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안상훈 교수팀, 5월부터 장기 코호트 연구 돌입

국내 유병 특성·치료 현황 파악...다약제 내성 환자 치료 연구도
개인 맞춤형 간질환 관리 가능...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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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특징을 파악, 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시대를 열 수 있는 연구가 시작됐다.

현재 국내에서 간질환은 주요 남성 사망원인 중 하나다.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간질환은 우리나라 남성 사망원인 6위의 질병으로 10만 명당 21.3명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회활동이 많은 40대에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암, 자살과 함께 3대 사망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만성 B형 간염 관리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환자들의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야말로 걸음마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치료지침도 외국의 것을 가져다 쓰는 상황이다. 환자들의 관리도 일률적으로 '사후약방문'식이라서 간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돈도 매년 줄지 않고 있다.

반면 대만, 그리스 등 만성 바이러스 간염의 유병률이 높은 국가들은 대규모 역학조사를 기반으로 만성 간질환의 유병률과 그 발병 원인이 되는 만성 바이러스간염(B형, C형 간염 등)과 관련된 광범위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또한 대규모의 코호트를 장기간 추적 관찰해 간경변증·간세포암종으로 이행하는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고 이런 코호트 연구 자료를 근거자료로 적정 진료를 위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을 거울삼아 국내에서도 코호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 치료를 위한 코호트 구축 과제를 냈고 연구자로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팀이 최종 결정됐다. 향후 10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간 프로젝트로 5월 1일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 과제 1 : 국내 만성 환자 특징 파악

이번 코호트 연구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치료를 해왔거나 앞으로 할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통해 치료 현황 및 효과를 파악하는 것이다.

가까운 대만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환자 구성 층이 다르다. 한국은 만성 B형간염 유전자 C형이 대다수인 반면 대만은 B형과 C형이 반반이다. 유전자 B형은 인터페론 효과도 잘 듣고 치료 경과도 좋기 때문에 대만 연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양은 더욱더 우리나라와 환자 구성 층이 다르다.

미국 유럽 등 서양은 유전자 A형이나 D형이 많다. 이렇게 환자층이 다른데 데이터는 그대로 인용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또 과거에 사용했던 약제와 달리 최근 많이 사용되는 엔테카비르나 테노포비르 그리고 페그인터페론제제들의 치료 경과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도 한계다. 따라서 세 가지 약제의 장기 치료 성적과 약제사용에 따른 환자들의 이득 여부를 파악해 보는 것도 이번 과제에 포함됐다.

안 교수는 "결국은 전·후향적 코호트를 통해 환자들의 특성을 살펴보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인자 분석도 가능하다"면서 "데이터가 축적되면 환자별로 약물을 다르게 투약하거나, 조기에 치료를 완료할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과제 2 : 다약제 내성 환자 치료법 모색

두 번째 과제는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테노포비르의 치료 성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테노포비르는 만성 B형간염 약물로 가장 나중에 나온 약물이지만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와 내성이 생기지 않는 약제로 알려지면서 복용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상경험이 짧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치료 이득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라미부딘과 아데포비르 복용에 따른 다제 내성 환자가 많아 좀 더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코호트에서는 테노포비르의 실제적 임상 투약 패턴과 그로 인한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안 교수는 "현재 테노포비르가 좋다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알 수 없다"면서 "이번 연구는 다약제 내성을 포함한 내성 환자를 위한 적절한 치료법과 치료 기간 그리고 반응평가, 반응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을 찾는 게 주요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세의대 안상훈 교수가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낸 한국 만성 B형 간염 환자 코호트 연구 과제 주 연구자로 최종 선정됐다. 그는 기자와 만나 국내에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어 잘 치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환자들의 특성파악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실제로는 어떤지 알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번 연구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구 과제 3 : 약제 중단 가능성·시점 확인

내성 문제와 더불어 약제 중단 시점을 찾는 연구도 진행된다. 과거 약물인 라미부딘과 아데포비르만 보더라도 일부 환자는 약물을 끊을 수 있다는 기준이 있다.

아시아태평양간학회(APASL)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보더라도 HBeAg 양성에서는 e항원이 혈청전환(Seroconversion)되고 약도 1년 이상 쓴 사람은 끊어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HBeAg 음성 환자 또한 HBV DNA가 1년 이상 음성이고 간수치가 정상으로 오래 유지되면 끊을 수 있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것은 치료 종료 가능성을 확인한 근거가 있다는 점인데 이러한 외국 데이터를 국내에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최신 약물인 엔테카비르나 테노포비르 복용환자도 치료 종료가능성을 확인한 연구가 나오면서 가능성은 짙어지고 있다.

안 교수는 "환자 중에는 분명히 약물을 중단할 필요가 있는 환자도 있다고 본다"면서 "국내에서도 연구를 해보면 재발 환자들의 특성을 통해 재발하지 않는 환자들도 구별이 가능하다. 향후 코호트 조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불필요한 과잉 치료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약을 계속 팔아야 이득을 보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중단 연구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수행할 수 없다"며 연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연구 과제 4 : 장기간 투약 안전성 평가

마지막으로 평가하려는 과제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약물 부작용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환자가 약물을 투여받았지만 장기간 투약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체계적으로 보고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안 교수는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등을 개발한 제약사들은 장기간 투여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일부 약제들은 신기능 독성에 대한 보고가 되면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사례가 드물지만 전혀 안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약제들의 장기 부작용을 관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텔비부딘, 클레부딘 등도 근육병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작용 보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대 효과 : 한국형 가이드라인 제작 기대

이번 과제를 통해 안 교수는 현재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에 대한 치료 형태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나아가 치료 중인 만성 B형 간염환자의 간경변증 및 간암 발생 위험인자 규명으로 고위험군 선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나아가 개인 맞춤형 간질환 관리가 가능해서 간염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교수는 "환자들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목적은 간부전이나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아 궁극적으로 오래 사는 것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코호트 연구는 필요하다"고 말하고 "무엇보다도 한국형 만성 B형간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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