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석 한양의대 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 한양의대 노영석 학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사무실에서 만난 한양의대 노영석 학장의 얼굴은 웃음이 그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실시됐던 의사국가고시에서 합격률 98%라는 성적표와 의과대학평가인증에서도 6년 인증이라는 두둑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양의대 국시 합격률은 최근 몇 년간 상승곡선을 기록해 지난해 98.4%(재학생 100%)를 기록했다. 올해도 실기시험에서 아깝게 두 명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노 학장은 학구적인 학교 분위기와 학생들의 끈끈한 의리, 그리고 임상술기센터(MESH) 등과 같은 시스템에서 한양의대의 저력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우리 의대는 공부하는 분위기가 잘 돼 있는 학교로 꼽힌다. 특히 도서관에 개개인의 책상이 정해져 있어 학생들이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공부할 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기적이라는 평판을 받는 요즘 학생들답지 않게 친구를 챙기고 함께 가려 하는 마음에 관해서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다른 학생에 비해 성적이 나쁜 학생이 있어 유급을 시켜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학생의 동기들이 찾아와 자신들이 책임지고 함께 공부하겠다고 제안해 마음이 흐뭇했다"며 "동기생들이 그 학생과 합숙을 하며 함께 공부하더니 결국 함께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했다"며 웃는다.

‘임상술기센터’ 실력 있는 학생 키우는 토양으로

지난 2012년 개관한 임상술기센터는 실력 있는 한양의대 학생들을 키워내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시에 실기시험이 도입된 후 더욱 부러워하는 의대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임상술기센터는 PBL 15실, TBL실, 시뮬레이션실, 스킬랩 3실, 학생 및 SP대기실, 디브리핑 2실 등 학생들이 단순 술기를 비롯한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내 역할은 어려운 일 해결해 주는 것"

몇 년 전 의대 내부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학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게 된 당시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는데 그는 쿨하게 당시 기억을 떠올린다.

"제안을 받을 당시 외국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조금 당황하긴 했다. 나는 보직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아내도 학장을 하지 않길 바래 ‘나도 거부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학회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니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빨리 의대를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이 시급했다"

학장으로 취임한 후 그는 학교의 보여주기식 행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전시행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비용과 시간을 그렇게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그가 집중한 것은 학생이나 교수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었다. 그는 "예과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기 위해 햄버거와 콜라를 사면서, 그들이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며 "교수들에게도 학장이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기보다는 먼저 배려하고, 교수들의 힘든 점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또 "의대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다. 이들이 자부심을 품고 일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주고 싶다. 교수 연구비 등 그동안 잘못 운영되던 것을 바로 잡아 교수들이 권익을 되찾는 방향으로 수정했다"며 "학장 취임 이후 나의 역할을 의대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나, 본부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전달자 역할로 자기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임기는 오는 2016년 7월까지다. 하지만 그는 남아 있는 임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단지 임기를 채우기 위해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그는 "의대 교수들이 250명이다. 이들을 모두 만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잘해서 칭찬받기보다는 교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게 내 목표다. 폼 잡기보다는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며 "그동안 임상과 기초가 서로 협력하지 못해 제대로 된 성과물을 낼 수 없었던 문제점을 풀어주려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BIOMEDICAL 센터 건립 위해 최선을”

한양대병원이 그동안 다른 병원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병원이 발전하지 못해 그 결과로 연구도 침체되는 등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로 그가 선택한 것이 BIOMEDICAL센터 건립이다. 오래전부터 시도됐지만 여러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그는 "한양대는 뛰어난 공대와 의대를 갖고 있다. 흔치 않은 좋은 조건이다. 이를 통해 융합연구나 임상연구 등이 활발해져야 한양대병원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다"며 "BIOMEDICAL센터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올해 하반기에 시작하려 한다. 이번에 연기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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