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 장질환 치유 가능성 제시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었던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질환이 항생제를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장내세균이 일정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냄에 따라, 이를 차단하는 항생제의 기전을 활용한 전략이다. 연구에서 항생제 치료는 노로바이러스의 증식을 직접 억제하지는 않았으나, 이에 일조하는 장내세균을 무력화시키면서 바이러스의 지속감염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식중독이라고도 불리는 장내 노로바이러스 감염병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고 이전에 감염됐던 사람도 재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겨울을 지나면서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염(식중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지속감염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항생제 치료의 유효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대 Herbert W. Virgin 교수팀이 Science 2015;347:266-269에 발표한 ‘노로바이러스 지속감염에 있어 장내세균과 인터페론 람다(interferon-λ)의 역할’에 관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항생제로 장내세균을 무력화시킨 실험쥐에서 노로바이러스의 지속감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생제 치료가 없었던 일반 쥐에서는 감염이 관찰된 것을 고려할 때, 장내세균이 노로바이러스 증식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Virgin 교수팀은 장내세균이 노로바이러스 지속감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내세웠다. 실험쥐에게 2주 동안 다양한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세균을 무력화시킨 상태에서 급성 및 지속감염을 야기하는 노로바이러스 균주(CR6)를 접종, 이후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접종 후 3일과 14일 시점에서 대변 및 장조직 분석을 통해 항생제 치료 실험쥐 대부분에서 장내 지속감염이 차단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후 항생제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도록 실험쥐를 보정하고 대변이식을 통해 장내에 세균을 투입한 뒤 CR6 균주를 다시 접종했다. 그 결과 대변과 장조직 분석에서 CR6 균주의 감염능력이 그대로 발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항생제 치료가 유지된 실험쥐에서는 바이러스의 감염능이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장내세균이 바이러스의 지속감염 능력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항생제를 통해 장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발병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대 연구팀은 노로바이러스와 관련한 또 다른 실험에서 인터페론 람다가 장내 바이러스의 지속감염을 제어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인터페론 람다가 위장관 바이러스 감염병의 잠재적 치료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체내 선천성 면역기능, 특히 인터페론 람다의 대사경로가 노로바이러스 지속감염을 억제하는데, 장내세균이 면역기능에서 인퍼페론 람다의 역할을 제한한다”며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에서도 항생제의 임상적용을 통해 장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장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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