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 교수의 IMPROVE-IT 연구 읽기

 

IMPROVE-IT 연구의 최종결과를 두 손에 받아 든 임상의들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지질과의 전쟁에서 ‘the lower, the better’ 전략과 함께 비스타틴계 전술의 승산이 확고히 검증됨에 따라, 기존 스타틴 중심의 전세를 재편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실제로 진료현장 의사들이 이 결과를 어떻게, 얼마나 임상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지질치료 패러다임의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NEJM에 최종결과가 발표된 IMPROVE-IT 연구의 목적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스타틴에 더해지는 비스타틴계 에제티미브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다. 둘째 기존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보다 낮게 조절했을 경우의 임상혜택, 즉 ‘lower is better’ 접근법의 타당성을 보고자 했다. 비스타틴계 치료의 안전성도 과제였다.

답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이제 임상의들은 심혈관질환 고위험의 지질이상 환자에게 기존보다 낮은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겨냥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위한 전술적 선택 역시 비스타틴계로 넓힐 수 있는 근거를 손에 쥐었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실천, 즉 임상적용을 위해서는 근거에 대한 보다 정교한 해석과 가이드가 요구된다. 순환기 분야의 세계적 임상의학자인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로부터 IMPROVE-IT 연구의 임상적 의미와 응용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바이토린)가 심혈관사건 위험을 더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에제티미브 병용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에서 55mg/dL까지 15mg/dL 더 감소시킨 것이 크게 기여했다. LDL 콜레스테롤은 아포비48과 아포비100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아포비100만 경화반으로 침착된다고 여겨졌지만, 아포비48에서도 동일한 역할이 밝혀졌다. 스타틴의 아포비100 합성 억제에 더해 에제티미브의 아포비48 흡수 억제가 힘을 발휘한 것이라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LDL 콜레스테롤의 양적인 조절에 더해 질적인 개선도 가능하다는 것인가?
아포비100은 간에서 합성되고 아포비48은 장에 흡수되면서 생긴다. 그동안은 간에서 비롯된 LDL 입자만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장에서 흡수 및 처리되면서 생기는 LDL 콜레스테롤도 중요하다는 것이 시사됐다. LDL의 근원이 많이 있는데, 모든 경로를 막는 게 더 완벽한 것 아닌가?

- IMPROVE-IT 연구의 주요 메시지는?
주요결과가 ‘이상지질혈증 치료는 스타틴만으로 충분하고 비스타틴 제제는 근거가 없다’는 스타틴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스타틴 이론 대 콜레스테롤 이론의 논쟁이 있다. IMPROVE-IT 연구는 콜레스테롤 이론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기존에는 에제티미브 단독요법만으로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가 없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에제티미브 복합제로 스타틴 단독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을 더 떨어트렸더니 심혈관사건이 줄었다. ‘어떤 약을 쓰든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그에 따른 혜택이 수반된다’는 콜레스테롤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단 아직 미지의 논점은 같은 수준으로 콜레스테롤을 강하시켰을 때의 결과다. 예를 들면 55mg/dl로 LDL 콜레스테롤을 하강시켰을 경우, 스타틴 고용량 또는 에제티미브 병합요법의 심혈관사건 비교는 분석된 바가 없다.

-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IMPROVE-IT 연구는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7년간 진행됐다. 이 정도 규모의 장기간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주요결과가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 하나의 연구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연구를 다시 진행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반영돼야 할 것이다.

- 에제티미브 복합제의 1차선택 가능성은?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의 지질 가이드라인은 4단계 환자군별로 스타틴 치료를 제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LDL 콜레스테롤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고강도 스타틴 요법을 권고했다. 바이토린은 LDL 콜레스테롤 감소치가 50% 이상이기 때문에, 고위험군 항목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콜레스테롤 이론을 따른다면, 바이토린이 고용량(고강도) 스타틴과 같은 정도로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약제이므로, 같은 맥락으로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 콜레스테롤 이론은 확고한 근거를 얻었고 그만큼 스타틴 이론은 입지가 좁아졌는데, 향후 임상현장의 지질치료 어떻게 전망하나?
IMPROVE-IT 결과는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현재까지 LDL 콜레스테롤 70mg/dL이 가장 낮은 수치였다면, 55mg/dL 조절의 임상혜택까지 증명했다. 현단계에서는 환자가 60~70mg/dL에 도달하면 강하치료를 중단하는데, 50mg/dL대까지 내려도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전술적 선택에 따른 위험 대비 혜택의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타틴만으로 55mg/dL까지 내리려면 비교적 고용량이 필요한데, 용량 의존적으로 간효소 증가 등 부작용이 늘어난다. 또한 스타틴이 포도당 사용에 영향을 미쳐 당뇨병 전단계 환자가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이토린이나 새로이 출시되는 아토젯(에제티미브 + 아토르바스타틴) 같은 LDL 콜레스테롤 합성·흡수 2중억제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틴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커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이다.

- 어떤 환자에서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나?
당뇨병 환자에서는 콜레스테롤 흡수가 항진돼 있다. 비당뇨병 환자보다 콜레스테롤이 잘 흡수되는 구조인 만큼, 에제티미브가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틴 사용 시에는 당뇨병 발생이 증가하는데, 에제티미브는 그렇지 않으므로 고혈당을 보이는 특정 그룹에서는 효과적이다. 식후 고혈당증(postprandial hyperglycemia)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중요한 이슈인데, 식후 지질혈증(postprandial lipidemia)도 꽤 나쁘다는 보고가 있다. 에제티미브는 식후 고지혈증을 억제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유용하다. 실제로도 임상현장에서 당뇨병 환자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바이토린을 자주 사용해 왔다.

- 아토르바스타틴에 에제티미브 더한 복합제가 나왔는데?
아토르바스타틴은 몇몇 연구결과 덕분으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직전에 고용량으로 투여하는 의사들이 많다. 아토르바스타틴 80mg을 한두 번 사용한 후 PCI를 하고, 40mg으로 용량을 낮춰서 사용한다. 관상동맥중재술 이후의 만성기에는 스타틴 고용량 지속에 동반되는 혈당증가의 우려를 고려할 때 기존에 40mg 대신 아토르바스타틴 20mg + 에제티미브 10mg 복합제를 쓰는 패턴으로 변경하는 전략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스타틴 + 비스타틴계 복합제의 성장이 향후 임상현장에 미칠 영향은?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2차약제로 이미지가 굳어져 사용돼 왔다. 고지혈증 치료는 스타틴 일변도였고, 고용량을 많이 쓰는 경향이 최근 5년 동안 발전돼 왔다. 앞으로도 이 입장이 대세를 유지하겠으나, 명함도 내밀지도 못했던 비스타틴계 병합요법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고용량 스타틴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에제티미브가 추가혜택을 증명했기 때문에, 스타틴 용량을 낮추면서 비스타틴계 복합제를 사용하는 패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에제티미브가 빛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들 특정 환자군에서는 복합제가 각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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