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다중 위험인자 동시공략…심혈관사건 ↓ 생존율↑"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개별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치료개념이 최근 연구를 통해 다시 지지받고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 새로운 근거와 연이어 조우하며 정설로 자리잡는 형국이다.

미국 알라바마대학의 Vera Bittner 교수팀은 미국심장학회 저널 JACC 2015;66:765-773에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와 생존율 개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집중(최적) 약물치료로 다중 심혈관 위험인자를 동시에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

BARI 2D 연구의 사후분석 결과로, 고혈압·지질이상·고혈당과 같은 위험인자를 6개까지 동시조절할 경우 2개 이하와 비교해 사망위험을 2배 낮출 수 있었다.

global risk management

현대의학은 일련의 역학연구를 통해 심혈관 위험인자가 2개 또는 그 이상인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목도해 왔다. 동반되는 다중 위험인자들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킨다는 점 또한 주요 관찰성과 중 하나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등장한 치료개념이 바로 'global risk management'라 불리는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개별 위험인자 차원이 아닌 환자의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 관점에서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전략을 짜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위험인자의 집합체가 향후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해 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일괄치료를 적용하는 것이다.

종합적인 위험인자 관리전략 혜택은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ASCOT 연구에서는 심혈관 위험인자가 최소 3개인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과 함께 스타틴을 통한 지질조절 전략을 동시에 적용한 결과,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사건 위험을 보다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

ONTARGET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과 함께 혈압을 적극적으로 동시조절한 결과, 역시 심혈관사건 위험을 더 줄일 수 있었다. ADVANCE 연구 역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혈압조절을 동시에 적용한 결과, 보다 우수한 심혈관질환 개선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BARI 2D

BARI 2D 연구도 이 중 하나인데, 심혈관사건 예방에 있어 약물치료의 중요성과 함께 다중 위험인자 조절의 역할을 시사했다. 연구는 당뇨병을 동반한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최적 약물요법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약물요법 + 혈관재형성술 병행과 비교·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5년 시점에서 혈관재형성술 병행군과 약물 단독군의 생존율은 88.3 대 87.8%(P=0.97)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심혈관사건 예방 역시 77.2 대 75.9%(P=0.70)로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 연구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환자들의 최적 약물요법에 혈당강하뿐 아니라 혈압·지질 등에 대한 조절이 함께 이뤄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당뇨병 환자라 할지라도 고혈당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심혈관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들이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사후분석

Bittner 교수팀은 BARI 2D 연구에 대한 사후분석을 통해 집중 약물요법에 의한 다중 위험인자의 치료 목표치 달성이 가능한지, 또 이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했다.

연구팀은 BARI 2D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총 2265명을 대상으로 6개의 심혈관 위험인자 치료를 통해 심혈관사건 및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6개 위험인자의 치료는 금연, 비HDL 콜레스테롤 130mg/dL 미만, 중성지방 150mg/dL 미만,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 당화혈색소(A1C) 7% 미만으로 규정했다.

관찰결과, 조절되는 위험인자의 평균 개수가 기저시점에서 3.5개였던 것이 5년 후에는 4.2개로 증가했다(P<0.0001). 약물치료의 심혈관질환 지표개선 혜택을 의미한다.

이어 실시된 다변수 보정 분석에서는 조절되는 위험인자의 수가 사망률(P=0.0010) 및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 복합빈도(P=0.0035)와 강력한 역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절 위험인자의 수가 늘수록 심혈관사건과 사망위험이 감소된 것으로, 지표개선에 이어 궁극적인 임상결과의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조절되는 위험인자의 수가 2개 이하(0~2개)인 경우 6개 모두 조절되는 환자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2배(hazard ratio 2.0, P=0.0031),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는 1.7배(hazard ratio 1.7, P=0.043) 높았다.

한편 6개 위험인자의 동시조절에 따른 혜택은 컸지만, 실제로 이러한 종합관리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인자가 모두 조절되는 환자의 비율이 기저시점에서 7%였던 것이 5년시점에서 15%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