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차고 감각 상실땐 레이노병 의심을

춥고 스트레스 받으면 나타나…니페디핀 3분의 2서 발작 빈도·정도 완화

최 환 석
가톨릭의대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레이노 현상은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어 처
음에는 손이 하얗게 되고 파랗게 변하다가, 나중에는 혈관의 확장작용에 의하여 손가락이 붉
은 색으로 변하게 되면서 소양감이나 통증이 동반되는 현상이다.
 
레이노 현상은 1862년 프랑스의 모리스 레이노(Maurice Raynaud)가 추운 곳에 노출되거
나 감정이 격해진 사람들에서 손의 색깔이 변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자기의 이름을 붙인 것이
다.
 
그는 처음에 이 현상을 일종의 신경증(neurosis)으로 생각하였지만, 현재는 혈관이 경련성
과잉 반응을 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우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발인자
 
대부분의 레이노 현상은 대개 한랭 노출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삽화적 발작이 유발된다. 흡
연 또한 악화요소이다.

발생부위
 
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침범되지만, 코·귓불 혹은 입술같이 다른 곳에도 생길 수 있다.

레이노병과 레이노 현상
 
이 현상의 원인 중 70% 이상, 보고에 따라서는 95% 정도는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일차
성 레이노 현상이라 하고 이를 독립적으로 레이노병이라고 한다.
 
그 외 다른 질환에 동반되는 레이노 현상을 이차성 레이노 현상이라고 한다.

이차성 레이노 현상과 연관된 질환이나 상태

결합조직병 : 경피증, CREST 증후군,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류마티스 관절염, 혼합성 결합조
직병, 다발성 근염, 피부근염, 쇼그렌 증후군
 
동맥폐쇄질환 : 혈관염, 폐쇄성 혈전혈관염(Buerger 증후군), 급성 동맥 폐색, 혈전색전증,
흉곽출구핵심 역학, 증후군, 사지의 죽상경화증
 
약물과 독성물질 : 베타 교감신경 억제제, ergotamine 제제, methylsergide,
vinblastine, bleomycin, cisplatin
 
손상 : 진동 도구, 열상, 전기 쇼크상, 타상, 소지구 망치 증후군, 동상, 타이핑, 피아노연주 등
 
혈관성 이상 : 한랭 글로불린혈증 혹은 한랭섬유원혈증, 한랭 응고 질환, 골수증식성 질환, 과
점도성 증후군
 
신경질환 : 수근 터널 증후, 반사성 교감신경성 위축증, 뇌졸중, 추간판 질환, 다발성 근염, 척
수공동증, 척수종양
 
기타 : 갑상선 기능 저하, 폐성 고혈압, 동정맥루, 종양, 신부전 등

기 전
 
피부색은 모세혈관의 긴장도 및 혈류와 관계 있고 온도는 세동맥의 상태와 관계가 있다. 창백
해지는 것은 세동맥의 수축에 의하며, 모세혈관에 혈액이 들어가지 않아 저산소증이 초래되
고 모세혈관의 긴장도가 소실되어 모세혈관이 확장된다. 모세혈관에 산소가 부족된 혈액의 저
류로 손가락이 차갑고 창백해지며 저산소증은 세동맥을 확장시킨다. 피부색은 처음에 검붉
게 변했다가 나중엔 충혈되어 붉어지고 약간 종창이 생긴다. 따라서 초기에는 손끝, 손가락,
손등으로 퍼지고, 이상감각, 저린 증상, 타는 듯한 통증 등이 나타나며, 발작중에는 지각이
감소되고 손가락의 종창이 생긴다.

역 학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레이노 현상은 흔한 문
제이다. 미국은 일반 인구의 약 5~10%, 영국은 노동인구의 11.8~14.2%가 레이노 현상에
이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노병의 경우, 젊은 여자의 유병률은 심지어 20~25%라는 보고도 있다. 여자가 남자보
다 약 5배 더 많고, 전형적으로 15~40세 사이에 발병한다. 20세 이후에 발병하는 사람은
24%에 불과하다. 남자는 대개 더 늦게 발병한다. 좀더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에서 더 흔하지
만, 온난한 기후에 사람이라도 추운 날씨가 되면 따뜻할 때보다 발작이 더 자주 생긴다. 환자
의 20~30%는 가족력이 있다.

진 단

1) 증상
 
레이노 현상의 증상은 피부색과 피부 온도의 변화이며, 이는 혈관 경련의 정도, 빈도, 기간에
따라 다르다. 대개 통증은 없지만, 침범된 곳이 얼얼하거나 저리거나 콕콕 쑤신 증상은 흔히
있다.
 
보통 수분에서 1시간 (평균 10분에서 30분 정도) 지속된다. 손이 저리고 감각이 무디어지거
나 소실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랫동안 순환이 단절되
어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에 작지만 통증을 동반한 피부궤양이나 심지어 괴사를 유발할 수 있
다.
 
레이노 현상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1차성이고, 약 75% 이상은 15~40세 사이의 여자
다. 드물게(9% 이하)는 나중에 2차성 레이노 현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1차성은 점차 심해지
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경미하고 2차성은 레이노 현상과 달리 양 손가락에 대칭적으로 침
범한다. 단, 엄지손가락은 잘 침범되지 않는다. 손이 발보다 흔하게 나타난다. 처음에 하나 또
는 두 손가락에서 나타나다 연이어 전체 손가락에 나타난다.
 
약 40%는 발가락에도 생긴다. 발가락에 생기면 대개 손가락에도 함께 생기나, 발가락에만 생
길 수도 있다. 드물게는 귓불이나 코끝이 침범된다. 레이노 현상은 또한 주로 편두통이나 이
형 협심증 환자에서 흔히 생긴다. 이차성 레이노 현상은 드문 질환이다. 일측성일 수 있고, 한
두 손가락만 침범할 수도 있다.
 
2)진단
 
환자의 병력을 세밀히 청취하는 것만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진단이 가능하다.
 
병·의원을 방문할 때 환자가 발작 상태라면 진단하기가 더 쉽다. 지속적으로 청색증이나 충혈
을 호소하는 환자는 대체로 레이노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진단을 위한 특별한 검사법은 없지만, 관련된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신체검사와 검사실검사
는 필요하다. 레이노병은 양측성이고, 증상이 발현된 지 2~3년이 지나도 원인이 발견되지 않
으면 진단할 수 있다.
 
전신 질환을 평가할 때는, 적혈구침강속도, 항핵항체를 검사한다.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전혈구계산, 류마토이드 인자, 다상성 혈청 분석, 소변분석, C 반응성 단
백, 핵항원, 항 DNA, 한랭글로불린, 보체, 항중심절 항체(anticentromere antibody),
SCL70 경피증 항체 등을 검사한다.

CREST 증후군이나 증상이 분명하지 않은 경피증 환자의 확진에는 손톱 모세혈관 현미경 검
사(nailfold capilla-roscopy)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미경하에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거나 변형되어 있다면, 환자는 결합조직병의 가능성이 높아
진다.
 
비관혈적 혈관 검사(맥박용적기록)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동맥 폐쇄 질환(확실한 허혈)의 정
도를 확인하고,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허혈성 궤사가 나올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동맥조
영술은 일상적으로 추천되지 않는다. 수근터널 증후군의 감별을 위해 Tinel sign과
Phalen`s test를 시행하거나 근전도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 외 도플러초음파가 사용되기도 하고 드물게는 한랭부하 검사를 하기도 한다.
 
◇한랭부하검사=4~6℃ 냉수에 2분 정도 양손이나 양발을 담근 후 피부온도측정계나 체열측
정기에 의해 피부 온도의 회복 과정이나 혈류계측기를 이용해서 관찰
 
◇Tinel sign=손목부위 정중신경을 타진했을때 정중신경 지배부에 방사통을 일으킴
 
◇Phalen`s test=손목을 약 1분동안 굴곡시켜 정중신경 지배부에 방사통과 감각이상을 일
으킴
 
3) 감별진단
 
레이노병은, 레이노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질환과 감별되어야 한다. 간혹 레이노 현상이
이러한 질환의 첫증상일 수 있다. 병력청취와 신체검사가 큰도움이 된다.
 
폐쇄성 혈전혈관염은 레이노 현상의 드문 원인이지만, 젊은 사람 특히 흡연자에서는 고려하여
야 한다. 흉곽출구 증후군 환자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이 때는 대체적으로 일측성이고 상완신
경압박 증상이 우세한 경향이 있다.
 
수근터널증후군은 30~60세 과체중 여성에서 수면 중 타는 듯한 통증 및 무감각을 호소하며
Tinel 징후와 Phalen`s 검사로 75% 민감도로 진단할 수 있다. 때로 신경전도 검사가 필요하
다. 약 60%의 수근터널증후군 환자에서 레이노현상이 병발한다.
 
말단청색증에서 청색증은 영구적이고 미만성이다. 약물 복용력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
히 고환암 치료에 사용되는 bleomycin과 vincristin 병용투여는 약 3분의 1에서 심한 형태
의 레이노 현상을 야기하는데, 이 경우는 치료가 잘 안되고 투약을 중단해도 증상이 계속된다.

치 료
 
치료의 목표는 발작의 빈도와 심한 정도(severity)를 줄이고, 조직 손상을 막고, 2차성 레이
노 현상인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1) 생활습관교정
 
대부분의 레이노 현상은 단지 경미하고, 발작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레
이노 현상은 경미한 질환이라고 안심을 시켜주고 다음과 같이 주의하도록 지도해 주면 된다.
 
단지 손발뿐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두꺼운 옷 한 벌 보다는 느슨한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낫다. 겨울철에 외출할 때는 모자, 귀마개, 목도리, 따뜻한 양말, 부츠 및 벙어리
장갑 등을 가능한 한 모두 사용하여야 한다.
 
세수나 설거지 등을 할 때에는 찬물을 사용하지 말고, 단열이 되는 컵을 사용하고, 손발에 상
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하고, 차를 타기 전에 미리 예열을
해 두는 것이 좋다.
 
감정적 스트레스를 회피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면 도움이 된다. 흡연은 금기이고, 간접
흡연도 피해야 한다. 베타차단제 및 일부 약물이 이 현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운동
은 전반적인 안녕감을 조장하고 체력을 증가시키므로 권장된다.
 
진동기구는 필요할때만 최소로 사용하고, 진동을 줄일수 있는 개발된 항 진동 장갑, 항 진동
보호막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2) 혈관확장제
 
칼슘채널 차단제가 약 3분의 2에서 발작의 빈도와 정도를 줄이고,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피부
궤양의 치유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작업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발작 빈도가 적으면
추위에 노출되기 30~60분 전 단기작용 칼슘채널차단제인 nifedipine 10~20㎎을 투여하
고, 자주 발작하면 서방정 30㎎~60㎎을 사용한다. 정상 혈압에서 니페디핀의 사용으로 급격
한 혈압강하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그 외에 α차단제, ACE차단제나 pentoxifylline의 사용 등은 논란이 있다. 니트로글리세린연
고나 소량의 아스피린이 때로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조절을 위한 안정제가 처방될 수도 있다.
 
3) 교감신경절제술
 
발작이 흔하고 심해 일과 생활을 방해하거나 약물치료 반응이 없을 경우 교감신경절제술이나
교감신경절차단술이 시행된다.

예 후
 
일차성 레이노병은 약물치료에 잘 반응해서 예후가 매우 좋다. 일차성 레이노병을 가진 환자
를 6~10년간 장기 추적관찰한 결과 38%는 그대로였고, 36%는 더 좋아졌고, 16%는 더 나
빠졌으며, 10%에서는 없어졌다.
 
기저 질환이 발견되어 이차성 레이노 현상으로 진단되면 그 기저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
이고, 이차성 레이노병의 예후는 그 기저 질환에 따라 다른데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나 전신성
경화증처럼 예후가 나쁜 기저 질환에 따른 경우에는 레이노병의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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