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 사진·고민수 기자

국내 사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이를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사회·정책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여파에 비해 간질환의 주목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연령별로 구분했을 때 사회적 생산력이 높은 20~60대에서 간암의 발생률 및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고 간경화 역시 50대 전후에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는 것. 이와 함께 임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간질환인 B형간염 관리 역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백신 접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들은 20대 이하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B형간염 관리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치료전략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아직도 B형간염? 여전히!
임 교수는 우선 사회적으로 20~60대 인구의 간질환 관리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연령대에서 간암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간질환의 유병률이 매우 높다는 점, 그리고 간암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으로 B형간염의 철저한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B형간염 예방접종 사업의 여파를 언급하고 있지만, 임 교수는 B형간염 예방접종 사업을 통한 유병률 감소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1992년에는 B형간염 접종을 권고하는 수준이었고, 2000년대 접어들어 의무접종이 된 만큼 현재로서는 20세 미만 인구에서만 예방접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B형간염은 1차적으로 예방적 중재전략을 시행하고, 다음으로는 항바이러스제 치료 및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20~60대 인구의 B형간염 치료 및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항바이러스 치료는 평생숙제
항바이러스제 치료의 목적은 바이러스 박멸(eradication)이지만, C형간염과 달리 B형간염 바이러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일정기간 증식을 억제하면 사라지지만, B형간염 바이러스는 세포핵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에 B형간염 항바이러스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인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 및 간암 위험도의 감소가 되지만, 문제는 ‘장기간’이 얼마나 되는가다. 임 교수는 국제적으로 B형간염의 장기적 관리에 대해서는 50년으로 컨센서스가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B형간염 정도평가의 기준으로 간주되는 혈청학적 기준인 S항원(HBsAg)이 소실되기까지의 시간을 추산한 결과다. 특히 임 교수는 “이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제인 엔테카비르와 테노포비르로 치료한 경우를 평가한 내용으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 B형간염 환자들은 평생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추가적으로 중간에 약물을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도가 높다는 점도 덧붙였다.

초기부터 강도 높게 내성 관리
간암 예방 및 장기적인 B형간염 관리의 필요성에 이견이 없는 가운데 학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부분은 비용 대비 효과적(cost-effective)인 B형간염 관리전략의 구축이다.

비용 대비 효과적인 B형간염 관리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로 비용, 효과의 지속성, 내성, 부작용이 꼽히는 가운데 임 교수는 내성환자 관리전략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The Liver Week에서는 내성환자에서 기존에 사용되던 병용요법과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국내 근거들이 제시되기도 했고, 지난해 대한간학회 B형간염 진료지침 부분개정안에서도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은 내성환자 관리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노력을 반영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임 교수는 “아데포비르 병용전략의 경우 단독요법 대비 효과는 비슷하지만 비용은 물론 장기간 사용했을 때 신독성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사용했던 것은 추가적인 내성 발생률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내성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연구에서 추가적인 내성이 발생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임 교수는 초기부터 고강도의 항바이러스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형간염 내성에도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이 효과를 입증했지만 이는 병용요법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으로 “내성이 없는 환자에 비해 라미부딘 내성, 엔테카비르 내성, 아데포비르 내성 동반환자에서 순차적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율이 유의하게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가능하면 내성이 발생하기 전, 내성이 발생했다면 더 강한 내성이 생기기 전에 테노포비르나 엔테카비르 등 강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노포비르 단독요법 근거 충분…정책적 지원 필요
임 교수는 궁극적으로 간암 발생 및 사망 예방을 위해 B형간염 관리의 필요성은 명확하고, 20~60대 환자에서 간암 발생 및 사망률 증가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효과적으로 B형간염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의 노력과 함께 정책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국내에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방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테노포비르 단독요법에 대한 근거가 제시됐지만, 국가 보험체계에서 관련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1차를 포함한 국내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에 임 교수는 “국가 보건재정과 환자의 부담정도를 생각했을 때 내성환자에서 테노포비르 병용요법과 단독요법이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근거가 있는 이상 단독요법의 적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고, 간경화 간암 환자의 위험도 관리 차원에서 B형간염 치료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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