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기마치는 추호경 의료분쟁조정위원회 초대원장

지난 2012년 4월 취임한 추호경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초대원장이 4월8일 임기를 마치고 본업인 법조인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의료계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터라 한편으로 시원섭섭하다는 추호경 원장. 그가 생각하는 의료중재원의 3년은 "삶의 큰 줄기가 녹아있다"로 집약된다.

▲ 추호경 원장

"힘들었지만 참으로 보람된 기간이었습니다. 검사로 보건의료를 전담하고,, 보건대학원 석·박사 과정에서 보건의료 공부를 한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심의관과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법제 업무를 맡아 해 본 것, 대한의료법학회와 대한보건협회 등 학회와 관련 단체에서 활동을 해 왔던 것, 사법연수원 교수로서 예비법조인들에게 '의료과오 손해배상'을 가르친 것 등이 의료중재원 초대원장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첫원장으로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는 그는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의료중재원을 설계해 나갔다. 각종 규정과 업무 매뉴얼 등을 만들면서 잘될까 걱정도 많았지만 상임위원들과 직원들의 덕에 생각보다 빨리 안착이 되고 업무도 제대로 가동됐다. 지난해에는 기관경영평가에서 A등급도 받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설립 취지와 달리 의료기관과 환자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지금도 고민이다.

여기엔 조정절차 개시에 피신청인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법 제27조 제8항이 매우 이례적인 입법례로 잘못된 조항이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초기에 일부 의료인단체에서는 조정절차에 절대 참여하지 말라고 공문을 발송하고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데는 심히 당황했다.

"위기가 기회가 됐습니다. 법이 잘못됐음을 탓하거나 참여거부를 하는 의료인을 비판하기 보다는 접수되는 한 건 한 건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잘 처리해서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강조했죠. 다행히 조정개시율이 2012년 38.6%에서 올해는 48.9%에 이르렀고, 조정성립률도 90% 대를 유지해 의료인들도 차차 진정성을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추 원장은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되고 의료사고 관계자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등 장점이 있는 이 제도를 두고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형사 피의자로나 민사소송의 피고로 시달리는 것은 매우 안타까워 했다.

또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재원은 지금도 논란이 많지만 분담금은 3분의 2 정도가 납부했으며, 가장 반발이 심했던 산부인과는 오히려 손을 내밀고 있어 흐뭇한 상황. 그는 산과 분만사고로 인한 사건의 조정참여율이 61.5%로 여타 진료영역에 비해 가장 높고(평균 45.7%), 조정성립률도 94.6%나 되기 때문에 갈등이 없다고 내다봤다.

그래도 일부에선 산부인과 의사들을 옥죄고 진료의욕을 꺾고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원장은 "이 제도가 '환자 측의 물리적 실력 행사'를 막는 데 매우 유용하고, 또 제도 이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실효성도 상당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며,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단 시행해 보면서 그 운영 주체 및 재원 분담 등의 문제를 차차 개선토록 하는 것"을 권고했다.

또 의료계에는 "이해관계가 엇갈려 전체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 분야, 의료기관이나 근무 형태, 세대, 출신대학 등 다름을 뛰어넘어 대승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일부 의료계 지도자들의 경직된 사고도 개선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덧붙여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기회가 꽤 있었는데 결국 도움을 별로 드리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의료중재원은 준사법기관이다. 그러나 옳고 그름만 정확히 판단한다고 해서 그 소임을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이 '사법적 정의(judicial justice)'를 구현하는 곳이라면 의료중재원은 거기서 더 나아가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까지 실현하는 치유적 사법기관이다. 환자 측과 의료인 측 모두를 따뜻하게 보듬어 의료분쟁으로 받은 상처를 깨끗이 낫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중재원 원훈이 '바르게, 따뜻하게'라고 했다는 추호경 원장의 눈가에 촉촉함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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