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사우스웨일스의대 마크 보이드 교수

새로운 통합효소억제제가 국내 허가되면서 에이즈 치료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단일제로 랄테그라비르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돌루테그라비르 추가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늦게 나온 만큼 장점도 고루 갖췄다. 바이러스 억제능력이 기존 경쟁 제제보다 뛰어난 것은 물론 복용상의 편리성과 내성 변이도 거의 없다.

때문에 이 약물은 전세계 에이즈 치료 지침에서 우선 권고 약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올해 급여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 처방을 앞둔 상황에서 지난 17일  대한화학요법학회·대한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 수석 연구전담교수(senior research fellow)인  마크 보이드 박사를 만나 몇가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 호주의 HIV 전문가 마크 보이드(Mark Boyd) 교수가 돌루테그라비르는 편의성과 효과 내성을 모두 잡은 약제라고 소개하면서 치료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Q. 임상연구를 보면 돌루테그라비르가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반응을 보인다. 주요 임상 연구를 소개해 달라.
지난 10년간 개발된 약제들은 대부분 비열등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제가 승인되었기 때문에 새로 승인된 약제들은 기존 치료법과 비슷하거나 기존 치료제에 비해 열등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좋지도 않다. 하지만 돌루테그라비르의 경우 여러 3상 임상시험에서 우월성을 입증했다. 랄테그라비르가 치료 4~5년 후 에파비렌즈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는데, 돌루테그라비르는 SINGLE 연구에서 무려 48주 만에 에파비렌즈 대비 명확한 우월성을 입증했다. 이런 약제는 돌루테그라비르가 처음이다. 특히 FLAMINGO 3상 임상시험에서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다루나비르에 대한 우월성을 입증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SAILING 연구에서는 인테그라제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대상으로 랄테그라비르 대비 우월성을 또 한 번 입증했다.

Q. 기존 약제보다 뛰어난 효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월성을 입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랄테그라비르 대비 돌루테그라비르의 높은 바이러스 억제 효과 때문인지, 혹은 1일 1회 복약의 편의성 때문인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약제의 섬세한 디자인 덕분에 돌루테그라비르가 인테그라제 효소에 아주 깊고 깔끔하게 붙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돌루테그라비르는 인테그라제에 결합해 있는 시간이 랄테그라비르 대비 10배 가량 길고 엘비테그라비르/코비시스타트/테노포비르/엠트리시타빈(EVG/Cobi/TDF/FTC) 복합제보다 훨씬 더 길다.

Q. 특히 내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이유는 무엇인가?
돌루테그라비르 약제 계열인 인테그라제 억제제에 대한 내성도 안 생겼을 뿐만 아니라, 같이 복용하는 다른 계열 약제(NRTI)에도 또한 내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이다. 이에 비해 랄테그라비르의 경우 내성이 2~3% 정도 발견됐다. 따라서 내성 발생률을 고려하면, 돌루테그라비르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성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돌루테그라비르가 랄테그라비르나 EVG/Cobi/TDF/FTC 복합제에 비해 인테그라제에 아주 깊고 깔끔하게 결합해 있고 결합해 있는 시간도 훨씬 길기 때문인 것 같다.

Q. 크레아티닌 수치가 약간 올라가는데 장기간 복용했을 때 신독성 위험성은 없나?
현재 144주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보통 신기능이 저하되면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가는데, 소변으로 배출되는 크레아티닌 중 5~20% 는 신장기능이 아닌 수송 단백질에 의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돌루테그라비르는 이 수송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치료 초반에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지는데, 이것은 신기능 저하 때문이 아니라 수송 단백질 억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Q. 국내에서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실제 연구의 결과가 임상에서도 나타나는지 호주의 임상 사례를 소개해달라.
현재 호주에서 개인 병원과 공공 클리닉, 두 개의 외래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의 성격에 따라 방문하는 환자의 특성도 다른데 양쪽의 환자 모두에게 돌루테그라비르를 처방하고 있다. 개인병원에는 주로 경제활동을 하며 바쁘게 살고 있는 환자들이 방문하는데,  자연스럽게 하루 한 번 복용할 수 있는 편한 약, 그리고 부작용이 없는 약을 원한다. 돌루테그라비르가 출시되면서 아바카비르/라미부딘 혹은 테노포비르/3TC와 함께 복용하게 되면 약을 시간이나 식사와 무관하게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되니까 개인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이 약을 처방한다.
 

경제력이 약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공 클리닉에 오는 환자들은 마약성분 약물에 노출돼있는 경우가 있다. 호주에는 암페타민 같은 마약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리토나비르나 코비시스타트 같은 부스터 약제가 들어간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또한 여러 개의 약을 복용하기 힘들어 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도 부스터가 필요 없는 돌루테그라비르를 처방한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환자들을 보고 있지만, 1일 1회 복용, 안전성, 좋은 내약성을 측면에서 모든 환자에게 최적의 약물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도 돌루테그라비르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Q.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는 조합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HLAB*5701 음성이 나온 환자의 경우 키벡사(ABC/3TC 복합제)+돌루테그라비르를 처방하고, HLAB*5701 양성일 경우 신장에 큰 문제가 없는 환자면 TDF/FTC 복합제+돌루테그라비르를 처방한다.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HIV-1 RNA 수치가 30만 copies/ml 이상이었는데 돌루테그라비르로 치료를 시작한지 한 달 만에 그 수치가 300 copies/ml로 1,000배 이상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NNRTI인 에파비렌즈의 경우 24주나 지나야 바이러스 수치가 50 copies/ml로 떨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Q. 돌루테그라비르의 허가를 계기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졌다. 향후 기대효과는?
랄테그라비르는 좋은 약이지만 하루 두 번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최근 나온 4제 복합제(EVG/Cobi/TDF/FTC) 복합제에 포함되어 있는 엘비테그라비르는 코비시스타트라는 부스터를 필요로 한다. 부스터 약제의 약물 상호작용은 HIV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호주는 HIV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 다른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EVG/Cobi/TDF/FTC 복합제를 처방하게 될 경우 다른 약제들과 상호작용을 일일이 확인한다. 예를 들어 EVG/Cobi/TDF/FTC 복합제와 특정 고지혈증 약제를 동시 투여하게 되면 고지혈증 약제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므로 횡문근 융해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돌루테그라비르는 이러한 기존 HIV 치료제의 미흡했던 부분들을 해결해 준 치료제이다. 하루 한 번 복용하고, 부스터가 필요 없어 약물 상호작용이 적으며, 내약성이 높고, 지방이상증 발생가능성이 낮고, 식사와 관계 없이 복용 가능한 혁신적인 약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마크 보이드(Mark Boyd) 교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
수석 연구전담교수(senior research fellow)
관심 연구 분야
마크 보이드 교수는 저∙중∙고소득 국가들에서 최적의 HIV/AIDS 관리 방법을 입증하기 위한 개입(interventional) 연구방식의 임상시험 수행을 비롯해 HIV/AIDS 전반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보이드 교수는 아시아,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서남 태평양 제도를 포함하는 지역), 유럽, 캐나다, 라틴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공동 연구자들과의 협력 하에 HIV/AIDS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그는 폐결핵, 특히 HIV/폐결핵 동시감염과 항레트로바이러스 제제의 독성에 대한 연구, 임상연구 수행에서의 생명윤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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