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협회장이 투쟁의 구심점 되야" vs "차기회장 선거전에 이용될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규제 기요틴 저지 비대위 구성 등 현안에 관해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규제 기요틴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비대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문제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의협을 구심점으로 해 투쟁의 동력을 모아나가기 위해서는 의협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대의원회 임시총회에서 의협회장과 16개 시도의사회장이 참여하는 비대위 구성이 의결됐다"면서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원격의료 비대위원 선임 기준을 준용해 지역과 각 직역 추천위원 30여명에, 임총에서 결의한 대로 회장과 16개 시도의사회장을 포함시켜 조만간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2월 7일 첫 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 선임의 건, 향후 투쟁방향 정립의 건 등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라는 큰 방향을 잡혀있는 상태로, 관심사는 비대위를 누가 이끌어갈지로 모여지고 있다.

일단 의협 집행부 측은 추 회장의 비대위원장 겸임 쪽으로 힘을 싣는 분위기다.

추무진 회장은 "작년 3월 열렸던 임총에서는 대의원들이 회장을 제외한 구성을 의결한 바 있다"며 "이번 임총에서 회장을 포함하는 비대위 구성을 의결한 것은, 저를 포함한 집행부가 힘을 모아 모든 지역, 직역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규제 기요틴 저지라는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협회장이 투쟁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추 회장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비대위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구조적으로 회장이 모든 회무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참여하는 사람 모두 이를 염두에 두고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뒀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 회장의 차기의협 회장 선거 출마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투쟁을 끌어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의협 좌훈정 감사는 지난 임총에서 "원칙적으로 비대위원장은 회장이 맡는 자리가 아니다. 집행부와 비대위가 서로 공조해 투쟁을 이끌어나는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좌 감사는 사실상 추 회장을 겨냥, "비대위원장은 회장 선거에 출마할 사람이 아닌 정치적 성향을 배제한 사람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실제 의협 투쟁의 역사에서 현직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회장과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쟁에 따른 신변의 위협이 발생할 경우, 비대위원장과 협회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돼 협회의 정상적인 회무마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추 회장은 "차기회장 선거로 인해 비대위 구성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서 "제가 임기 맡은 동안은 원격의료 규제 기요틴 저지를 위한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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