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자필편지 쓰기' 효과...서울시·서울시내과, 접점 늘리기 운동으로 발전

"미국에서도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는 일이 있나요?"
"아니요."
"그러면 어떻게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하죠?"
"잘못된 의료정책이 추진되면 우리는 길거리로 나가는 대신 상·하원 의원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편지로 우리의 주장을 의회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죠."

지난해 있었던 미국의사협회(AMA) 차기 회장과의 이 짧은 대화가 '접점 늘리기' 운동의 모티브가 됐다. 부당한 의료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환자들에게도 그 내용을 직접 알리고 있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가 진행 중인 '자필 서명운동'과 '편지쓰기 운동'에 관한 얘기다.

'Just 2 minute...내 편이 되는 시간'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와 서울시의사회가 만든 노인정액제 개선을 위한 서명지. 서명 운동 한달여 만에 1500장이 넘는 서명지가 쌓였다.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와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노인정액제' 문제 해결을 위한 환자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노인정액제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A4 용지 한장으로 정리, 진료시 환자에게 설명하고 설명서 하단에 환자의 서명을 받는 방식이다.

의사회 차원에서 서명지 배포는 물론 '환자에게 설명하는 요령'을 담은 보이스 레코드 파일를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한달여 만에 벌써 1500부가 넘는 서명지가 쌓였다.

김종웅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은 "그간 의료계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환자와 직접 만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시지를 압축, 전달한 점도 주효했다. '정액제 상한구간이 14년째 동결돼 있다보니, 환자들의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정액구간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3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설명에서 서명까지 단 2분이면 충분하다고.

김 회장은 "개인별로 판단 기준이 다르다보니, 그간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면서 "환자 서명운동은 국민들에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창구이면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수단으로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편지쓰기' 운동 지속 확대...보건의료정책 결정 '참여'

▲김종웅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

덧붙여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해부터 AMA 방식을 차용한 '편지쓰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회원들이 직접 정부 게시판·신문고에 적는 방식이다.

환자 서명운동이 국민들을 겨냥한 것이라면, 편지쓰기 운동은 국회와 정부 등 정책 결정자들에게 의사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방법이다.

김종웅 회장은 "의료정책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올바른 의료제도를 만드는 일은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며 "편지쓰기 운동이 활성화된다면 정책 당국자들에게 의료계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 의료제도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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