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P-4 억제제와 병용 땐 베타세포 보호

1. 우리나라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의 의미
2. 인슐린 저항성 개선 및 췌장 베타세포 기능 개선의 필요성
3. TZD의 효과
4. TZD의 안전성
5. 실제 임상에서 TZD의 활용법
6. 실제 임상에서 TZD 병용요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7. TZD 처방 환자를 위한 생활습관 관리 안내 지침
8. 인터뷰 -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

2009년 로시글리타존(대표 제품명 아반디아) 퇴출 사태로 한동안 외면받던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약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TZD 약물은 현존하는 당뇨병 치료제 중 유일하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약제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인의 당뇨병 특성상 꼭 필요한 약제라는 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크레틴 기반의 DPP-4 억제제와 병용할 경우 베타세포 보호에 있어서 최적의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TZD 약제의 임상적 효능에 대해 연구하는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임상적 활용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국인, 서양인에 비해 베타세포 기능 저하에 더 취약
국내 당뇨병 75%가 인슐린 저항성 환자...TZD 가치 있어

 

-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의 의미는?

한국인은 서양 사람보다 인슐린 호르몬 자체의 능력이 다소 떨어져 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는 신경세포에 준할 만큼 분화가 잘 돼 있는 세포기 때문에 인슐린분비능은 타고 날 때 기본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서양사람은 기본적으로 베타세포의 기능이 좋다. 한국인과 같은 아시아인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지방조직의 양도 코카시안에 비해 낮고 베타세포도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같은 비만이라도 한국인의 인슐린 저항성이 베타세포 기능 저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저항성 환자는 어느 정도로 파악되나?
2005년 시점에서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분비능과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임상적 특성을 평가한 연구를 보면 제2형 당뇨병 환자군의 46.1%에서 인슐린 분비 장애를 보였고, 70.6%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보여 인슐린 저항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미뤄볼 때 최근 국내 인슐린 저항성 환자 규모는 전체 당뇨병 환자 중 75% 정도로 예상된다. 인슐린의 저항성 범위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한 점은 인슐린 저항성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며 이는 상당수 환자에서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토대로 보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비만이다. 갈수록 서구화된 식생활과 잦은 음주, 운동량 저하가 비만도를 높이는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내장지방 비만환자가 늘고 있다.

- 그렇다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생활습관 개선이다. 결국 당뇨병이라는 것은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든, 소모를 못 하든, 몸에 누적되는 에너지가 조절 가능한 능력을 넘어선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줄이든지(체중 감량) 인슐린의 효과를 좋게 하든지(운동) 생활습관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 식사 습관의 개선 등이 있다. 약물 요법 중에서는 TZD가 있다. 이 약은 PPAR(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γ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촉진제다. PPAR-γ는 지방, 근육, 간 등 인슐린의 표적장기에 분포하면서 지질대사, 지방세포 분화, 인슐린 작용 등을 조절한다. TZD는 간, 근육, 지방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킴으로써 과잉 생성된 지방을 필요한 조직으로 재배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쉽게 말하면 지방조직 즉 에너지가 저장된 부위의 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 노화로 비대해진 지방세포가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독성물질을 분비하게 되는데, TZD는 지방세포의 순환 정상화에 기여해 대사증후군과 관련한 문제를 예방하게 된다. TZD는 지방산을 지방세포로 이동시켜 혈중 유리지방산을 감소시킴으로써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정상적인 지방분화를 촉진하고 이러한 지방세포에서 아티포넥틴(adiponectin)의 분비를 촉진해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관여하는 것이다.

- TZD가 베타세포 기능도 향상시킨다고 말할 수 있나?
정확하게 말하면 베타세포의 환경을 좋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베타세포는 분화가 매우 잘 된 세포이기 때문에 성장이 멈춘 후 더 이상의 증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일부 쥐 실험에서 베타세포의 증식을 증명해 보이는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 결과를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면 쥐는 사람으로 치면 20세 정도, 즉 성장이 지속되는 시기까지 살다 죽게 된다. 하지만 사람에서 생기는 대부분 성인질환은 성장이 이미 끝난 중년기 이후에 주로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TZD의 역할은 당뇨병, 비만 또는 대사증후군 상태일 때 베타세포가 받게 되는 스트레스(과도한 인슐린 분비, 염증 물질에 노출, 산화스트레스,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 등)에 대한 기능장애를 해결하는 데 중요 역할을 하는 PPAR-γ의 기능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능에 의해 세포의 환경이 개선되면서 베타세포가 원래의 기능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간접적인 효과에 의한 기능 개선이다.

- 궁극적으로 어떤 환자에게 TZD 투여가 필요한가?
모든 제2형 당뇨병에는 인슐린 저항성이 반드시 존재하지만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병인이 되는 환자에서 TZD는 우선적으로 사용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 HOMA-IR) 또는 C-peptide 검사 등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복부비만(남자 90 cm, 여자 86 cm 이상)을 기준으로 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일 경우 인슐린 저항성의 질환 발생의 주원인이므로 이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짧고 비교적 젊은 환자에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TZD의 다양한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젊은 환자는 여명이 길어 장기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TZD가 가진 지속성은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여생 동안에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환자 관리의 중요한 부분으로 볼 때 TZD가 가지는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의 억제 및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큰 이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당뇨병 치료에 있어 TZD 역할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인슐린 저항성 문제는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 큰 숙제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을 갖고 있는 약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TZD를 DPP-4 억제제와 사용하면 상호보완적이다. 인크레틴 기반의 DPP-4 억제제는 베타세포 원래의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메트포르민 제제와 같이 쓰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데 상승작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당뇨병 치료 약제의 약가가 많이 저렴해지면서 보험적용의 기준이 완화돼 약제 처방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양한 약제 기전을 이용한 적극적 치료가 좀 더 용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뇨병을 연구하는 의사의 입장으로, 당뇨병이라는 병이 비록 완치는 불가능하더라도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합병증을 완벽하게 정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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