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원격진료 편법 인정 강력 비판..."삼성병원장의 사과는 정치적 쇼였나?"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한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날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장의 사과와 맞물려 정부와 병원이 '정치쇼'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18일 의약단체에 '메르스 대응 관련 처방 추가지침'을 내려, 삼성서울병원의 요청에 따라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환자가 전화로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 예외를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재진 외래환자들이 담당 의사로부터 대면진찰을 받은 후 의약품 처방을 요구한 데 따른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외래환자를 전화로 진찰한 후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송하는 방안을 건의했고, 복지부가 이를 전격 수용해 의료기관 폐쇄 해제 시까지 한시적으로 의료법 적용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17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메르스 사태 확산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어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이의 허용을 요청한 것이나 복지부가 이를 허용한 것 모두 국민 상식에서 벗어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복지부는 그 누구보다 원칙을 지켜가며 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건강과 보건향상에 힘써야 한다"며 삼성서울병원 원격의료 허용지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현행법상 불법으로 분류되는 원격의료를 복지부 장관의 월권과 불법 행위로, 원격의료를 가장 원하는 삼성에만 용인해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의총은 "17일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장의 사과와 연결지어 봤을 때 이는 정치적인 배경에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환자 잡아놓기를 위한 삼성의 '꼼수'이자, 원격의료 확대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라는 지적이다.

전의총은 "정부와 삼성는 국가적 혼란을 틈타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시도와 결탁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하면서, 만약 원격의료 처방전이 실제로 발행된다면, 이와 관련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표명도 줄을 이었다. 이들은 정부-삼성간 은밀한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책임은 모두 정부에서 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원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희생양 삼더니, 이제는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는 원격의료까지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진정 제정신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있음을 인지하고, 대한민국 의료전체를 절단낼 수 있는 원격진료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복지부 장관은 반성하고 사퇴하며, 삼성서울병원은 외래 환자들에게 안전한 주변 병의원을 이용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만약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 계획을 중단하지 않으면, 복지부 장관을 불법행위로 고발하고, 삼성서울병원에 환자 보내지 않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대한평의사회도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으며,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진료가 아닌 가까운 병의원의 대면진료를 권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평의사회 역시 '삼성봐주기'식 원격의료가 이어진다면, 11만 의사와 함께 복지부 관계자 전원을 검찰 고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18일 논평을 내어 "지금은 원격의료에 대해 야합할 때가 아닌, 감염 차단을 위한 코호트관리에 집중할 때"라며 "정부는 한국 의료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는 원격의료 대국민 사기극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메르스 확산 이후 한산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국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메르스 저지 특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서울병원장을 불러 메르스 방역에 실패해 2차 진원지가 됐다며 강하게 질책했는데, 정작 정부는 바로 다음날 해당 병원의 요구를 수용해 원격의료와 같은 특혜적 조치를 전격 허용했다"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일 뿐더러 '짜고 치는 고스톱'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 메르스특위는 "박근혜 정부의 삼성 감싸기의 끝이 어디까지냐"고 질타하면서, 정부에 "국가적 혼란을 틈타 재벌병원에 특혜를 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메르스 확산을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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