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홍범기 교수, 단순 혈압조절 넘어 심혈관위험 감소 입증

▲ 연세의대 홍범기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가 본지와 만나 고혈압 환자의 약물 처방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최신 고혈압 관리 패러다임은 단순 혈압조절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력한 혈압조절에 더해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 속에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시스템(RAAS) 차단제 계열에 속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의 치료혜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안지오텐신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선두에 선 ACEI와 후발주자인 ARB 모두는 RAAS를 토대로 작용하는 약물들이다. 물론 효과와 안전성에서 차이는 있다. 다수의 임상시험 결과 두 약물의 혈압강하 효과는 비슷했지만 심혈관질환의 예방 측면에서는 일부 차별점을 보였기 때문.

일각에선 여전히 ACEI가 충분히 효과를 나타내는데 왜 굳이 ARB로 전환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도 ACEI에서 종종 거론되는 환자 불내약성 앞에선 고민이 따르기 마련.

최근 멕시코에서 성료된 심혈관중재시술국제학술대회(CADECI 2015)에 좌장으로 참여한 연세의대 홍범기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를 만나 고혈압 환자의 약물 처방전략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ACEI 부작용 발생 시 ARB로 전환 필요
ARB, 죽상경화증 억제 등 부가적 혜택 기대

- 이번 멕시코 학회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초창기 로살탄부터 최근 피마살탄(상품명 카나브)까지 ARB의 등장과 진화단계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ARB가 가진 약물학적인 특성을 논의하는 한편 가장 최근에 도입된 피마살탄의 혈압조절 효과 외에도 부가적인 혜택(pleiotropic effect)에 대한 임상데이터를 주로 다뤘다.

이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ARB의 초기 혈압조절 효과와 대사증후군에서 얻어지는 추가 혜택을 평가한 대표적인 국내연구 K-MetS가 소개됐다. 연구에 사용된 토종 항고혈압약제인 피마살탄은 효과가 강력한 ARB 약물로 30mg, 60mg, 120mg의 용량 가운데 60mg만 사용해도 혈압강하효과가 상당해 소위 부가적인 혜택까지 기대된다.

연구결과에서도 기존에 확인된 피마살탄의 강력한 혈압조절 효과 및 안전성이 재확인됐으며, 미세알부민뇨 등 대사증후군 위험 인자가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 RAAS 차단제에서 심장대사증후군의 위험을 낮추는 부가적 혜택, 과연 기대할 수 있나?

투약에 따른 항동맥경화 및 항염증효과 등 스타틴과 비슷한 수준의 혜택이 보고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관 수용체와 더불어 조직에 위치한 RAAS 수용체 전부를 차단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혈압조절에 이용되는 용량을 가지고는 이 같은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즉 최대 용량에서 추가적 혜택이 기대되는데 신장내과의 경우 단백뇨, 미세알부민뇨 등이 다량 검출되는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고용량의 ACEI나 ARB를 사용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 기타 항고혈압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고혈압 환자들은 대개 2~3개 이상의 혈압약을 처방받으며 이들은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등 심혈관위험인자를 함께 가지고 있어 여러 약을 복용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평균 7~8개의 약을 복용하는 상황. 먹는 약의 갯수를 줄여주면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좋아지기 때문에 최근 개발 트렌드는 복합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 약물 성분을 어떻게 섞느냐인데 이미 다수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병용할 수 있는 약제들이 보다 구체화됐고 어느 정도 근거를 마련해 모양새가 갖춰졌다. 단, 단점은 있다. 2가지 성분의 복합제를 만드는 데 있어 각 약물의 용량 설정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 연세의대 홍범기 교수

- 고혈압 환자 진료 시 실제 처방패턴은 어떤가?

종합병원의 경우 고위험군인 심근경색 환자를 많이 진료하는 상황에서 심근의 리모델링 및 신경내분비 효과를 얻기 위해 ACEI를 우선 사용한다.

이후 ACEI 사용에 따른 마른기침(dry cough)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면 ARB로 전환하는 추세다. 단, 혈압조절만을 위해서라면 ARB를 먼저 고려하는 상황인데 이 중 피마살탄은 ARB로서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후발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ARB, 후발주자로서 ACEI와 비교되는 차별점은?

ACEI의 'unmet needs'에 대해 대체수단으로서 ARB에 관심이 늘고 있다. 여기서 대체라는 개념보다는 전환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ACEI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관찰되거나 이 약물 처방이 부적절한 경우는 약물 전환이 필요하다.

비교적 심혈관질환과 좌심실의 수축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에서는 ACEI 사용이 통념처럼 자리잡은 상황이지만 마른기침이나, 혈관 부종(angioedema)등의 부작용은 늘상 지적된다.

ACEI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마른기침인데 ARB는 이 같은 부작용 발생에선 비교적 탁월한 선택이 된다. 때문에 ARB가 안전성에 상당한 이점을 가졌고 순응도가 높은 약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ACEI의 불내약성 가운데 마른기침 등의 부작용은 아시아인과 여성에서 높은 비율을 보이는데, 따라서 국내에서도 차선책으로 ARB에 대한 기대가 생기는 것이다.

또 ACEI가 차단하지 못하는 기전상의 한계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장점도 꼽을 수 있다. 혈압강하 측면에선 ACEI와 ARB는 거의 동등하다.

하지만 ACEI가 산화질소(nitric oxide)계통 차단을 보다 활성화시켜 혈압강하의 이중작용기전을 가지는 데 반해, ARB는 ACEI가 놓치는 도피현상(escape phenomenon)을 막기 때문에 치료에 따른 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

즉 ARB는 치료 초기부터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 및 심혈관보호효과로 인한 표적장기 손상이나 죽상경화증 억제 등 부가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임상연구들이 보고됐다. 한편 두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혈압강하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병용요법은 권하지 않는다.

- ARB의 심혈관보호효과 근거는 마련됐나?

ACEI는 임상 초기단계부터 혈압조절에 더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시 신경내분비체계에 대한 긍정적인 약물효과가 명확히 밝혀졌다. 이에 ACEI는 기전적으로도 해당 환자들에서 고유의 계열효과(class effect)가 고려되지만, ARB는 모든 심부전 환자들에서 치료에 따른 혜택을 단정짓기 이른 상황이다.

물론 ARB도 일부 연구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들이 확보됐지만 전반적인 허용 근거는 충분치 못한 것이다.

그러나 ONTARGET, TRANSCEND 등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연구에선 낙관적인 결과들이 나왔다. 심부전 이외의 보다 광범위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ARB가 ACEI와 비교해 혈압강하효과에 비열등성을 입증하고, 심혈관사건의 위험을 대등하게 낮췄으며 내약성은 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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