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로 소소한 일상들을 모아 수필집을 냈습니다. 틈틈이 써온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숙희 산부인과의원 원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고려의대 1978년졸)이 최근 수필집 '풍경이 있는 진료실 이야기'(도서출판 지누)를 발간했다.

본지 객원 논설위원이기도한 김 원장은 관악구의사회장,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 대한의학회 홍보이사, 고려의대 교우회 부회장, 의사수필동호회 박달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산부인과 초짜 의사에서 의료계 리더층으로 변화한 인생의 굴곡을 진솔하게 담았다. 1990년 4월 신림역 인근 허름한 건물 2층에서 간호조무사 2명과 함께 입원실 5개와 수술실 등 분만 진료를 시작했던 것부터 보험 청구, 직원 관리, 시설 관리는 물론 입원환자 식단까지 직접 해던 일 들을 파노라마처럼 기술했다.

이 내용은 본지 신년호에도 간략히 정리해 게재된 것으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반향이 불러 일으켰다.

그는 개원 첫 달, 분만 3건과 부인과 개복 수술 2건이 전부였지만 용감하고 겁(?) 없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짧은 시간에 외래와 입원환자가 꾸준히 늘어 엉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빗지도 못했다.

개원 7~8년차에는 인근에 시설 좋고 진료비를 싸게 받는 산부인과들이 늘어나 환자들이 줄었고, 이 때쯤 출혈이 심한 임산부의 야간 분만 후 처치를 하면서 자신의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끼자 야간 분만을 포기하고 입원실도 폐쇄했다. 이후 외래진료만 하고 있다.

묵묵히 환자만 보던 한 민초의사가 의료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것은 IMF와 의약분업 사태였다. 경제 불황과 의약분업이라는 큰 변화는 의사들을 진료실 밖으로 나오게 했고 김 원장도 투쟁에 참여했다.

이 때부터 의사단체 일에 적극 참여하게 됐면서 진료는 소홀해 졌다. 그는 23년을 한 지역에서 진료를 하니 환자들도 내 나이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고 웃었다.

몸이 아파 휴진을 한 적도 없었지만 병원을 키우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렇지만 그릇 크기가 그 정도라는 생각에 후회는 없다.

김 원장은 서문에서 "지난 10여 년간 써온 글들을 정리해 진료실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의료정책이나 의료계 흐름에 대한 시론, 날카로운 비평의 글이 아닌 다소 부드럽고 그저 담담한 삶의 이야기로 생각을 정리하고 삶의 향기를 되새겨 보는 기회도 됐다"고 밝혔다.

'풍경이 있는 진료실'은 산부인과 진료실,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위하여, 의사로서 37년, 의사가 진단하는 의료와 사회, 여행일기, 나의 삶·나의 가족 등 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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