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질환 치료법 개발의 뇌과학적 기반 제시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회로의 발견으로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김태 교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 교수가 하버드의대 정신과 로버트 맥컬리 교수 연구팀과 함께 기저전뇌(basal forebrain) 영역의 특정 신경세포가 대뇌피질(cerebral cortex)과 직접 연결돼 인지기능 조절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원거리에서 대뇌피질의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특정 유형의 신경세포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간의 뇌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4분의 1이 대뇌피질에 분포하고 있다. 대뇌피질은 감각으로부터 오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억제되는 현상, 즉 동기화(synchronization)가 필수적이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순간 뇌파에서는 초당 40회 정도의 진동이 동기화돼 나타나는데 이를 감마파 진동(gamma band oscillations)이라고 한다.

김태 교수팀이 대뇌 감마파 진동이 기저전뇌 영역의 파브알부민(parvalbumin) 신경세포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이는 감마파 진동이 감소되는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표적을 제안하는 뇌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감마파 진동은 각성 시 증가하고 수면 시 감소하는데, 졸린 상태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기저전뇌 파브알부민 신경세포들이 각성상태를 유지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 세포들을 활성화시킴으로써 특수 상황에서 졸음을 줄이고 각성도를 높이며,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식물상태와 같은 의식장애의 호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는 최첨단 뇌과학 연구기술이 도입됐다.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특정 부위, 특정 유형의 신경세포에만 이 특수 단백질을 발현시킨 후, 목표 부위에 빛을 비추어 세포를 1000분의 1초 단위로 정밀하게 활성화 또는 억제시킬 수 있다.

김태 교수는 "대뇌피질의 감마파 진동을 조절하는 두뇌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정신과 질환을 초래한다" 며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회로의 발견으로 조현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IF 9.809) 3월 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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