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중] 수련 후 봉직 어려워 개원가로 가는 전임의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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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 눈물 누가 닦아주나 1. 당직실 하나에 행복한 전임의 -휴가 당직비 보장없어... 담당교수 따라 좌지우지 -수련 후 봉직의나 개원가로 3. 전공의 문제 단초 풀어야 전임의 웃는다 -의학회 "처우개선 필요성 느끼지만 논의 여력 부족" |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사람들은 대부분 전임의 과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전임의가 받는 부당한 대우나 환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전임의 과정을 지낸 후 마치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처럼 잊어버린다. 병원, 학회 등도 무관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대학병원 한 성형외과 교수는 "전임의제도는 참으로 묘한 제도다. 전임의를 할 때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상황을 벗어나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후배의사에 대한 생각도 부당함도 그냥 잊게 된다"며 "전임의와 병원 간 서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당사자인 전임의들도 문제라고 크게 인식하지 않는다. 한 전임의는 "병원쪽 입장이 이해가 간다. 어차피 전임의들은 배우고 나가면 그만이니까 필수인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대우도 그에 맞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의들과 병원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제도는 의료자원 낭비, 전문의 과잉공급,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수련병원 취업 기회 적어 의료자원 낭비
전임의제도의 문제점으로 의료자원의 낭비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임의 과정을 마치 수련병원이나 교육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진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02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창엽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전임의들이 병원과 의원에 취업하거나 개원하는 경우가 전체의 17.9%를 차지했다. 특히 전체의 13.5%가 의원급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매우 큰 사회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13년 12월 대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전문의가 8만 626명이라 발표했다. 전문의 비율이 95.5%이고, 전문의를 취득한 의사 46.3%가 병의원 개원을 하고 있으며 42.6%는 의료기관에 취업한 상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전임의 과정을 밟는 사람들은 내과 등에 비해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전임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개원가가 더 앞선 시술을 하는 진료과는 상황이 더욱 어렵다"며 "교수자리를 기다리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개원하려 할 때 대학병원에서 배운 엄청난 시술들은 거의 필요가 없다. 개원가에 필요한 시술을 모두 다시 배워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한의학회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의사가 전문의가 되는 것도 모자라 전임의까지 수련을 받는 상황이 됐다"며 "의사들의 교육 수련기간이 장기간인데 전임의까지 한다면 수련기간에 대한 효율성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의 과잉 공급
정부는 일차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일반의보다 전문의 그것도 세부전문의까지 있는 의사를 대량 양성하는 상황이다. 목표와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큰 셈이다.

미국은 인턴 과정이 존재하지 않고, 레지던트 수련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만이 의대 졸업 후 곧바로 전공의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성형외과는 다른 과 수련을 3년 해야 지원할 수 있다.
대학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미국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예방의학과 등은 인턴 과정 없이 3년만 수련 받으면 전문의 취득이 가능하다"며 "기본적인 수련을 받은 후 일반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후 추가적인 수련을 받으려면 전임의를 하도록 했는데 우리나라는 인턴을 포함해 5년을 수련하고 또 전임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수련기간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차의료 질 저하 우려
전임의제도로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의료 서비스 질 저하다. 전임의들은 일차의료에 대해 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세부 과목에 집중한다. 그렇게 교육받은 전임의들이 개원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을 리 없다.
비용에 대한 문제도 대두된다. 분과전문의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반의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높을 수 있다. 경험이나 교육의 폭이 좁으므로 더 많은 자문을 구하게 되고 그 결과 비용이 커진다는 얘기다.
전임의 처우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대한의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급으로 일하고 있는 전임의는 10.3%, 여러 전임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전임의가 88.5%였다. 몇 개의 책상을 여러 전임의가 공동으로 사용(5.5%)하거나 전공의와 같은 공간(의국)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0.5%), 전임의를 위한 공간이 전혀 없는 경우(2.1%)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인 권준수 교수는 "전임의 문제는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며 "병원들도 전임의들의 근로조건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