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연내과의원 원장...저수가·고가 장비 등 장벽 높지만 소신 지키고파

 

대학병원에서 자신이 전공으로 하던 세부 진료과를 그대로 살려 개원할 수 있는 의사는 많지 않다. 특히 세부 진료과가 심장내과나 혈관외과 등 특성화된 진료과라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대부분 의사는 현실의 문 앞에서 자신의 전공과목을 포기하고 감기 등의 진료를 두루두루 하는 병원을 표방하면서 개원을 한다.

그런데 최근 몇몇 개원의가 자신의 세부 진료과목으로 개원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김석연내과의원은 개원가에서 흔치 않은 '심장부정맥클리닉'을 운영해 지역 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수련 받으며 쌓은 실력 묵히기 싫었다"

경희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병원에서 수련을 받은 김석연 원장은 심장내과 전문의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에 있을 때부터 부정맥 등 심장내과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고. 그런 그도 개원을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심장내과 전문의로서 필요한 수련을 모두 받았다. 이후에도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에 연수를 받았고, 서울아산병원 ACT program도 이수했다. 또 심장초음파 인정의 등 부정맥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동안 노력해 온 것들도 진료하는 데 활용하고 싶었다. 감기나 당뇨병 등 일반적인 진료를 하는 곳처럼 개원하면 그동안 부정맥 등의 치료를 위해 해 왔던 노력이 허무해질 것 같아 아쉬웠다"고 당시의 고민을 얘기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심장내과로 특화해 개원했을 때 경영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환자들의 오래된 편견과 비싼 의료장비도 그가 결정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였다. 대부분 환자는 심장질환이나 부정맥은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는 뿌리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과연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심장 초음파 등 비싼 의료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점도 결정을 어렵게 했다"며 "오랜 고민 끝에 몇 달 운영해보고 판단하자고 결정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병원에 심장부정맥클리닉을 열었는데, 환자들의 반응이나 만족도가 좋아 나도 깜짝 놀랐다. 개원가에서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 개원가에서 심장부정맥클리닉을 운영하는 김석연내과의원

현재 김석연내과의원은 심전도는 물론 심장초음파, 24시간 심전도 홀터 등 대학병원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저수가로 현실적 어려움…"후배에게 추천 힘들어"

개원가에서 심장부정맥클리닉이 운영되면 의사도 좋고 환자도 좋은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자는 오래 기다려야 하는 대학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판독에 걸리는 시간도 대학병원에 비해 짧아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다. 게다가 비용도 대학병원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이익이라는 것.

의사도 자신의 전공과목을 개원가에서 발휘할 수 있어 좋고, 다른 병원과 차별화할 수 있어 긍정적이란 것. 또 환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부정맥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24시간 심전도를 착용시키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개원의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고 웃는다.

하지만 그는 심장내과 전문의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며 쓴 미소를 짓는다. 진료할 때 행복해 시작했다면서 왜 후배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낮은 수가로 인한 어려움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심장초음파 검사 비용은 약 30만원인데 비해 개원가에서는 10만원 정도밖에 비용을 받지 못한다. 환자에겐 매력적인 가격 조건이지만 개원가에서는 가슴 아픈 상황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판독비나 환자에게 홀터를 착용시킬 때 걸리는 시간이나 교육에 대한 수가 등이 없어 병원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전문진료과목으로 개원하고 싶어도 포기하게 하는 것이 바로 낮은 수가다.

그가 후배들에게 부정맥클리닉을 권유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진료를 많이 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을 들기도 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심장부정맥클리닉을 운영하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게 너무 많아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며 "지난 2013년 4월 개업 이후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서비스 차원으로 한다면 모를까 개원가에서 심장부정맥클리닉을 운영하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개원 한 정도 됐을 때 하루에 환자가 8명 정도밖에 안 됐다. 새로 개원하는 의사들에게 진입 장벽이 높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 경험을 하니까 그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며 "병원 광고는 너무 비쌌고, 환자는 없고 너무 마음을 졸이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원장 혼자 친절하면 소용없어…직원 교육 철저히

김석연내과의원은 주변에서 설명을 잘 해주는 병원으로 꼽힌다.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 많은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병원은 최근 점심시간이 없을 정도로 환자가 붐비고 있다.

친절한 병원이라고 알려진 데에는 그의 특별한 노력이 숨어 있다. 환자가 왔을 때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그러면서 가족관계 등을 머릿속에 담아 두었다. 이후 환자가 다시 방문했을 때 진심 어린 걱정이나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환자의 개별적인 가족사를 외우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렵지만 환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환자가 가족의 손을 이끌고 병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일종의 그만의 관계 맺기라 할 수 있다.

▲ 친절하고 꼼꼼한 설명으로 알려진 김석연 원장

친절도 김석연내과의원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하루에 환자 8명을 보던 시기를 거치면서도 그가 반드시 지켜온 원칙이 하나 있다고 했다. "원장 혼자 실력이 뛰어나고 아무리 친절해도 소용없다. 직원이 함께해야 한다"가 그것이다. 직원들이 원장과 마음이 함께 가지 않으면 병원은 자리 잡을 수 없다는 신념이다.

그는 "환자가 있을 때 스마트폰을 보지 않도록 하는 등 간호사 등 직원들이 환자에게 친절하도록 교육을 강하게 한다. 만일 환자와 트러블이 생기는 등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과감하게 결정한다"며 "직원들에게 친절이나 행동을 요구하는 만큼 휴가 등 처우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가에서 심장부정맥클리닉 정착을 시도하는 김석연내과의원의 행보는 같은 도전을 꿈꾸는 심장내과 의사들에게 흥미로운 관심거리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석연내과의원의 전진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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