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여성심장질환연구회 심완주 회장

 

미국과 유럽 자료에서 여성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고, 남성과 다른 유병특성으로 인해 예후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미국심장협회(AHA)와 유럽심장학회(ESC)는 여성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강조하며 사회 및 의료진의 인식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여성의 높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보고되고 있고,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는 국내 근거들의 구축을 통해 의료진과 사회적 인식 증진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여성심장질환연구회 심완주 회장(고려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도의 동향과 특징, 국내 근거구축에 대해 들었다.

- 여성 심혈관질환 위험의 동향을 정리하자면?
미국 자료에서는 20년간 여성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 10년 동안은 남성의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여성의 사망률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긴 가운데 삶의 질이 유지되는 상태로 더 오래 생존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인구 자체가 많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활동을 못하는 기간도 길어 소요되는 의료비용도 크다.
국내상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자료는 아직 없지만, 사망률만 평가한 결과에서는 여성의 심혈관질환 원인 사망률이 남성보다 높다. 우선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여성이 비교적 오래 살기 때문에 고령에서 질환이 이환된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보고 있다.

- 현재 여성의 심혈관질환 관리에서 화두는?
주요한 주제는 언제, 어떤 전략으로 중재를 시행하는가다. 이는 여성의 유병률 특징에서 기인하는데, 혈관질환의 경우 폐경 전후로 유병률 양상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폐경 전에는 여성의 유병률이 현격하게 낮지만, 폐경 후에는 증가하기 시작해 65세 이후에는 여성에서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예후도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원인으로는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변화가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에스트로겐 투여를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전략이 대두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연구들에서는 혈관질환이 너무 진행된 후에 에스트로겐을 투여할 경우 플라크로 인한 혈관예후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에스트로겐 투여시기는 환자의 연령보다는 질환의 진행상태에 맞춰 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와 함께 투여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여성 심혈관질환의 병인학적인 특징은?
성별에 따른 혈관질환 발생의 원인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에서 혈관질환은 플라크가 국소적으로 발생해 혈관을 막는 경향을 보이지만, 여성에서는 혈관이 전반적으로 덮혀지는 모습으로 발생한다.

이에 현재 혈관질환은 혈관이 막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막혀 있지 않은 혈관에 비해 얼마나 좁아졌는가를 판단하는 방법(luminology)을 활용하고 있지만, 여성에서는 혈관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져 있기 때문에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심혈관질환 여성 환자의 경우 혈관이 좁아져 있지 않아도 혈류의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고, 장기간 생존율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험도가 동반되는 환자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 여성 심혈관질환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 국내의 근거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허혈성 심질환, 약물치료, 역학 등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여성의 비율은 25~30% 정도로 나타나고 있어 근거의 내용들을 여성에 적용하기에는 대표성이 떨어진다.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지만, 대부분의 자료들은 남성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를 필두로 AHA, ESC 등은 여성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춘 근거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에서 여성흉통등록사업연구(KoROSE)를 진행 중이다. 단 KoROSE 연구는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 중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학적 배경과 증상적 특징을 평가하는 연구다.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국내 역학자료를 산출해야 한다.

- 국내 환자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
아직 명확한 역학자료는 없지만, 서양과 비교했을 때 문화·환경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으로 우울증은 관상동맥질환, 관상동맥경련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난다. 그중 국내 우울증에서는 화병이 주요한 특징으로 나타나는데 화병만 별도로 분석했을 때도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아직 화병이 흉통으로 인식되거나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여성에서 흉통이 비정형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여성환자의 특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전통적인 위험인자들이 여성에서는 높은 연관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국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흉통의 경우 남성에서는 혈관질환 위험도를 시사하는 지표지만, 여성에서는 혈관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질에서도 LDL-C보다는 중성지방, HDL-C가 더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단 흡연의 경우 남성보다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

한편 국내 연구에서 출산횟수, 초경시기 등도 심혈관질환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더 많은 사례를 대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진·고민수 기자

한국여성흉통등록사업연구(KoROSE)

유럽심장학회(ESC)는 2006년, 세계심장재단(World Heart Federation)은 2009년 각각 세계적으로 여성의 심질환에 초점을 맞춘 근거구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세계심장재단의 경우 성명서에서 “약 50%의 연구들에서만 성별에 초점을 맞춘 하위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고, 2009년 시점 근처에 발표된 62개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중 33.5%에만 여성이 참여하고 있다”며 현황을  밝혔다. 특히 재단은 현재의 가이드라인들이 남녀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고, 실제 부적절한 진단 및 치료전략으로 50세 이하의 심장발작에서는 사망 위험도가 2배가량 높다고 강조했다. 즉 여성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춘 근거들의 절박함을 말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성 심혈관질환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여성흉통등록사업연구(Korean Women’s chest pain registry study, KoROSE)를 꼽을 수 있다.


초경·임신횟수·호르몬 상태도 CAD 위험도에 연관
[Atherosclerosis 2014;235:e206]

2014년 연구에서는 2011년 2월 18일~2013년 8월 1일 국내 29개 센터에서 모집된 여성 흉통 환자 687명의 분석결과가 발표됐다.

환자들은 관상동맥질환 여부를 평가받았다.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은 루멘(lumen) 협착증 50% 이상으로 정의했고, 표준화된 설문조사를 통해 여성 특이 위험인자들에 대한 정보도 수집했다.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진행한 결과 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은 26%, 비폐쇄성 관상동맥질환은 74%였다. 독립적인 예측인자로는 초경, 폐경 시기, 임신 횟수, 호르몬대체치료 여부였다.

초경 시기가 빠르고 임신 횟수가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았고 호르몬대체치료를 받는 이들에서 위험도가 낮았다. 14세 미만에 초경이 시작한 이들에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가 12.5%였던 것에 비해 14~15세에서는 26.7%, 16~17세에서는 31.7%, 18세 이상에서는 33.3%였다.

임신 횟수에서는 임신 경험이 없을 때는 2,9%, 1회일 경우 5.5%, 2회는 26.9%, 3회 22.7%, 4회 16%, 5회 이상은 25.9%로 2회 이상에서는 대동소이한 위험도를 보였다.

우울증, 관상동맥질환 및 QT 간격에 영향
[Physiology & Behavior 2015;143:45-50]

올해 Physiology & Behavior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국내의 문화적 특징으로 간주되는 화병과 관상동맥 협착증(관상동맥조영술 결과 50% 이상 협착), 관상동맥 혈관연축(vasospasm), QT 간격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는 흉통 여성환자 163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전향적 횡단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의 우울증은 Beck Depression Inventory(BDI)와 Lee and Rhee Depression(LRD) 척도로 평가했다.

전체 대상자 중 관상동맥질환은 83명에서, 관상동맥 혈관연축은 11명에서 나타났다. BDI와 LRD 척도 점수는 관상동맥질환 및 관상동맥 혈관연축 환자에서 높게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에서는 BDI 점수 13.4(±9.6) vs 6.9(±5.6), LRD 척도는 46.9(±21.4) vs 39.8(15.2)로 나타났다. 관상동맥 혈관연축에서는 각각 12.3(±6.4) vs 4.6(±2.8), 49.8(±12.3) vs 30.5(±13.9)였다.

다변량분석에서는 BDI 점수가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13%(OR 1.138, p=0.021), 혈관연축 위험도를 153%(OR 2.534, p=0.003) 높인 것으로 나타났고, LRD 척도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QT 간격 역시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더 유의하게 높았고(440.1±32.0ms vs 408.2±26.4ms), BDI와 LRD 척도와도 유의하게 연관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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