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전문가들…혈액 등을 이용한 진단법 개발에 박차

치매 환자 수가 43만 974명(2014년 말 기준)으로 집계된 대한민국은 지금 '치매와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치매를 치료하는 데 앞서 이제는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치매 조기진단 바이오마커를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의 뇌영상(MRI) 촬영을 비롯한 치매 진단법으로는 뇌 위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마커, 즉 척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
 
이처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기타 체액을 이용한 진단법 개발을 통해 임상적인 활용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혈액 등의 체액을 이용한 진단에 꽤 많은 이득이 존재한다고 보고있다.

 

무엇보다 쉽고 간편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질병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병의 악화를 최대한 지연시켜 환자 삶의 질을 높여주며, 혈액 채취를 통해 환자군 분류가 가능해져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킹스컬리지대학 Abdul Hye 박사팀은 '혈액 진단법'으로 1년 안에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확도는 90%.

연구팀은 총 1148명(치매 476명, MCI 환자 220명) 환자에서 채취한 혈액샘플 가운데 인지저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단백질 26개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단백질 26개 중 15개가 치매와 MCI 환자의 뇌 수축에 영향을 끼쳤음을 발견했다.

이후 2차 시험을 통해 치매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 성분 10개를 추려냈다. 여기에는 타우 및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도 포함됐는데, 두 성분 모두 치매 환자의 손상된 뇌 조직에서 발견됐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Alzheimer's and Dementia 2014.05.1749).

베타아밀로이드, LRP1 통해 혈액 이동

실제로 치매는 타우를 비롯한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지나치게 증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기억이 지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치매를 진단할 때 베타아밀로이드는 질병 진단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사용된다.

 

국내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베타아밀로이드가 LRP1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뇌에서 혈액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했다. LRP1(Low density lipoprotein receptor-related protein1)은 베타아밀로드를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김영수 박사팀이 치매를 동반한 생쥐의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을수록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도 비례해 상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가 치매 조기진단의 바이오마커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베타아밀로이드는 혈중에서 극소량만 존재해 현재 병원에서 쓰고 있는 장비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다. 이에 KIST 개방형 연구사업단은 매우 적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이다. 또한, 국내외 병원, 대학, 기업과 융합 연구를 계속 진행해 최종적으로 혈액을 활용한 치매 진단을 위한 '나노바이오 센서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영수 박사는 "혈액을 이용한 치매 진단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21세기 사회문제 극복을 위한 치매 환자 수 감소와 직간접 의료비 절감을 통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치매 조기검진에 꼭 필요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제도 역시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경규 대한치매학회장(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는 하나의 질병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치료, 예방, 교육, 조기검진, 약물·비약물치료가 종합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만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또 빠른 시일내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조기검진사업 역시 예산과 인력이 가장 많이 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현 상황에 맞는 제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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