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계가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 관상동맥질환(CAD, coronary artery disease) 환자의 심혈관사건 재발예방을 위한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심혈관사건 2차예방을 위해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했던 과거의 목표치를 완화한 것이다. 여기에 80세 이상 고령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50/90mmHg 미만으로 권고, 기존의 적극적인 혈압조절에 대비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학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고혈압학회(ASH)는 지난 4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고혈압 치료’에 관한 공동성명 형식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07년 AHA가 단독으로 선보인 ‘허혈성 심장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한 것으로, 최근 학계에서 일고 있는 혈압 목표치 논란을 염두해 순환기를 대표하는 세 학회가 공통된 목소리를 담아냈다.

130/80~140/90mmHg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해 혈압을 얼마나 낮출 것이냐에 대한 합의안(consensus)이다. 학회는 “고혈압이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사건 2차예방을 위해 혈압 목표치를 140/90mmHg 미만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Class IIa, Level B)”며 고혈압 환자 전반에 적용되는 목표치를 주장했다. 2007년의 AHA 가이드라인은 안정형 협심증이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등 CAD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2015년 가이드라인은 140/90mmHg 미만을 타당한 기준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일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집중적인 혈압조절의 필요성 또한 언급하고 있다.  “심근경색증 병력,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 관상동맥질환 위험도에 준하는 질환(경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등 일부에서는 130/80mmHg 미만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IIb, B)”는 내용이다.

노인 고혈압
ACC·AHA·ASH 가이드라인은 특히 고령 환자의 혈압조절에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학회는 “심근허혈에 의한 CAD 및 이완기혈압 상승 환자의 경우 혈압을 천천히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특히 당뇨병 또는 60세 이상 연령대 환자들은 이완기혈압이 60mmHg 미만까지 급격히 감소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수축기와 이완기혈압 차이인 맥압의 범위가 넓은 고령 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의 강하가 이완기혈압의 급격한 변화(60mmHg 미만)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특히 심근허혈에 의한 CAD 환자에서 저혈압 관련 사고의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도록 요청했다. 학회는 이와 함께 80세 이상 초고령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50/9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표>.

안정형 협심증
안정형 협심증 환자의 심혈관사건 2차예방을 위한 약물치료 전략으로는 베타차단제(심근경색증 병력자),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ARB(심근경색증 병력, 좌심실수축기능장애,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환자), 티아지드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I, A)를 권고했다.

“심근경색증, 좌심실기능장애, 당뇨병, 단백뇨 만성 신장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이들 약물의 병용 또한 고려해 볼 수도 있다(IIa, B)”는 설명이다. 또 “협심증이나 고혈압 어느 한 쪽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에는 베타차단제, ACEI, 티아지드 이뇨제 요법에 칼슘길항제 CCB(long-acting dihydropyridine)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IIa, B)”고 덧붙였다. 혈압 목표치는 140/90mmHg 미만(I, A)으로 정한 가운데, 역시 일부 환자에서 130/80mmHg 미만(IIb, B)의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는 140/90mmHg 미만(IIa, C)이 권고된 가운데, 퇴원시점에서 130/80mmHg 미만(IIb, C)의 조절도 타당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특히 이들 환자에서는 관상동맥 관류 감소와 허혈 악화의 가능성을 고려해 혈압을 천천히 조절하고, 이완기혈압 60mmHg 미만 강하를 피하도록 주의가 요구됐다.

항고혈압제 치료에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내성 교감신경 흥분작용(intrinsic sympathomimetic activity)이 없는 속효성 베타1-선택적 베타차단제(metoprolol tartrate, bisoprolol)의 첫치료가 권고됐다. 또한 증상발현 24시간 이내에 베타차단제 경구투여 시작을(I, A), 중증 고혈압 또는 허혈 진행 중인 환자에게는 정맥주사형 베타차단제(esmolol)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주문했다(IIa, B).

베타차단제 사용에 금기사항이 있거나 불내약성을 야기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면 좌심실기능장애 또는 심부전이 없을 경우 비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verapamil, diltiazem)로 대체가 가능하며, 베타차단제 단일요법으로도 고혈압이나 협심증이 조절되지 않을 시에는 ACEI 최적 사용 후 지속형 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 추가가 고려된다(I, B). 혈역학적으로 안정한 상태에서 고혈압이 지속되거나 전벽부 심근경색증(anterior MI), 좌심실기능장애 또는 심부전의 증거,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의 경우 ACEI(I, A) 또는 ARB(I, B)가 추가될 수 있다. 학회는 또 급성관상동맥증후군·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을 낮추고 허혈 또는 폐울혈을 완화하기 위해 질산염(nitrate)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I, C).

심부전
허혈 기원의 심부전 환자에게도 역시 140/90mmHg 미만과 함께 일부에서 130/80mmHg 미만의 혈압조절이 권고됐다. 약물치료에서는 ACEI 또는 ARB, 베타차단제(carvedilol, metoprolol succinate, bisoprolol, nebivolol), 알도스테론길항제 등이 혈압강하와 함께 심혈관 예후를 개선하는 약제로 권고됐다(I, A). 이뇨제는 혈압조절에 더해 증상과 연관된 체액용적 과부하를 역전시키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베타차단제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빈맥성 부정맥을 동반한 경우에 심장 선택성이 높은 베타-1 선택성 차단제가 추천된다”고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천식 또는 만성폐쇄성폐질환, 2~3도 방실전도장애가 있거나 말초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주의도 뒤따른다. 최근 연구에서 베타차단제는 심근경색증은 물론 뇌졸중 환자에서의 임상혜택 가능성까지 보고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대학의 Mareck Sykora 교수팀은 미국뇌졸중협회 저널 Stroke 4월 21일자 온라인판에 ‘허혈성 뇌졸중 후 베타차단제와 폐렴 및 임상예후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뇌졸중 급성기의 베타차단제 치료가 사망률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고, 뇌졸중 전 또는 급성기 베타차단제 치료와 폐렴위험 감소의 연관성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타차단제는 이전의 연구에서 신경보호 특성과 감염 합병증 감소혜택을 시사해 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이에 근거해 뇌졸중 증상발현 전 또는 급성기 베타차단제 치료에 따른 사망률, 기능예후, 폐렴위험 등을 분석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총 5212명의 뇌졸중 환자 데이터 분석결과, 뇌졸중 발생 전 또는 급성기에 베타차단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각각 1155명(22.2%)과 244명(4.7%)이었다. 임상결과 분석에서는 뇌졸중 전 베타차단제 치료 시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급성기 치료 환자들은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37%(risk ratio 0.63, 95% CI 0.42-0.96)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적 예후개선에 있어서는 뇌졸중 전 또는 급성기 치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베타차단제는 뇌졸중 전과 급성기 치료 모두에서 폐렴 빈도를 23%(0.77, 0.6-0.98)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 페킹연합의대 Zhe Zheng 교수팀은 미국심장협회 저널 Circulation 4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관상동맥우회술(CABG) 후 베타차단제의 2차예방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CABG 시술 환자에서 베타차단제의 지속적인 적용이 장기적으로 사망률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CABG 환자 대상의 관찰연구에서 상반된 결과들 때문에 베타차단제의 혜택과 관련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CABG 환자의 퇴원 후 지속적인 베타차단제 치료의 유효성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이 어렵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베타차단제의 임상혜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CABG 시술을 받고 퇴원한 59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찰이 진행됐다. 분석결과, 베타차단제를 항상 사용한 환자들에 비해 간헐적 사용 환자들의 사망률이 두 배가량 높았다(hazard ratio 1.96, 95% CI 1.50-2.57). 베타차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늘 사용한 그룹과 비교해 사망률은 1.42배,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는 1.29배 유의하게 높았다. 심근경색증 무병력의 하위그룹 환자들에서는 베타차단제 간헐적 사용과 비사용 그룹의 사망률이 항상 사용했던 그룹과 비교해 각각 1.7배와 1.23배 높았다. 심근경색증 병력의 하위그룹에서는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각각 2.14배와 1.59배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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