 및 60대, 70세 연령에서보다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이 낮았다. 결국 의료행위에 따른 비용 증액비가 낮다는 뜻이다.

때문에 현재 학회에서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C형간염 선별검사(항HCV)를 논점이 되는 40대 이상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실제 국가암검진에서 간암 정기검진이 40세 이상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 항원검사 혹은 항HCV 검사 등을 포함시키는 것과도 같은 흐름이다.

간학회 정책이사인 김동준 교수(한림의대 소화기내과)는 "40대 이상에서의 C형간염 선별검사를 생애전환기 검진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대만이나 일본은 이미 C형간염을 생애전환기검진에 포함시켜 적극적인 환자 관리에 나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