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 마무리 단계, 효율적 소통방안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 아쉬워

 

박미라(사회): 먼저 의료기관 중 가장 먼저 지방으로 이전한 복지부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손종관: 복지부 직원들의 업무가 가장 많은 곳이 국회, 청와대를 비롯해 서울 내외 위치한 관계기관이다 보니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길과장' '길국장'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세종시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출장에 따른 비용만 약 7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결제가 늦어지는 등 효율적이지 못한 측면이 커졌고, 복지부가 과천과 계동에 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민원인의 방문 역시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많다.

안경진: 이번 지방이전을 통해 행정이 중앙집권에서 나눠지고, 업무환경이 쾌적해진 부분은 장점이지만, 교육 및 교통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도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육아휴직(1년 휴직)을 비롯해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이 다시금 증가했다고 한다. 세종시 이전 초창기만 해도 공무원의 대다수가 국가가 제공하는 숙소나 원룸에서 생활했지만, 문화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불편하더라도, 다시금 출퇴근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국가가 버스를 대절해 출퇴근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월요일 출근 금요일 퇴근 차량만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박미라: 심평원도 내년 말 원주 이전을 앞두고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고신정: 청사 건설부터 인건비까지 비용적으로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도 상근심사위원과 교수, 학회 임원 등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만약 심평원이 원주로 이전할 경우 회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는 눈치다. 또 심평원 역시 복지부와 마찬가지로 잦은 출장이 점쳐지고 있어, 근심어린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원종혁: 출장이 많아짐으로써 공직 기강 해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실례로 모 부처에서 장관 산하에 있는 비서실 직원이 100일 중 3일 정도만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 97일은 모두 서울 출장으로 처리해 문제가 됐던 사례가 있었다. 이후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출장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함께 출장 효율성 문제를 점검하기도 했다.

박미라: 지방이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산업계 학계와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산업계쪽 분위기는 어떠한가?

김지섭: 오송으로 이전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예로 들면 제약사, 병원, 의료기기 관계자들은 식약처 방문이 잦고, 식약처 직원들 역시 업무상 서울 방문이 많다. 이 때문에 식약처가 서울지방식품의약처를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자구책으로 나오고 있고 실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모든 공공기관이 이 같은 방법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상준: 공단도 제약사와 약가협상을 함께 진행하는 카운터 파트너(counter partner)이다. 협상에 앞서 자세한 계획과 협상 전담팀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부터 효율적인 소통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심평원 역시 의사와 업무적인 회의가 많은 편인데 이전에 앞서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박미라: 큰 줄기로 봐서는 화상회의가 가장 유력한 것 같다. 실제로 세종청사에도 화상회의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나?

이상돈: 세종청사에서 약 20여 곳에 화상회의실을 마련했지만, 이용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행정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세종청사 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세종청사에서는 국회 전용 회의장까지 만들었지만 이용률은 굉장히 저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박선재: 화상회의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약가협상의 경우 길면 10시간 이상 걸리는 만큼 화상회의나 서면으로는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급여평가위원회가 열리면 제약사, 의사, 보험단체 등 여러 위원들이 모이는데 어디에서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야 할지,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제약사 쪽에서도 대응팀을 꾸릴 수 있다. 화상회의로 할 경우 문서가 오고 가는 형식적인 회의로 끝날 수 있어 오히려 소통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잦은 출장으로 도로에서 시간 낭비
민원인 접근성도 떨어져 업무효율성 도마위

대안으로 꼽히는 화상회의 이용률 미미
약가협상 등 마라톤회의 땐 실효성 의문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 단계
효율적 소통방안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 아쉬워
 

박미라: 결국 소통의 부재를 줄이고 민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김지섭: 현재 주 관심 대상이 이전을 앞두고 있는 심평원, 공단인데 얼마나 민원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제약사, 의사들과 업무를 처리하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조직체계를 바꾼다든지 하는 방법을 내야 한다고 본다.

이전은 이미 결정된 부분이고 이전했는데 전보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 박상준: 대학병원 교수들 중에서도 학회 소속 법제이사 정책이사 등은 생각보다 많은 공무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만약 식약처에 이어 심평원, 공단이 이전하게 되면 이들의 커뮤니케이션 횟수 역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의사들 역시 공무원과 국회의원과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보험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이슈화를 해야 하는데 이전으로 인해 앞으로 계속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 고신정: 식약처는 국장, 과장급이 서울에 수차례씩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민원설명회를 하면 온 김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불러 질의를 수렴해 민원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로썬 불편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은 없다. 복지부도 브리핑실만은 서울에 남겨둘 계획이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보건의료분야는 정부가 특수성을 고려해 주면 어떨까 한다.

▶ 박미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 말씀 해주신다면?

원종혁: 지방이전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해 거시적인 대안들이 논의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공무원들도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화상회의는 처음에 불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적응이 되면 업무상 효율적인 측면이 많을 수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화상회의 등이 거의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안을 찾으면 방법이 있을 텐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것도 문제다.

김지섭: 공공기관 이전은 시도단계가 아니라 마무리 단계다. 올해까지 87%가 진행됐고 내년에는 마무리 된다고 한다. 이전대상이 아닌 기관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등 독려하는 모양새다. 이제 찬반을 가리기보다는 부작용을 짚어볼 때라고 생각한다. 

가족동반 이전율이 25%밖에 안 될 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생활여건 등이 수도권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또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해도, 여전히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는 공무원이 많은데,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한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유인요인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본다.

임세형: 심평원, 공단 위주로 이야기했지만 지방도시 활성화 측면에서 2011년부터 혁신도시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관들이 지방에 정착해야 한다는 게 궁극적인 그림이다. 제약사, 의사와의 교류 불편 등의 이야기가 있지만, 카운터 파트너에서 취지를 이해한다면 어떻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지 상대방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세부적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셔틀버스, 탄력 출근제, 세종시 내 교통망을 세팅하면서 적정수준에서 협의하는 등의 방법 등이 있다. 화상회의가 아직까지는 어색하다고 하지만 그게 답이라면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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