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및 혈압조절에 관한 연구 하나가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주인공은 ADVANCE-ON 연구로, 혈당에 이어 혈압에서도 초기의 적극적인 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심혈관 원인 사망 및 전체 사망률의 개선을 담보할 수 있다는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의 가능성이 시사돼 현장의 큰 호응과 함께 열띤 논의를 이끌었다.

ADVANCE-ON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었던 ADVANCE 연구의 생존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확대관찰한 결과 초기의 임상혜택이 계속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조절 환자에서도 본래의 미세혈관 합병증 개선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초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을 통해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당뇨병 환자에서의 레거시효과가 혈압치료에서도 확인된 것 아니냐며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심혈관 혜택을 지지했다.

고려의대 박창규(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김신곤(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부터 ADVANCE-ON 연구가 전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및 혈압조절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시 항고혈압제의 선택은?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는 일반적으로 5가지 계열 약제(이뇨제, ACEI, ARB, 칼슘길항제, 베타차단제)가 모두 권고된다. 다만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개선하는 기전으로 인해 ACEI 등의 RAAS 차단제가 우선 권고될 수 있다. 베타차단제나 이뇨제는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으로 당뇨병 환자에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 UKPDS 연구를 통해 정립된 혈당조절의 레거시효과가 혈압조절에서도 확인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이번 연구만 놓고 본다면, 혈압조절에도 레거시효과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UKPDS의 혈압조절 그룹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 연구만을 놓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좀 이른 감이 있다. 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일관된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 이러한 혜택이 특정 계열 항고혈압제 특성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나?
고혈압의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혈압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약제특성보다 혈압조절력, 즉 혈압강하에 의한 이득이 가장 크다. 하지만 약제의 특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민감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ACEI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ADVANCE 연구에는 혈압조절을 위해 페린도프릴과 인다파미드의 병용요법을 적용했는데, 구세대 베타차단제를 사용했다면 레거시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ADVANCE-ON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결론적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혈압을 잘 다스려 두면 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당뇨병 환자에서 철저한 혈압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이 혈당조절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이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치료다. 당뇨병 이환기간, 합병증 여부, 표적장기손상 등 환자의 특성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혈압조절의 강도를 유동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단백뇨 등 신장에 문제가 있다면 집중적인 혈압조절을 적용해도 좋을 것으로 본다.

 

ADVANCE-ON 연구에서 혈당 조절의 결과는?
ADVANCE 5년관찰에서는 신장병증을 21%(P=0.006) 감소시킨 것이 크게 기여해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집중조절) 그룹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요법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상대위험 14% ↓, P=0.01). ADVANCE-ON, 즉 10년관찰 시점에서는 집중조절군의 말기 신부전(ESRD)이 46%(P=0.007)까지 감소하면서, 신장 관련 임상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개선됐다.

- 혈압과 달리 대혈관합병증을 개선하지 못했는데.
혈압과 지질조절이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에 단기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면, 혈당조절은 미세혈관합병증에는 같은 이치이나 대혈관합병증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승부를 걸어야 한다. DCCT, UKPDS 연구와 대사기억(metabolic memory) 개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본 연구 10년에 더해 추가적인 10년까지, 총 20년 시점에서 대혈관합병증 혜택이 관찰됐다. 적어도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5년으로는 안되고, ADVANCE-ON의 10년도 부족하며, 20년 정도는 가야 한다. 이 것이 대사기억, 즉 레거시효과의 결과다.

- 설폰요소제가 기본요법으로 사용됐는데.
글리클라지드 요법을 통해 심혈관 및 사망 위험 없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설폰요소제의 혈당조절 효과와 안전성이 신약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 요법으로 사용된 글리클라지드는 신장병증으로 대변되는 미세혈관합병증을 장·단기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여기에 본 연구 5년에 더해 10년까지의 관찰에서 심혈관질환(대혈관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을 줄이지는 못했으나, 그렇다고 증가시키지도 않았다. 글리클라지드는 ADVANCE-ON 연구를 통해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심혈관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 혈당조절의 지속성도 읽을 수 있나?
ADVANCE에서는 5년관찰까지 글리클라지드 기반 요법(집중조절군)의 평균 A1C가 6.5%대로 표준조절군(7%대)과 비교해 0.7%의 차이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이러한 혈당강하 효과는 그 차이가 없어진 5년 추가관찰 시기까지도 미세혈관합병증을 줄이며 혜택을 지속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