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

 

고혈당으로 인한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을 막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핵심이다. 특히 심장·뇌혈관질환으로 대표되는 대혈관합병증은 당뇨병 환자 사망원인의 주를 이루고 있어, 이를 막는 것이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혈당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이자 치료타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일련의 연구들은 미세혈관합병증과 달리 혈당조절을 통한 대혈관합병증 예방과 관련해서는 일관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항당뇨병제들이 유의한 혈당강하 효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혈당이라는 지표(marker)의 개선이 환자의 예후(outcome)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답을 제시해야 하는 도전과제다. 이는 혈압이나 지질조절을 통해 심혈관 환자의 예후가 좋아진다는 연구들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에서 제기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부작용 이슈로 인해, 심혈관질환 예방에 기여해야 할 혈당조절 신치료제가 심혈관 안전성부터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심혈관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혈당조절 전략과 심혈관 안전성·유효성의 아이러니에 대해 “그간의 임상경험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생물학적 근거, 임상연구, 환자사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초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예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부작용 위험과 관련해서는 “DPP-4 억제제를 검증한 SAVOR-TIMI 53 등 최근의 연구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며 “환자특성과 약물작용 기전을 고려한 임상의들의 의술(醫術, art of medicine)이 펼쳐진다면, 지엽적인 부작용 위험을 극복하고 심혈관 혜택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예방의 연관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생물학적으로 보면, 혈당이 높을 경우 체내 단백질이 당화(glycation)된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다. 이렇게 되면 단백질의 기능이 상실돼 세포나 조직 및 기관의 기능장애가 유발된다. 이러한 문제가 혈관에 누적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죽상경화증이 야기되고 최종적으로는 심장이나 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혈당을 정상화시키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과정의 출발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당 - 죽상경화증 -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초기단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혈당조절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대한 임상근거는 어느 정도인가?
과거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미세혈관합병증을 예방할 수는 있었으나,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 대혈관합병증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심혈관질환 예방 측면에서 혈압이나 지질 등 다른 위험인자들은 조절하면 이득을 볼 수 있는데, 이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이상이나 고혈압이 동반되는 만큼, 혈당도 중요하지만 지질이나 혈압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학계의 컨센서스였다.

하지만 UKPDS 연구에서 심혈관 임상결과, 즉 아웃컴(outcome)을 10년 넘게 장기적으로 관찰해 보니 당뇨병 발생시점부터 일찍이 혈당을 잘 다스려 두면 장기적으로 대혈관합병증 예방까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초기의 적극적인 혈당치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당뇨병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를 ‘legacy effct’ 또는 ‘metabolic memory’라 부른다.

- 고혈당이 대표적인 심혈관 위험인자임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임상근거가 많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닌지?
혈당관리를 철저하게 했을 때 심혈관 아웃컴이 호전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단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뒤따른다. 당뇨병 초기에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는(뒤늦게 혈당조절에 임했을 경우)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 예방효과를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뇨병 이환기간이 오래됐다는 것은 죽상경화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혈당조절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시간에 상황을 역전시키기가 힘들다. 죽상경화증 진행의 결과인 경화반 파열과 이로 인한 혈전이 심장과 뇌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아웃컴을 돌이키기에는 많이 늦었다는 것이다.

반면 당뇨병 초기단계에서 정상인 수준에 가깝게 혈당을 조절할 경우, 죽상경화증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과거의 임상연구나 치료들은 당뇨병이 상당히 진행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상태에서 혈당조절에 적극 임했기 때문에 대혈관합병증 예방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엄격한 혈당관리에 동반되는 저혈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 장기적으로 치료·관찰하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인가?
대부분의 연구들이 당뇨병 이환기간이 오래된 고위험군 환자에게 뒤늦게 적극적인 혈당치료를 적용한 후 단기간인 2~3년 안팎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이미 죽상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극적인 혈당치료 당시에 막 시작되는 뒤늦은 죽상경화증은 진행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아웃컴에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한다면, 5~10년 넘게 장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면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과거의 연구와 치료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그동안 철저한 혈당관리의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장기간 당뇨병에 이환된 환자에서 단기간에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 아웃컴을 개선하기는 힘들다. 이러한 환자들에서 적극적인 혈당조절로 단기간에 미세혈관합병증의 개선은 기대할 수 있지만, 너무 엄격하게 공격적으로 치료할 경우 저혈당 원인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중요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 개선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조기 인터벤션 쪽으로 가져가야 한다. 합병증이 없고 심혈관 저위험군이라면 조기에 집중적인 혈당조절을 통해서 정상인과 비슷한 예후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 ACCORD 연구에서는 집중 혈당강하 전략이 역설적으로 심혈관 사망위험을 증가시켰는데, 혈당치료에 따른 심혈관 부작용 위험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 연구는 혈당조절 전략 중에서 강력한 집중요법과 느슨한 표준요법을 비교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공격적인 혈당강하 전략이 합병증을 줄이는 데 좋을 것이라는 생각만 있었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개념은 확립돼 있지 않았다. 순응도가 좋지 않은 심혈관 고위험군의 당뇨병 환자들에게 엄격한 치료를 적용하면 혈당이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 즉, 강력한 방법으로 무리하게 낮추면 저혈당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ACCORD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고스란히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미 당뇨병을 오래 앓은 장기이환 환자, 즉 죽상경화증이 진행돼 있는 고연령대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집중 혈당조절을 해서 단기간에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우려된다. ACCORD의 경우, 당뇨병 초기단계이거나 치료 순응도가 좋은 환자들에서는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나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특성(patients factors)이다. 치료 순응도가 좋고 초기단계의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집중 혈당조절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고령에 합병증이 있는 장기이환 환자에서는 집중 혈당조절로도 죽상경화증 진행을 돌이키기가 힘들 뿐 아니라 저혈당 등 부작용 위험이 있으니 점진적으로 강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 일부에서 보고되는 심부전 위험은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나?
티아졸리딘디온계(TZD)를 예로 들면, 혈당조절 이외에 항죽상경화나 항혈전 효과 등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당뇨병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다만 체액저류에 의한 심부전 위험이 고려돼야 하는데, 이 또한 약물기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심기능이 정상인 환자에서는 TZD를 투여할 경우 호흡곤란이 발생했다고 한다면, 체중·체액 증가에 의한 것이지 심부전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포태슘채널 차단제를 병용하면 체중·체액 증가에 의한 호흡곤란은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좌심실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서 체액저류가 겹치면 심부전이 발생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혈관질환이 심해서 이를 개선시키고자 한다면 TZD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스피로노락톤과 같은 약물을 함께 처방해 줘야 한다. 왜냐하면 체액저류의 위험을 경감시키고 항죽상경화 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에서 보이는 관동맥 석회화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약물이 바로 TZD이다. 혈관벽의 석회화를 주도하는 osteoblast(造骨細胞)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 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에 대한 보고만 믿고 어떤 약물은 쓰지 말자는 식의 획일적인 평가는 문제가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약물기전을 통해 명확히 이해한다면,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한 약물을 사용해 예후를 최선화 할 수 있다. 때문에 의술이 필요하다. 의사들이 약제의 다양한 활동기전을 이해하고 환자에 따라 미세한 맞춤치료를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최근 진행 또는 발표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로시글리타존 이슈 이후 미국 규제당국의 요구로 혈당강하제들이 미국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위해서는 심혈관 안전성을 증명해야 했는데, 그 첫 타자가 바로 DPP-4 억제제였다. 이 중 가장 먼저 최종결과를 발표한 것이 삭사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한 SAVOR-TIMI 53 연구였다. 알로글립틴을 검증한 EXAMINE 연구에 비해 샘플사이즈가 1만명 이상으로 대규모인데다, 관찰기간도 2년으로 더 길게 봤다. 결과는 심혈관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허혈성 뇌졸중으로 대변되는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심혈관 안전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는 도장을 받았다.

- 비열등성 입증을 통해 심혈관 안전성만 증명해도 되는데 우수성까지 도전해 유효성 또한 검증코자 했다. 삭사글립틴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간의 임상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삭사글립틴이 대조군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사건 빈도를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시사됐다. 이전의 연구들로부터 심혈관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던져진 것이다. 때문에 안전성은 물론 유효성까지도 입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SAVOR 연구를 추진한 것으로 본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DPP-4 억제제가 심혈관계를 보호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즉, DPP-4는 인크레틴 이외에도 여러 펩타이드를 분해하는데 이 가운데 SDF-1도 분해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DF-1은 근육세포 혹은 내피세포에서 분비되는데, 허혈조직에서 혈관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실험에서도 DPP-4 억제제를 투여하면 SDF-1이 분해되지 않고 누적된다. 이를 통해 DPP-4 억제제가 심장근육의 손상을 차단하고 심장기능을 공고히 해 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SAVOR-TIMI 53 연구를 장기적으로 관찰하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는지?
이번 발표는 2년간의 성적이었다. 이 기간 동안 삭사글립틴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당화혈색소(A1C)가 0.3% 더 낮게 유지됐다. 이렇게 혈당이 낮게 유지되면 예후가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계속 관찰한다면 삭사글립틴군이 유리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 심부전 관련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건수가 통계적으로 높았다. 이전 임상연구들의 종합분석에서는 이러한 시그널이 없었다. 동물실험에서도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었다. 따라서 예상 외의 결과인데, 심부전 결과가 우연인지 내재된 기전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앞으로 삭사글립틴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라는 엔드포인트(종료점)의 판단기준이 다소 주관적이라는 것은 지적하고 싶다. 심부전의 객관적 지표라 할 수 있는 NTproBNP에 따른 입원율을 분석했을 때는 이 수치가 높은 군에서만 삭사글립틴이 입원빈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그것도 NTproBNP 수치가 높아서 울혈이 발생한 사람에서 사망과 같은 하드 엔드포인트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 엔드포인트인 입원율이 높았던 것이다. 따라서 심부전이 있어서 BNP 수치가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는 DPP-4 억제제의 투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나, 심부전이 없는 평범한 당뇨병 환자에서는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