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정병천 연구이사

 

- 지침 개발 배경은?
미국, 캐나다 등 해외학회에서 잇단 가이드라인을 선보이면서 국내에서도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나아가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등장하면서 정리된 내용이 필요했다. 2012년 캐나다심혈관학회(CCS), 2013년 아태부정맥학회(APHRS), 미국심장학회(ACC)를 포함한 연관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었다.


- 2012년도에 대한뇌졸중학회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1차예방 가이드라인을 냈는데 약제 부분에서는 이와 중복되지 않나?
뇌졸중학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라는 약이 있다는 소개였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라는 것은 명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약제의 구체적인 대상군과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진단부분이 크게 바뀌었다. CHA2DS2-VASc 스코어를 권고했는데 어떤 배경 하에 진행됐나?
CHA2DS2-VASc 스코어를 권고한 이유는 저위험 환자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위해서였다. 이전 것인 CHADS2 스코어로 볼 때 0점인 경우 약을 쓰지 않았고, 1점이면 아스피린 또는 와파린, 2점부터는 와파린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새로운 툴을 적용하면 약물을 써야 할 군과 쓰지 말아야 할 군이 확실히 구분된다. 즉, 저위험군에서 불필요하게 NOAC이라든지 와파린을 쓰지 말자는 게 주 목적이다.

- 그러나 CHA2DS2-VASc 스코어를 적용할 때 위험인자가 없어도 70세 이상이고 여성이면 2점이라서 약물 복용대상이다. 모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이라도 위험인자가 없으면, 0점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일부 한계는 있지만 모든 것을 감안해도 이전 것보다는 더 선별적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여성 자체가 위험인자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연구를 검토해 보면 고령으로 갈수록 남자보다는 여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 출혈 위험도 평가에서 HAS-BLED 스코어가 강조됐다.
HAS-BLED 스코어는 전혀 새로운 툴은 아니지만 이번 치침을 통해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위험도를 평가할 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게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달리 외국은 좀 다르다. 미국의 경우 HAS-BLED 외에 RIETE, HEMORR2HAGES 등도 쓰고 있는데 매우 복잡해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 약물 사용에서도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CHA2DS2-VASc 스코어 기준에 따라 1점 이상부터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 또는 와파린 같은 항응고요법을 쓰라고 돼 있다. 반면 미국은 1점이라도 치료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본격적인 치료 시점은 2점부터로 명시해놨다는 점이 다르다. 아울러 국내서는 아스피린 단독 또는 클로피도그렐 병용요법도 명시했는데 이는 1차 치료제로 NOAC을 쓸 수 없는 환경을 감안한 것이다.

- 에독사반은 왜 포함이 안 됐나?
제작 당시 에독사반은 기본적인 데이터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한 업데이트된 내용을 다 담다 보면 논문 발표가 늦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연구회 회장 이하 임원회의 끝에 2014년 초반까지 나온 것은 연구 근거만 반영하기로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누락됐다. 개정판이 나올 때 재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신장애 환자들의 처방법도 강조한 것인가?
신기능장애 환자는 용량 감량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중증도 이상 신부전 환자에게는 일단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를 권하지 않는다. 다만 용량조절을 하면 중증도 환자도 투약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는 데이터가 없는 게 한계다. 다행히 환자들이 많지는 않다.

- 내용면에서 특별히 강조한 점은?
큰 맥락에서는 같지만 우리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들을 아시아인에 적용할 때 두개내출혈을 낮춘다는 점이다. 와파린은 두개내출혈이 아시아 환자에서 높았다. 이러한 부작용은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라서 한국에서는 좀 더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를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뉘앙스를 많이 담았다.

-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대효과는?
와파린 투약환자들의 관리는 매우 어렵다. 적어도 4주에 한 번은 피검사를 해야 하는데 잊어버리기도 하고 고령이면 내원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뇌졸중 발생률이 높아진다. 반면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를 적용하면 와파린 대비 3배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고 내원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많다. 이는 향후 개원가에서도 환자를 진료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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