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메르스 감염 방사선사 A 씨

▲ 건국대병원 MRI실에서 근무 중인 방사선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메르스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의료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지난 1일 22일간의 고독한 여정을 마치고 퇴원한 건국대병원 방사선사 A 씨(36세)가 복귀에 앞선 소감을 밝혔다.

2005년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에 입사해 다음달이면 만 10년을 맞는 A 씨에게 2015년은 잊을 수 없는 해다.

평소 MRI실에 근무하다 한 달에 1번씩 돌아가는 응급실 당직근무를 섰는데 하필 그날 X-ray 촬영을 담당했던 환자가 76번 감염자로 확진되면서 메르스 의심 환자로 격리되기 시작한 것.   

A 씨는 "답답하지만 N95마스크를 착용하고 보건당국에서 권고하는 감염예방 수칙을 지킨 터라 정말로 확진 판정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면서 "1차검사에서 음성, 2차검사에서 의양성 반응이 나왔다. 격리해제를 하루 앞둔 21일에 3차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미열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었지만 3주가 넘는 격리기간 중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심적 부담감이었다.본의 아니게 168번 환자가 되면서 병원에 오명을 남기게 된 것 같아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그는 "쉰다고 한들 쉬는 게 아니었다. 아마 격리조치된 다른 의료진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면서 "격리인원이 늘고 급기야 병원이 부분폐쇄 조치를 받게 되면서부터는 하루라도 빨리 복귀해 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고 전했다.

이제 다음주 13일이면 장장 5주만에 근무지에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더라도 다른 직원이나 환자들이 부담스럽게 여기진 않을지 막막한 마음도 크다.

인터뷰 제의를 수락하긴 했지만 실명이나 사진 노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인데, 심지어는 부모님께도 걱정을 끼칠까 염려돼 입원 사실조차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국가적으로 메르스라는 질병에 대해 원만히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의료진들이 본인의 위험을 감수한 채 헌신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에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면서 "그간 너무 이성적으로 근무하지만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런 헌신적인 모습을 본받아 환자들을 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건국대병원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인데, 제가 메르스를 이겨낸 것처럼 의료진 이하 모든 임직원들이 의기투합한다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 격리기간, 치료기간을 통틀어 저를 치료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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