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학정보원 사태 책임놓고 감정싸움..."누구를, 무엇을 위한 대립이냐"

환자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놓고 의약단체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의사협회가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데 대해 약사회가 발끈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후안무치'·'파렴치' 같은 원색적인 단어까지 등장하며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약학정보원 환자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환자정보는 개인으로서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한번 노출될 경우 개인의 인격·정신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 "특급 보완 유지가 돼야 할 환자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한 약학정보원에 대한 조치가 흐지부지 된다면 제2의 의료정보 유출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약학정보원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하며, 약정원 임직원과 약사회 관계자 등 연루된 이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약사회는 불쾌감을 표했다. 재판이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단체인 의협이 성역없는 수사를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8일 성명서를 내어 "의협이 도를 넘은 비난과 자신의 흠결조차 망각한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약정원과 관련해 의협이 'PM2000을 허가취소로 무마할 것이 아니라 약사회 관계자들도 함께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망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왜곡된 비난공세를 계속할 경우 의협의 부당행위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에 직면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색적인 비난도 등장했다.

약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성역 없는 수사 운운하는 것은 불법리베이트의 만연 등 수없이 법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의사들의 행태에 비춰 실로 망언이 아닐 수 없다"며 "7만 약사의 얼굴에 침을 뱉고 전체 약사 직능의 명예를 훼손하는 오만불손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벌어진 의협 개인정보 해킹사건을 들며, 의협은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미 분위기는 '비방전' 양상으로 돌아섰지만, 10일에는 의협이 다시 바통을 이어받았다.

의협은 10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계 입장에서 환자정보와 함께 진료정보가 무단으로 상업적 판매된 것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과연 후안무치한 행동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의협 해킹사태와 관련해서도 "해당 사건은 이미 사법부의 조사가 끝나고 사후조처가 완료된 해킹 피해사건이고 약정원의 파렴치한 진료정보의 상업적 이용 및 판매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밝혔고, "약정원과 약사회가 다른 몸체라면 사법적 책임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다시한번 약사회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의약단체간 상호 비방전을 지켜보는 의료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을 벗어난 감정적 공방은 의사단체 입장에서도 이득될 것이 없다"면서 "타 직역과 쓸데없이 각을 세울 시간에 진짜 의료계를 위한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약사회를 향해서도 "재판결과를 지켜보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것이 전문가 단체의 자세"라며 자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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