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14주년 특별좌담회 '소통을 이야기하라'

 
전문가 의견 귀담아 듣지 않아 비현실적 보건의료정책 양산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학회와 정부 간(복지부, 심평원, 공단 등) 소통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른바 불통즉통(不通則痛, 소통하지 않아 아픈 상황)  상태다.

본지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마련한 '소통을 이야기하라' 제하의 특별 좌담회에서 주요 학회 보험이사들은 "소통의 부재로 인한 비현실적인 정책"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런 상태를 놓고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강경훈 보험위원장(일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중대한 급여 또는 수가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을 비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외과전공의 미지원 사태가 발생하자 지난 2009년 외과 수가를 100% 인상해준 사례를 예로 들며 "5년이 지난 지금도 인력수급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인데 정부는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합리적인 해법을 위해 학회가 대안책을 여러 번 제시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더 큰 문제는 인상된 수가가 의사에게 돌아가지도 않고 병원수익에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지금이라도 학회와 협의해 합리적인 대안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공의 인력 부족을 단순히 특정 진료과의 문제라기보다는 보건의료인력 균등분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영구 보험부회장(한림의대 비뇨기과 교수)은 "자칫하면 외과 수술은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의사에게 받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며 "인력수급 문제는 국가보건의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뇨기과 전공의는 전국에 20여 명 남짓인데 이들이 모두 병원에 남는다는 보장도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특히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비뇨기질환자가 많은데 이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의학기술 발전 못따라잡는 정책 아쉬워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수가 등을 설정하는데 있어서도 학회와 정부 간 소통부재로 인한 문제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정부가 급여기준을 정하기에 앞서 학회의 의견을 검토·수렴하고 있는데 막상 현실은 학회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근거를 주요한 정책 추진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간학회 김영석 보험이사(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작년 말 PET-CT 사용 건이 많다는 이유로 간암 환자의 보험기준이 이식 또는 수술 환자의 병기설정과 재발평가에 사용할 수 없도록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학회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근거중심의 급여정책도 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논란이 된 PET-CT는 2013년 심평원이 메타분석을 통해 'PET-CT는 간세포암 병기설정에서 유용하고, 재발평가 또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검사'라고 결론을 낸 바 있는데 막상 급여기준에는 제외된 것.

김 교수는 "어떤 급여기준을 설정할 때 근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PET-CT 사례처럼 막상 근거가 있어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있어 유관학회와 토론하고 소통하는 것은 아직도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정된 재정을 조금씩 배분한다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면 이에 맞게 기준도 바꿔주는 열린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학회를 공익적 목적의 역할자로서 신뢰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과거의 학회는 학술적 정보 공유목적 단체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현재는 환자를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적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역할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 박태선 보험이사(전북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국가가 어떤 보건의료정책을 정하는데 의사의 의견을 무시해 만든 정책들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당뇨병 교육사업이 대표적"이라면서 "제발 학회와 협의해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학회가 반대하면, 어떤 이권을 위해 반대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분명한 이유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조충현 서기관은 "의견을 들어 보니 평소에 제3자 입장에서 봤던 문제, 문서로 알고 있었던 평면적 얘기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조 서기관은 "외과분야의 인력수급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함을 인지할 수 있었고, 급여기준도 불합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심평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상의해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본지 박선재 국장은 "학회도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한번쯤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소극적인 자세와 비판적인 사고가 그동안 정부와의 소통부재 원인이기도 하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만큼 향후 정책개발과정에서 많은 소통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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