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요법과 뇌졸중 예방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전략이 위험도 평가전략부터 항응고요법까지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발전된 내용들이 반영된 것인데 지난해 발표된 국내외 가이드라인들에서 이런 양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신경과학회(AAN)와 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심박학회(HRS)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 관리를 제목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각각 발표했다.

AAN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군의 특성을 고려한 항혈전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현 위치를 구체적인 권고사항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2차예방 전략에 NOAC이 모두 포함됐고 두개내출혈 고위험군에서는 와파린보다 우선 권고됐다. 특히 와파린 부적합 환자에서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보다 아픽사반이 더 높은 근거수준으로 권고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ACC·AHA·HRS 가이드라인에서도 NOAC을 권고사항에 포함시켰지만 그보다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 평가도구를 CHADS2 스코어에서 CHA2DS2-VASc 스코어로 전환해 제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환자의 위험도를 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인데, CHA2DS2-VASc 스코어에서는 65~74세와 여성에 대한 평가항목이 포함돼 포괄적인 부분에서의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CHA2DS2-VASc 스코어 0점인 이들의 항혈소판치료를 생략할 수 있고, 1점인 이들에서도 치료하지 않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사항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아스피린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전략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변화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근거상 효과는 거의 없었지만 출혈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도 올해초 발표한 비판막성 심방세동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했다. 큰 틀에서는 AAN, ACC·AHA·HRS와 같이 NOAC과 CHA2DS2-VASc 스코어를 적용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NOAC 간 효과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권고하고 있지만, 감량이 필요한 기준에 대해서는 약물별로 구분해 제시하고 있다.
또 위험도 평가도구로 CHA2DS2-VASc 스코어를 통해 정확한 환자의 위험도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ACC·AHA·HRS 가이드라인과 동일하지만, 항응고요법을 권고하는 점수 기준이 1점으로 미국의 2점과 다르다는 점, 출혈 위험척도를 HAS-BLED 스코어로 우선 권고했다는 점, 그리고 아스피린을 권고사항에 남겨뒀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2014년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환자의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Neurology 2014;82:716-724)을 발표, 환자특성에 따른 항혈전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으로 신규 경구 항응고제(NOAC)를 비롯해 항혈전치료 관련 최신 연구결과들이 반영돼 있다. 특히 순환기 학계의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자특성에 따라 항혈전요법의 선택기준이나 항응고제의 선택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항응고제 vs 항혈소판제
NVAF 환자들은 같은 연령대의 일반 환자들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상당히 높다. 때문에 항혈전치료를 통해 혈전·색전사건 위험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이들 환자에서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인자들로는 과거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 병력, 연령(고령), 고혈압, 당뇨병, 성별(여성), 여타 증상성 혈관질환 등이 잘 알려져 있다.

AAN 가이드라인은 이들 환자에서 CHADS2 스코어 등 뇌졸중 위험도 예측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위험인자 여부에 따라 고·중등도·저위험군을 구분해 항혈전요법을 선택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우선 뇌졸중 또는 TIA 병력이 있는 NVAF 환자들을 뇌졸중 절대위험도가 가장 높은 그룹(연간 뇌졸중 절대위험도 10%)으로 규정하고, 항응고제 치료를 권고했다. 그간의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해 뇌졸중 2차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 전략으로 경구 항응고제를 앞세운 것이다.

한편 가이드라인은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없는 단일 AF 환자들을 연간 뇌졸중 절대위험도 2% 미만의 저위험군으로 구분해, 아스피린으로 치료하거나 항혈전치료 자체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들 환자군에서 항응고제의 뇌졸중 예방혜택 대비 출혈위험을 고려한 결정이다.

반면 뇌졸중 또는 TIA 병력이 없으나 여타 위험인자가 있는 NVAF 환자들로 정의된 중등도 위험군에게는 뇌졸중 절대위험도와 함께 항혈전치료의 위험 대비 혜택을 명확히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며 환자의 선호도와 임상의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75세 초과 연령대의 고령 환자와 치매 또는 빈번하지 않은 낙상 경험의 환자에게 경구 항응고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단 중증 치매, 빈번한 낙상, 말기 신장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경구 항응고제의 혜택이 명확하지 않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신규 항응고제 vs 와파린 vs 항혈소판제
항응고제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신규 항응고제의 출혈위험 감소혜택을 기반으로 좀 더 세밀한 치료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뇌졸중 1·2차예방을 위해 와파린(INR 2.0~3.0)과 함께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모두가 1차선택으로 권고됐다. 신규 항응고제들의 와파린 대비 뇌졸중 예방효과가 비슷하거나 높다는 RE-LY, ROCKET AF, ARISTOTLE 연구들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출혈위험을 고려한 접근법에서는 이전의 가이드라인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신규 항응고제들이 전면에 배치된 것이 눈에 띈다. 가이드라인은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한 NVAF 환자들 가운데 두개내출혈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신규 항응고제를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연간 두개내출혈 위험이 다비가트란 150mg 1일 2회(relative risk 0.40, P<0.001), 리바록사반 20mg 1일 1회(hazard ratio 0.67, P=0.02), 아픽사반 5mg 1일 2회(hazard ratio 0.42, P<0.001) 모두에서 와파린과 비교해 유의하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한 NVAF 환자에서 위장관출혈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아픽사반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권고 또한 주목된다. 아픽사반의 연간 위장관출혈 위험이 0.76%로 와파린(연간 0.86%)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수치가 낮았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판단이다.

반면 가이드라인은 와파린 치료로 상태가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경구 항응고제로 전환하기보다는 와파린 치료를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와파린 부적합 환자
신규 항응고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INR 모니터링이나 약물 간 상호작용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와파린 사용이 힘든 환자들에게 대체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은 우선 환자들이 INR 수치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를 원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우에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을 선택하도록 했다.

보다 광범위하게는 와파린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 자체가 부적합한 환자에게 아픽사반을 우선 권고했다. 와파린 부적합 환자에서 아스피린 대비 아픽사반의 뇌졸중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AVERROES 연구를 반영한 결과다.

아픽사반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비가트란 또는 리바록사반을, 경구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연이어 권고했다. 이상돈 기자

[AAN 가이드라인 권고사항]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은 뇌졸중 1·2차예방을 위한 전략으로 △항혈전요법의 선택 △항응고제의 선택 △와파린 부적합 환자의 선택 △환자특성에 따른 선택 등 주제별로 다양한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뇌졸중 고위험군에게 항응고치료를, 뇌졸중 1·2차예방 전반에 와파린과 함께 3개 NOAC을 권고한 것은 여타 가이드라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출혈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NOAC을 우선적으로 투여토록 주문하고, 와파린 부적합 환자에게 아픽사반 - 다비가트란 또는 리바록사반 -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 이중항혈소판요법 순으로 차등을 둬 권고한 것은 새로운 모습이다.

항혈전요법의 선택
-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이 높으며, 항혈전치료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동시에 항혈전제의 사용이 주요출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 또한 알려야 한다(Level B).
-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을 겪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차후의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상적으로 항응고치료를 적용해야 한다(B).
-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없는 단일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항응고치료를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B).
-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없는 단일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항혈전치료를 적용하지 않거나 아스피린을 통한 항혈전치료를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다(C).
- 75세 초과 연령대의 고령 환자에게는 최근 이유를 알 수 없는 출혈 또는 두개내출혈 경험이 없는 한 경구 항응고제를 통상적으로 적용해야 한다(B).
- 치매 또는 빈번하지 않은 낙상 경험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경구 항응고제를 적용할 수도 있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치매 또는 매우 빈번한 낙상 환자에서는 경구 항응고제의 위험 대비 혜택이 명확하지 않다(B).

가이드라인은 우선적으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어떠한 항혈전요법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이할 점은 CHADS2와 같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도 구분 모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델에 따라 뇌졸중의 절대위험도가 각기 다르다며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말도록 주문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이들 모델에서 제시된 항혈전치료 기준에 너무 완고하게 얽매이지 말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뇌졸중의 1·2차예방을 중심으로 항혈전치료의 선택을 제시했다. 우선 뇌졸중과 TIA 병력의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의 절대위험도가 가장 높다며 통상적으로 항응고제 치료를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뇌졸중 2차예방의 선택으로 항응고제를 내세운 것이다. 반면 추가적인 위험인자가 없는 단일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항혈전치료를 하지 말거나 아스피린을 적용토록 했다. 이들 환자는 CHADS2 스코어로 따지면 점수가 0점으로 저위험군에 해당한다.

항응고제의 선택
- 경구 항응고제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뇌졸중 1·2차예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B).
- 와파린(INR 2.0~3.0)
- 다비가트란 150mg 1일 2회(크레아티닌 청소율 >30mL/min 경우)
- 리바록사반 15mg 1일 1회(크레아티닌 청소율 30~49mL/min 경우) 또는 20mg 1일 1회
- 아픽사반 5mg 1일 2회(혈청 크레아티닌 <1.5mg/dL 경우) 또는 2.5mg 1일 2회(혈청 크레아티닌 >1.5mg/dL과 <2.5mg/dL, 체중 <60kg 또는 최소 80세 연령대 또는 둘 모두)
- 트리플루잘 600mg과 아세노쿠마롤 병용, INR 1.25~2.0(뇌졸중 중등도위험군, 대부분 개도국에서)
항응고제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와파린과 함께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으로 대변되는 신규 항응고제가 모두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2차예방 전략으로 권고됐다.
다만 신규 항응고제들은 신장기능에 따라 선택적인 사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개도국을 위한 선택으로 트리플루잘과 비타민K 길항제 아세노쿠마롤의 병용이 권고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NOAC
-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하지만 두개내출혈 위험이 높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을 투여해야 한다(B).
-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하지만 위장관출혈 위험이 높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아픽사반을 투여할 수도 있다(C).
- INR 수치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을 적용해야 한다(B).
- 와파린 사용 환자 가운데 상태가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신규 경구 항응고제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와파린 치료를 계속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다(C).

와파린 부적합 환자
- 와파린 치료가 부적합하거나 치료를 원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아픽사반을 적용해야 한다(B).
- 아픽사반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비가트란 또는 리바록사반을 적용할 수도 있다(C).
- 경구 항응고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C).

와파린 치료가 부적합한 환자에서도 아픽사반이 우선적인 적용 대상으로 권고됐다. 와파린이 부적합한 환자에서 아스피린 대비 아픽사반의 뇌졸중 예방효과를 보고한 AVERROES 연구결과에 근거한 결정이다.
아픽사반에 이어서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과 같은 신규 항응고제와 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의 이중항혈소판요법이 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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