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유순집 교수

 

비만 환자 증가하는데 ‘치료’ 인식도는 낮아
유 교수는 우선 비만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나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제의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것. 특히 비만이 단순히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의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미용성형 측면에서 비만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체중감량을 소재로 삼는 것은 비만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유 교수는 “모든 환자들이 TV 사례처럼 식이요법과 운동에 비중을 둘 수는 없고, 고도비만 환자가 급격하게 많은 양의 체중을 감량할 경우 다른 신체적인 문제점도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체중감량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혈관질환에 대한 혜택에 초점을 맞춰 과체중·비만 환자의 체중을 감량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낮다고 토로했다. 유 교수는 “비만이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에 대한 기저 위험인자 역할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비만 관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체중감량 필요해
그는 과체중·비만 환자가 체중을 감량했을 때 혈압, 혈당, 지질 등에 혜택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고, 이런 심혈관질환에서의 혜택을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장기간의 체중감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생활습관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생활습관개선으로도 체중이 감량될 수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지만,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많은 부담이 요구되고 감량된 상태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특히 ‘장기간’ 감량된 상태의 유지가 필요하다는데 무게를 뒀다. 유 교수는 “단기간 체중감소 후 요요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체중과 함께 감소된 근육은 다시 증가하지 않고 지방은 더 많이 늘어나게돼 근감소성 비만(sacropenic obesity)으로 발전하기 쉽다”고 부연했다. 근감소성 비만으로 발전할 경우 대사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기 쉽고 낙상, 골절 등 위험도가 높아져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 치료 가능 전략, 로카세린
비만의 장기간 치료전략을 고려했을 때 최근에 승인된 로카세린(제품명 벨빅)은 유효한 치료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 교수는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대부분 3개월 사용가능한 약제들만 있는 상황에서 로카세린은 장기간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식욕억제제들이 3개월 이상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에 비해 로카세린은 세로토닌 계열의 식욕억제제면서 BLOOM 연구에서 2년째 5~7%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고 심장판막증, 심박수 증가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흡수 억제제인 올리스탯도 3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하지만 유 교수는 “올리스탯으로는 충분한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복용의 불편감, 1일 3회, 치료전략에의 선호도 등 순응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장기간 복용을 통해 체중감량 효과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비만 관리의 방향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유 교수는 국내 비만관리의 우선 과제로 사회 인식도 개선을 꼽았다. 로카세린을 비롯해 새로운 약제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가운데 유 교수는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예방 차원에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생활습관개선에 병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학회 차원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 교수는 “일반인들이 비만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학회 차원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식생활이 비만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지만,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서는 의대 교육과정에서도 배제돼 있다”며 “비만환자를 중심으로 한 식단 교육 프로그램을 우선 운영하고 차후 사회적인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인지도 고취의 맥락에서 대한비만학회는 오는 10월 11일 비만의 날 및 주간을 통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비만 예방의 비용 대비 효과, 여성에서의 높은 위험도 등을 주제로 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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