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 이명덕 교수팀 2세 소아에 간 제외, 소장 포함 소화기계 6개 장기 동시이식 성공

▲ 변형다장기이식을 신군이 퇴원기념 행사에서 케익을 자르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2세 환아에게 변형다장기이식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가톨릭의대 이명덕 교수팀(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 및 위장관재활팀)과 장혜경, 김지일, 김상일, 박재명 교수팀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던 2세 소아에게 4세 뇌사아의 소화기계 장기 6개를 이식했다.

국내에서 다장기이식을 드물게 시행한 적이 있지만 간을 제외한 변형다장기이식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변형다장기이식술은 간을 떼내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어 이식 장기가 1개 적지만 문합하는 혈관 수도 훨씬 더 많고 보다 정밀한 세부과정이 필요하여 기술적으로는 난이도가 더욱 높아 가장 어려운 복부수술로 손꼽힌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신모군은 출생 후 약 70일경에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작스런 장 폐쇄증상이 나타났는데 여러 병원을 찾은 후에야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위장관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 및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진행하여 장애범위가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되며 이로 인해 영양결핍 뿐만 아니라 정체된 창자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번식, 감염으로 폐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신군이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소장이식수술을 성공시킨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를 찾았다.

2014년 11월 25일 막연한 기다림 속에 기적이 다가왔다.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4세의 숭고한 장기 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신군의 신체 크기가 맞아 장기를 한 덩어리 채로 옮겨야 하는 신군의 다장기이식에 더 없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됐다.

▲ 다장기 이식 모식도

혈관이식외과 김지일 교수는 이식을 위해 기증자의 장기 적출을 시행했다. 변형다장기이식에는 내장동맥부터 상장간막동맥까지 한꺼번에 대동맥에 붙은 채로 얻지 못하면 혈류를 유지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간, 소장-췌장 및 신장의 혈관 나눔은 매우 예민했다.

더욱이 타 기관에서는 기증자의 심장, 폐, 간을 이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런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타 기관 의료진들에게 변형다장기이식의 중요성과 어려운 점 등에 대하여 잘 설명하고 이해되어 최대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 교수가 나선 수혜자 수술은 간을 보전하면서 기타 소화기관들을 절제하여야 했기 때문에 보통 이식보다 복잡하고 정밀성이 필요하며 각 장기들을 이식하며 절단, 문합, 결찰 등이 반복됐다.

총 5군데의 혈관 문합, 담도 연결을 포함한 위장관 부분 5곳 문합,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설치, 급식용 장루관 1곳 조성 등 총 13가지의 중요한 독립적 수술과정이 18시간 30분 동안에 이루어졌다.

이식 후 혈류가 이식편에 다시 개통돼 이식된 장기들이 살아나기 까지 냉각허혈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이식된 소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최대 허용시한인 8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완료됐다.

신 군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진균성간농양과 폐렴 등 감염증과 일반 고형 장기이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식편대숙주반응까지 겪는 등 3가지의 위중한 고비를 겪었으나 5개월 이상의 병원 생활 후 퇴원했다.

현재 하루 식사 필요량의 2/3 이상을 입으로 섭취하고 있으며 퇴원 이후 당분간 소량의 정맥영양제와 수액보조투여를 하지만 곧 종료하게 된다.

함께 이식된 췌장 기능도 좋아 혈당도 안정되고 혈중 아밀라제는 줄곧 정상 범위를 유지하였다. 1년 후 장루 복원 등의 마무리 수술을 아직은 남겨 둔 상태이나 힘든 고비는 다 넘긴 셈이다.

이명덕 교수는 “소장 단독이식이나 다장기이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수술이어서 매우 긴장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모두 잘 극복한 환아와 보호자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병원에서 이식과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 군은 입원생활을 끝내고 지난 5월 1일 오전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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