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way Vista 2015] COPD 환자에서 페노타입 연구의 중요성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서 맞춤치료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해법을 질환의 '페노타입(phenotype, 환자군 분류를 통한 관찰 진행 방법)'에서 찾고 있다. 이들 질환을 진단부터 중복이 심하고 이질적(heterogeneity)인 성격을 가진다는 이유로 임상적 표현형인 페노타입에 주목하자는 논리다.

페노타입 관련 연구는 기존 치료제만으로도 증상조절이 충분한 대부분의 환자보다는 치료효과가 낮은 중증 환자들에 초첨이 맞춰졌다. 중증 환자들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전략과 새로운 약물개발이 절실하기 때문.

지난 21~22일 서울아산병원 만성기도폐쇄성질환 임상연구센터(센터장 이상도) 주최로 개최된 제8회 만성기도폐쇄성질환 국제 심포지엄(Airway Vista 2015)의 주제도 최근 흐름을 반영하듯 '질환의 임상적 표현형부터 환자별 맞춤의학까지(From Phenotyping to Personalized Medicine)'였다. 심포지엄 기간 논의됐던 천식과 COPD 관리전략 가운데 이슈가 됐던 주요 주제들을 살펴봤다. 

1. 천식 페노타입 규명과 도입 앞둔 새로운 타깃 치료제들

2. COPD국내 코호트 KOLD·ANOLD, ACOS 실체 분명

 

 

COPD "병기진단에 HRQOL이 더 효과적"
페노타입 국내 연구 KOLD·ANOLD

COPD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며 사회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더욱이 아시아권역에서는 높은 흡연율을 비롯 화석연료 및 기타 바이오매스(biomass) 연료 사용, 작업상의 분진 발생 등과 관련 실내외 공기오염이 상대적으로 심하기 때문에 유병률이 증가세에 있다. 이 외 COPD가 증가하는 이유로 진행이 느린 질환 자체의 이질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COPD의 주요 특징으로 만성적인 기류제한이 나타나지만 비슷한 증상의 환자에서도 임상적, 생리적, 영상판독, 치료반응, 폐기능 감소 등 저마다 다른 이질적인 양상이 관찰된다는 게 문제다. 결국 해당 환자에서 유전적인 특징이나 환경인자가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COPD의 이질성을 밝히고자 각기 다른 병인론이나 유전적 차이를 가진 환자에서 장기간 코호트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 지역 COPD 환자에서 페노타입 연구의 중요성'을 발표한 울산의대 이상도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페노타입과 관련 국내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KOLD(The Korean Obstructive Lung Disease) 코호트 연구와 ANOLD(Asian Network for Obstructive Lung Disease)를 예로 들었다.

KOLD는 2004년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되는 전향적인 관찰연구로 COPD 환자에서의 뚜렷한 페노타입을 분류하고, 폐고혈압 관련 인자 및 COPD의 악화(exacerbation), 치료반응 예상인자를 찾고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지역 COPD 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ANOLD 역시 지난 2008년 구성돼 아시아지역에 보고되는 COPD 질환의 이질성및 해당 페노타입을 매년 논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COPD 환자에서 페노타입을 크게 △임상적(clinical) △생리학적(physiological) △방사선학적(radiological) △기타: 전신적인 염증반응, 환자의 유전형, 최근 문제가 되는 ACOS 등으로 구분했다.

임상적인 분류와 관련해서는 호흡장애, 낮은 체질량지수(BMI), 만성 기관지염, 빈번한 악화, 비흡연 COPD 환자를 들었다. 이 교수는 "생존과 긴밀한 연관성을 보이는 호흡장애는 미국흉부학회(ATS)의 병기진단을 따르는 것보다 건강 관련 삶의 질 척도인 HRQOL이 보다 명확한 분류를 도와준다"며 "낮은 BMI 즉,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체중감소가 일어난 경우 사망률의 증가를 예측하거나 HRQOL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폐기능의 악화를 가속화시키는 만성 기관지염도 흡연자에서는 기류폐쇄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으며 사망률, 증상 악화의 빈도, 하부기도 감염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보건영양조사 3차(NHANES-III) 결과에 따르면 비흡연자임에도 COPD를 진단받은 경우는 25% 수준으로, 80%는 경증 COPD, 80~90%가 여성으로 조사됐다.

치료제 선택 시 페노타입·치료반응성 우선 고려

한양의대 김태형 교수(한양대구리병원 호흡기내과)는 'COPD 환자관리에서 최적의 흡입기 선택'을 발표하면서 치료제를 선택할 때 환자별 페노타입과 치료반응성, 개인적인 기기 선호도, 부작용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S를 사용하는 COPD 환자에서는 폐렴과 증상 악화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큰 이슈다.

올바른 약제 선택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평가로 FEV1이나 MRC(Medical Researrch Council), CAT(COPD Assessment Test), 악화빈도 등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다.

김 교수는 "장기간 치료에서 ICS와 LABA의 병용치료는 1차 치료제로 추천되는데 최근 기관지확장제의 효능과 안전성이 개선된 치료제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ICS + 항콜린제를 섞는 2제, ICS + LABA + 항콜린제의 3제 병합요법에 대한 임상연구들도 계속되고 있다. 머지않아 효과와 안전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환자별 맞춤치료가 가능해 질 것"이라 예상했다.

새로운 타입의 흡입제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한편 기관지 확장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에 더해 치료제 개발의 최근 흐름은 환자의 접근성과 순응도를 높인 1일 1회 투약, 즉 '올인원(all in onew)' 제품이 최선의 치료 옵션에 등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부분 업데이트된 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GOLD) 2015 가이드라인에는 신약들이 일부 이름을 올렸다. 효과와 안전성을 개선한 지속성 항콜린제(LAMA)와 각기 다른 계열 고정용량 복합제들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LAMA + LABA 복합제인 QVA149, ICS + LABA도 대표적인 예이다.

김 교수는 "인다카테롤과 글리코파이로늄을 섞은 QVA149는 하루 한 번 투약하는 약물로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최초의 3제 복합제도 개발이 한창"이라며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만큼 안전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국내임상들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COS, 공인된 컨센서스 '아직' 적극 치료도 효과 없다면 의심

최근 많이 거론되는 천식-COPD 중복증후군(Asthma-COPD Overlap Syndrome, ACOS)은 특히 성인 중증 천식에서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거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천식환자 대부분은 중증 천식으로 분류돼 진단과 치료가 이뤄졌지만 이러한 환자들에 폐기능 검사를 통해 비가역적 폐기능 손상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COPD가 동반된 ACOS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호흡기내과 Reynold A. Panettieri 교수는 'ACOS 새로운 접근'에 관해 ACOS가 공인된 개념이 아니다 보니 아직 정의와 임상적용을 놓고 일부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Panettieri 교수는 "실체는 인정하지만 ACOS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까지 충분치 않아 이를 따로 구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는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상적인 실체만큼은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 울산의대 이상도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교수도 ACOS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는 "ACOS는 천식 혹은 COPD를 단독으로 가진 환자보다 증상의 악화를 자주 경험했고, 삶의 질이 나빴으며 폐기능이 보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수순을 밟았다. 게다가 사망률을 높이는 동시에 입원율, 응급실 방문 빈도가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의 과도한 지출을 야기시킨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GOLD 2015 업데이트에 따르면 ACOS는 천식과 COPD의 다양한 임상적 특징을 공유하며 특히 40세 이상에서 뚜렷한 발생과 지속적인 기류제한을 나타낸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보고된 유병률은 15~55%로 그 격차가 큰데 이는 성별, 연령대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설명. 또한 현재 천식과 COPD로 진단된 환자 가운데 15~20%가 ACOS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 간과할 수 없다.

ACOS의 치료와 관련 이 교수는 "GOL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ICS(증상수준에 따라 저~중용량 사용)에 LABA의 병용이나 추가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해당 환자에서 천식 증상이 관찰된다면 반드시 ICS를 뺀 LABA의 단독사용은 금기이며 COPD 소견이 관찰되면 기관지 확장제 병용치료를 고려하지만 ICS 단독치료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적극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ACOS로 의심하고, 폐기능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전략을 달리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개원가에서 폐기능검사가 어렵다는 국내의 의료환경에 한계점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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