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 '가다실9', 5개 혈청형 추가로 예방률 97% 달성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이 5가지 혈청형을 추가하며 보다 강력해졌다.

아직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되지 않은 10대 초반에 접종이 이뤄진다면 여성들 사이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은 자궁경부암의 근본적인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Jack Cuzick 교수팀(퀸메리대학)은 NEJM (2015;372:711-723)에 발표된 최신 연구논문을 통해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HPV 9가백신 '가다실9'을 1만 4000여 명의 여성에게 접종한 결과 97%에서 HPV 31, 33, 45, 52, 58 혈청형에 의한 고위험 자궁경부, 외음부, 질 질환 예방 효과를 보였다"며 "70%에 머물렀던 자궁경부암 예방률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새로운 백신은 기존 가다실에 의해 보장됐던 HPV 6, 11, 16, 18의 4가지 혈청형 외에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약 20%를 차지하는 HPV 31, 33, 45, 52, 58 혈청형 5가지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 표. 자궁경부암 백신 종류
HPV 6, 11, 16, 18 혈청형에 대해 4가백신과 유사한 수준의 항체반응을 보이는 것은 물론, 그 외 5가지 혈청형에서 유발되는 질환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9~26세 여성과 9~15세 남성에 대한 가다실9의 사용을 승인하기도 했다.


9가백신 접종군서 항체반응률 97% 입증

Cuzick 교수팀은 16~26세 여성 1만 4215명을 4가백신 또는 9가백신군으로 나눠 0개월, 2개월, 6개월 시점 총 3회에 걸쳐 접종을 실시한 후 유효성과 면역원성을 비교했다.

환자 혈청으로 항체반응을 분석했고, 음순, 외음부, 회음부, 항문 주위, 자궁경부, 자궁경질부 도말을 통해 HPV DNA 검사와 정기적인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시행했다. 생검을 통해 채취한 조직 또는 환상투열요법(LEEP)을 포함한 근치적 치료의 일부로 HPV를 확인했다.

보정 후 ITT(Intention-To-Treat) 분석 결과 HPV 유형에 관계 없이 고위험 자궁경부, 외음부 및 질 질환은 4가백신과 9가백신 접종군 모두에서 연간 1000명당 14건이 발생했다.

PP(Per-Protocol) 분석에서는 HPV 31, 33, 45, 52, 58 혈청형과 관련된 고위험 자궁경부, 외음부, 질 질환 발생률이 9가백신군에서 연간 1000명당 0.1건, 4가백신군에서 1.6건으로 확인돼 5가지의 추가 혈청형에 대한 96.7%의 예방률을 보였다(95% CI, 80.9-99.8).

또한 HPV 6, 11, 16, 18의 4개 혈청형과 관련된 질병 발생률이 두 군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항체반응에 있어서도 비열등함을 증명했다.

흔한 이상반응은 접종부위 통증을 비롯 종창, 발적, 두통 등으로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대부분 경증~중등도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접종부위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이 9가백신군에서 4가백신군보다 다소 높긴 했지만 바이러스 유사입자 항원과 보강제 양이 더 많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라며 "기존 백신으로 커버되지 않았던 HPV 31, 33, 45, 52, 58 혈청형까지도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백신 효과는 충분…접종률 개선이 관건

이번 발표를 두고 미국에서는 가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HPV에 노출되기 전 10대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광범위하게 접종이 이뤄질 경우 자궁경부암 및 자궁경부이형증의 발생 자체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실질적인 발생률 감소로 이어지려면 접종률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Anne Schuchat 박사는 관련 사설(NEJM 2015; 372:775-776)을 통해 "HPV와 관련된 암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관건은 젊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앨라배마대학교 Warner Huh 교수(부인종양학과)도 백신의 효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Huh 교수는 "HPV의 90%를 예방할 수 있는 2세대 백신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적절히 활용한다면 문자 그대로 자궁경부암을 뿌리 뽑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13~17세 시기에 HPV 백신 1차접종을 맞는 비율은 57%에 불과하다. 10~12세 때부터 접종을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연세의대 김재훈 교수ⓒ메디칼업저버 고민수

현재 출시 중인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GSK의 2가백신 서바릭스와 MSD의 4가백신 가다실 2종 뿐. 아직까지 9가백식의 구체적인 국내 도입시기는 예정된 바가 없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재훈 부인종양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은 "기존 2가, 4가백신이 HPV의 70% 정도를 커버하는 데 비해 9가백신은 97%의 항체반응률을 나타냈다"면서 "이론적으로만 따져본다면 9가백신의 예방 효과가 월등히 뛰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면 10대 청소년들에게 9가백신으로 대체 투여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가격대는 기존 백신과 비슷하거나 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백신접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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