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이슈 토론
한미약품 유통업 진출 논란
횡포인가 권리인가?

 


 
 
한미약품이 2012년 계열사 온라인팜을 설립해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든 것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다. 4월 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한미의 의약품 도매유통업 철수 총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한미약품의 유통업 철수를 촉구했다. 온라인팜을 설립하고 300여 명의 영업사원을 통해 도매업을 전개하는 등 유통업계의 생존권을 침해했다는 게 골자였다.
같은 날 한미약품은 온라인팜의 도매허가 반납과 HMP몰 폐쇄 주장, 입점한 14개 도매업체의 HMP몰 탈퇴 요구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위법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한국제약협회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사업부문을 확대하는 것은 적법하고 당연한 일인데 이를 협회차원에서 압박해 힘의 논리로 제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유통협회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안이 거대 자본의 횡포인지 자유경제 속에서 당연한 권리인지 기자들의 시각을 통해 살펴봤다.

 

도도매로 유통업계 구조 취약
주요 선진국보다 마진율 배로 높아

한미약품 사업다각화 탓할 수 없어
매출 저하에 따른 자구책


▶  김지섭(사회) : 한미약품 계열사 온라인팜은 지난해 매출 5078억원으로 전년도 1955억원 수준에서 크게 성장했다. 약가인하 등으로 전문의약품 등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성공적인 사업다각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반면 구조상 영세업체가 많고 최근 중소업체의 도산이 잦은 유통업계로서는 유통시장 파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 같다. 관련해 어떤 의견이 있나?

▶ 박상준: 일단 도매업체의 형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도매업체는 2013년 기준으로 2027개에 달한다. 지난해 동양증권이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 현황을 분석했는데, 일본은 4개 메이저 그룹 도매사의 시장 점유율이 약 90%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오영이 8.8%, 백제약품이 5.1%, 엠제이팜이 2.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군소도매 형태다. 이들 업체가 다른 영세업체에 도도매를 주는 구조인데, 이렇게 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도산이 잦다.
한미약품도 자체적으로 유통선진화를 추구하고자 온라인팜을 만든 것이 아니었나 싶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 등으로 매출 저하에 따라 성장이 어려우니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상 여러 사업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 김지섭: 자본주의 관점에서 기업의 영리추구는 합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영세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있지 않나?

▶ 박선재: 한미약품의 온라인몰은 설립 당시보다 매출이 수십배 뛰었다. 큰 틀에서 보면 제약이나 유통업계 모두 공동체인데 거대 자본이 모든 영역을 차지하면 영세상인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과거 논란이 됐던 기업형 슈퍼마켓과 유사하다고 본다. 대형마트 들어오고 나서 동네상권이 위협을 받았고, 또 이후에는 대형마트에 입점하려고 영세상인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또 그로 인한 이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도 중요하다. 유통업체 설립에 따른 이득이 한미약품에 가느냐, 소비자에게 가느냐도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안경진: 물론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한미약품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런 논리로만 가면 돈이 가장 많은 사람이 뭘 해도 다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전체적인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 이득이 한미약품으로 간다면 최종 소비자가 국민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 영세한 업체는 죽느냐 사느냐인데, 단숨에 수십배 매출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아닌 것 같다.

▶ 박상준: 그러나 우리나라 유통마진은 너무 높다. 도도매 하려니 마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통마진은 15.7%(2조 6732억원)로 미국 2.9%, 유럽 5.7%, 일본 6.9%에 비해 매우 높다.

나라별 특성을 보정한다고 해도 마진율이 높은 편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제약사가 아닌 유통업이 성장하는 구조가 됐다. 궁극적으로 한미가 유통회사를 만드는 이유도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네거티브하게 접근하면 문제가 있다.

▶ 안경진: 철수할 때까지 시위하겠다는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약품도 구체적인 운영 형태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팜은 공격적인 프로모션, 카드 마일리지 제도 운영, 낱알반품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유통업체를 자극했을 수 있다. 구체적인 운영 형태에 있어 조율이 필요하고, 대화를 통한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

▶ 김지섭: 유통업계의 구조 현황과 상생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다른 시각에서 의견은 있나?

▶ 박미라: 약사의 의견이 궁금해 경기도에 있는 두 명의 약사에게 문의했는데, 그들은 오히려 한미약품의 유통업 진출을 환영했다. 비용도 그렇고 주문 또한 간단하고 편리해 기존의 도매업체에 비해 서비스가 낫다며,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더라. 이런 점을 볼 때 유통업체가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벤치마킹하고 체계를 정립해야 할 것 같다.

▶ 박선재: 제약사가 돈이 있으면 누구나 온라인팜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다.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대웅이나 다른 제약사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그런 기업이 늘어난다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있을 것이다. 

 거대자본에만 힘 실리는 경제논리 위험
‘지속 가능한 성장’ 막을 것

 온라인팜 무조건 철수는 해결책 못돼
 유통업계 자생력 키우는 전략 고민해야


▶ 원종혁: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기업의 유통업계 진출 확대 양상이다. 궁극적으로 좋아질지 나빠질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옆에 더 좋은 곳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더 몰리게 되어 있다. 다른 제약사들도 한미약품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진입하려고 할 것이다.

▶ 김정은: 대형마트도 소비자들에게 당장은 이익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동네상권이 무너졌다. 이렇게 대기업 중심으로만 지분을 늘려가다보면 결과적으로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이상돈: 우리나라는 자유경제주의다. 일단은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유통마진 문제는 계속 나오던 상황이고, 그간 유통업계에서 유통마진 문제를 개선 못하던 것을 시장이 개혁한다, 그런 점에는 반감이 없다. 다만 도도매 같은 구조적 문제는 시장뿐만 아니라 정부가 개입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또 시장 경제로 가면 정말 힘든 부분은 있다. 동네 빵집은 그룹 프렌차이즈에게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자생을 위한 일종의 자극제로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 원종혁: 거시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기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경제민주화'였다. 경제민주화란 누구나 노력한 만큼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구나'라는 데 있다.  현재의 논란은 마치 대기업의 갑질논란처럼 변질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 한미약품의 유통진출이 상생이라는 프레임에 잘 부합하는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 박선재: 단 유통업체의 구호인 무조건적인 온라인팜 철수만으로는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미약품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생을 하려면 서로 제안을 하고 중간선에서 논의를 해야 할 텐데, 지금은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 김수지: 상생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보다 먼저 유통업계의 자생 노력에 대해 묻고 싶다. 유통업계가 그간 자정활동과 경쟁구조에 있어 폐쇄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논란이 유통계가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이상돈: 기업형 슈퍼마켓 논란 이후 전통시장의 환경이나 서비스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의약품 유통업을 골목상권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매출 1조를 제약사보다 먼저 돌파한 지오영의 사례를 보더라도, 유통업계는 스스로 대기업과 상호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유통업계가 자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철폐를 주장하기에 앞서, 우리가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 이후에 이런 상황은 시장 침해 행위가 아니냐는 논리라면 몰라도 아무런 노력 없이 영역침해하지 말라고 하는 논리로는 안 된다.

▶ 김지섭: 유통업계도 경쟁력을 갖추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갈등의 폭을 좁히기 위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고신정: 대기업이 주변 상권을 장악해 공동화가 되면 법적으로는 막을 수 없지만 도의상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는 저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국회에서 상생법이 통과됐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합의가 된 부분이고 최근 의료계 쪽에는 달빛어린이병원 건도 있다. 엄마들은 이용이 편리하다며 굉장히 좋아하고, 국가에서도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는 등 장점이 있지만 달빛어린이병원이 환자를 흡수해 주변 개원의들은 고사할 위기라고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단순하게 눈앞의 이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함께 잘 살자는 마인드로 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 김지섭: 최근에는 제약협회도 회원사를 대상으로 유통업계와의 마진조사 등에 팔을 걷고 나섰다. 사실상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유통협회 차원의 압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18, 19일 유통협회가 1박2일 이사회를 통해 한미약품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결론 내렸다. 공존하고 상생해야 하는 제약·유통업계가 자칫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도, 유통업계도 서로가 등을 돌리는 상황은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로 더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고 조화로운 방향으로 마무리돼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리·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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