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건당국 주도 SPRINT 사전결과 발표...120mmHg 미만 조절시 표준 대비 심혈관사건↓사망률↓

▲ 현재 대한고혈압학회가 정의하는 정상혈압은 120/80mmHg 미만, 고혈압은 140/90mmHg 이상이다.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혈압을 기존보다 덜 조절하자는 최근의 목표치 완화기조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혈압조절 수치에 따른 임상결과(outcome)를 본 미국 정부기관 주도의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에서 기존 목표치보다 혈압을 더 낮췄더니 심혈관사건 발생률과 사망률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사전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CC) 등 학계 일부에서 이 결과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업·다운을 반복하던 최적 혈압 목표치를 놓고 새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질과 달리 상대적으로 힘을 얻지 못했던 'lower i s better' 접근법의 실효성이 혈압에서도 제기된 것인데, 최종 결론에 따라 향후 혈압 목표치를 현재의 표준보다 낮추게 될지 아니면 적어도 더 완화되는 것을 멈출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SPRINT···연구만큼 발표도 고속

지난 11일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원(NHLBI) 측은 기자회견을 자처, "현재 권고되는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 목표치보다 120mmHg 미만까지 집중적으로 낮춘 결과, 심혈관사건과 전체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로 명명된 이 연구는 사전분석에서 집중조절 그룹의 임상결과가 크게 개선되면서 1년 이상 앞서 조기종료됐다.

외신은 "NHLBI가 SPRINT의 승리를 선언했다"며 전세계로 소식을 실어 날랐다. 학계는 연구만큼이나 발표도 고속으로 이뤄졌다는 반응이다. 전반적으로는 새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아직 최종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NHLBI가 이번에 서둘러 발표한 내용은 사전분석 결과로 전문가 검토인 피어리뷰(peer-review)를 거쳐 저널에 최종결과가 발표된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가이드라인이나 임상현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의 파워를 갖춘 단계도 아니다.

표준조절군 대비 집중조절군의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가 30%, 전체 사망률 25%가량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것 외에는 NHLBI의 발표내용도 극히 제한적이다. 유의성에 관한 P값이나 신뢰구간도 모르고,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성 데이터도 아직은 열람할 길이 없다. 혈압 집중조절의 최종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 '적극' 대 '완화' 기조

NHLBI는 왜 최종결과 분석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설익은 과일을 덜컥 따서 가판대 위에 올렸을까? 학계에서 최적 혈압 목표치는 오랜 논쟁을 거듭하며 업·다운을 반복해 왔다. 최근에는 혈압 목표치를 좀 높여 잡자는 완화기조가 우세하다.

기존에 고혈압 환자 전반에 140/90mmHg 미만, 당뇨병 또는 신장질환 동반 환자에 130/80mmHg 미만이 표준이었다면 2010년대 들어서는 동반질환 환자를 포함한 전반에 140/90(또는 80~90)mmHg 미만을 적용하고 더 나아가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150/90mmHg 미만을 적용하는데 컨센서스를 형성하며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더 높여 잡는 추세다.

근거는 보다 적극적으로 낮게 잡은 혈압 목표치의 임상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며 공격적 혈압조절에 따른 부작용 위험부담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 기조에 반대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와 대한고혈압학회, 2014년 미국의 JNC 8차 보고서는 노인 고혈압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50mmHg 미만 또는 140~150mmHg로 완화해 권고했다. 반면 ACC와 AHA는 80세 이상 노인 고혈압에만 150/90mmhg 미만을 적용하고 나머지 전반에는 140/90mmHg를 고수했다.

양 학회는 "침묵의 살인자인 고혈압과의 싸움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혈압조절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SPRINT의 사전결과에 적극 환영입장을 표했다.

NHLBI는 SPRINT 결과를 내세워 한시라도 빨리 최적 혈압 목표치에 대한 논의를 매듭짓고자 했던 것일까? 현재 NHLBI와 함께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두 학회는 SPRINT 사전결과가 발표된 직후 "최종결과를 충분히 고려해 권고안에 반영할 것"이라며 목표치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 수축기혈압 120mmHg 대 140mmHg

SPRINT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중립성을 보장하는 미국 보건당국의 연구팀이 미국과 프로에토리코의 100개 의료기관에서 9300명의 대규모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50세 이상 연령대(75세 이상 25%)에 위험인자를 적어도 1개 이상 보유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었다.

이들을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조절 그룹(이뇨제, CCB, ACEI 등 평균 3개 항고혈압제 사용) 또는 140mmHg 미만 조절 그룹(평균 2개 항고혈압제 사용)으로 무작위 배정해 심혈관사건 발생률(1차 종료점)과 전체 사망률(2차 종료점)을 평가했다.

결과는 집중조절 그룹의 심근경색증·심부전·뇌졸중 복합빈도는 표준조절 대비 30%, 전체 사망률은 25% 감소했다. NHLBI는 SPRINT 연구의 최종결과가 올해 말 저널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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