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상] "2년 있다 떠날 사람" 병원은 무관심

전임의 눈물 누가 닦아 주나

1.당직실 하나에 행복한 전임의

-휴가 당직비 보장없어... 담당교수 따라 좌지우지

2. 제 길 못 찾는 전임의 "문제 많네"

-수련 후 봉직의나 개원가로

3. 전공의 문제 단초 풀어야 전임의 웃는다

-의학회 "처우개선 필요성 느끼지만 논의 여력 부족"

전임의란 전공의 4년을 마치고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다음 대형병원에서 1~2년 과정으로,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해 추가적인 공부를 하는 의사를 가리킨다. 펠로우라 지칭되기도 하고 임상강사라 불리기도 한다.

2014년 대한의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임의로 근무하는 의사는 전국에 3000명을 상회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전임의들을 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같은 진료과 교수도 간호사 등도 "2년 있다 떠날 사람"으로 인식해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전임의들도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그런 시각에 익숙하다고.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전임의는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전임의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병원에서의 전임의는 '있으면 좋고, 없으도 그만'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당직실 하나에 행복한 전임의
"휴가·당직비 보장없어…담당 교수 따라 좌지우지"

진료과에 따라 다르지만 전임의는 크게 개원에 필요한 술기를 배우려는 사람과 교수가 되려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2014년 대한의학회는 102곳의 전임의 수련병원(46곳 회신)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전임의 수련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임의를 선택한 이유는 △세부전문분야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34.3%)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31.4%) △취직이나 개원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14.8%) △전공의 과정에서 지식, 술기 습득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11.2%)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싶어서(7.4%) △기타(0.9%)로 나타났다.

개원이나 취직 등이 목적인 전임의들은 2년 동안의 과정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 두해 본인이 원하는 술기를 배워 현장으로 가려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으로 읽을 수 있다.

경기도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임의는 "과거에는 전공의 때 내시경이나 복강경 등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들이 전공의들이 하는 것을 거부한다. 전공의들에게 기회가 없어졌다"며 "전임의 2년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야 취직을 하든 개원을 하든 할 수 있다"고 현실을 설명한다. 전임의들은 경험을 받고, 병원은 고급 인력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라 생각할 수 있는 셈법이란다.

의대 교수 되기 하늘의 별따기

의대나 병원의 교수를 꿈꾸는 전임의들의 상황은 더욱 치열하다. 교수 자리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하염없는 기다림을 이겨내야 한다. 교수가 되려는 전임의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으면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처럼 내려온다고.

한 전임의는 "의대 교수가 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의대 교수의 꿈을 접고 진료 교수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진료교수는 계속하다 보면 의대 교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이 받쳐줘야 한다. 돈이 급하면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개원하거나 봉직의로 가야 한다"고 토로한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전임의들은 논문과 싸워야 한다. 업무가 논문 쓰는 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집에도 가지 않고 밤늦게까지 논문에 매달린다.

병원이나 의대에서 교수를 뽑을 때 의사의 술기 등은 전혀 보지 않고 출신학교, 성적, 대학원, SCI논문 게재 등을 주요 지표로 보기 때문에 최대한 뛰어난 논문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논문을 쓸 때 교신저자는 담당교수가 맡고, 제1 저자를 전임의가 맡는다. 교수도 전임의도 논문이 필요한 상황이라 전임의들은 눈문을 많이 써야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불만은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 전임의는 "책임교수가 없으면 혼자 논문을 쓸 수 없다. 물론 연구비를 탈 수도 없다. 그래서 전임의들은 교수들의 논문을 열심히 쓰면서 자신이 갈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한다"고 말한다. 또 "대부분의 전임의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논문을 쓰기 때문에 교수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직실도 없이 전공의들과 함께 생활

일명 빅5병원이라 불리는 곳의 한 전임의를 만났다. 교수를 꿈꾸는 성형외과 2년차 전임의였다.

"빅5병원에 속하는 병원이라 다른 병원 전임의보다 더 나은 조건이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 병원은 전임의실도 따로 있고, 당직실도 있다. 대부분의 병원 전임의들이 당직실에서 전공의들과 뒤엉켜 자면서 후배들의 눈치를 본다"며 피식 웃는다.

그 짧은 답변에 우리나라 전임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다. 병원에서 전임의들은 투명 인간에 가깝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병원 교육수련부에서 교육을 시키고 평가를 하지만 전임의들은 병원에서 관심 밖 인물들이다. 같은 경험을 했던 교수들이 이들의 사정을 알고 있으니 이들을 챙길까? 전임의들은 전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병원에서 외딴 섬이라고 한다.

성형외과 전임의는 "신분이 애매한 것이 가장 힘들다. 전공의들은 휴가 등을 교육수련부에서 보상하지만 전임의들은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당직비를 받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며 "병원은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이라지만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담당 진료과 교수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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