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다수 의료기관은 사적기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은 '좋은 생태계 만들기 용' 주장

최근 정부에서 시행하는 보건의료정책 및 제도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의료 민영화' 또는 '의료 영리화'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제대 이기효 보건대학장(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11일 '민영화 덫에 걸린 한국의료'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미 90% 이상의 의료기관이 사적소유, 민간기관인데, 무엇을 민영화한다는 소리인지 의문"이라며 "정부정책과 제도는 보건의료생태계의 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 인제대 이기효 교수.

이 교수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주장과 달리 민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민영화라는 틀에 갇혀 의료 발전이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 더욱 문제"라며 "우리나라처럼 민간기관 위주로 된 곳에서 무엇을 민영화하고 영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리화에 대해서도 "기존에 공공 의료기관을 영리화시키는 것은 분명 반대지만, 사적기관인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 메디텔 허용, 경제자유구역 지구의 영리병원 허용 등이 왜 영리화라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미 모든 국공립병원들도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 정책을 보면 민영화 영리화 해당하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자꾸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정책을 살펴보지 않고 민영화, 영리화 범주에 집어넣어서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번 토론회 주제도 민영화를 '덫'이라고 표현하는 등 학자입장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렵게 설정해놨다"면서 "민영화나 영리화라는 단어로 '미국화'된다고 국민을 위협하는데, 우리나라 공보험 체계상, 의료제도와 민간의료기관 분포도상 그럴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의 노선은 분명했다. 그는 "단순히 보건의료논리만 가지고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에 대해 논할 수 없다"며 "이는 중요 인프라기도 하지만,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분야며, 90% 이상의 민간의료기관에서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기관을 공공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기관 생태계를 더 좋게 만들고, 그들끼리 더 경쟁하게 해서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하도록 하는 방향을 갖추지 않으면 그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 확충 한다고 하는 데 현재 체계 속에선 공공확장의 여지가 10%도 없다"며 "차라리 민간시스템 하에서 국민에서 효율적으로 서비스가 전달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보 보장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제시했다. 그는 "4대 중증질환 보장을 비롯해 정부는 차근차근 보장성 강화로 가고 있다"며 "하나의 프레임에 갇혀 정부 정책을 나쁘게 몰아가지 말고, 궁극적으로 민간기관의 경쟁력을 늘려 의료 공공성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자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정책과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의 목표는 모두 같다고 견지했다.

이 교수는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자원과 자본을 통해 주려는 본질적이 방향은 정부나 야당이나 모두 같다"면서 "이러한 의료계 발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토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달성하는냐는 수단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을 바라봐야 한다"며 "민간의료기관이 90% 이상인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 이 상황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끄덕'...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재반박'

 

이에 대해 정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보건의료노조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의료정책과장은 "많은 부분 논쟁이 있지만, 정부에서도 의료 공공성의 측면을 크게 본다"면서 "하지만 의료는 공공재는 아니다. 민간 의료기관이 대부분이므로 사유재로 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즉 의료 공공성 측면에서 환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당연히 제공해야 하나, 의원들 개개인 입장에서 수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정책이나 제도 역시 국민들의 의료 보장성을 늘려주고, 기본적인 의료를 충족할 수 있도록 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 의료기관들의 경쟁력 향상도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결국 민간기관이 잘 돼야 공공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시 되고 있는 메디텔이나 해외환자 유치, 신의료기술 원스톱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보장을 저해하고 공보험을 흔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재벌기업을 배불리는 정책으로 매도한다"며 "하지만 자세히 보면, 메디텔이나 해외환자 유치는 민간 기관들의 의료 기술과 실력이 좋아 파생되는 결과들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호해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원스톱서비스도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기술에 대해 도입시도를 조금 더 빨리 진행하려는 것 뿐"이라고 단언했다.

▲ 복지부 이형훈 과장.

결국 정부에서 시도하는 모든 보건의료정책들은 민간의료기관이나 제약사들의 규제를 풀어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건강보험 보장성을 흔드는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합병 허용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 과장은 "원격의료는 발전된 IT기술을 이용해 전국민 의료비 지출을 줄여보는 의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중증으로 가기 전 모니터링을 잘해서 건보 재정이 많이 쓰이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재벌 배불리기나 국민 의료비 폐해를 목적으로 하려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법인 합병은 "빅5, 수도권병원들에 치이는 지방, 중소병원들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이들이 병원 운영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대시키는 방법이 필요하고, 또 이렇게 돼야 서울로, 빅5로의 쏠림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 무상의료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 등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하면서 "정부 정책은 거꾸로다. 의료의 공공성과 사회복지 혜택의 향상을 토대로 추후 파생되는 이득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하는데, 정부는 처음부터 아예 의료를 경제성장의 밑거름, 투자활성화 도구로 접근해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악순환의 입장에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정책을 국회를 거쳐 논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도 없이 갑자기 한 두가지 시행규칙을 바꾸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며 "배후에 기재부와 대기업이 있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기술이나 임상시험 단계에서 삼성 등 대기업이 의료시장을 쥐고 흔들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처음 국고를 투자해 연구를 시행, 주도한 다음 중간 단계에서 대기업의 추가적 자본이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또 기업의 지원은 받되, 정부에서 과정에 대한 책임과 모니터링 등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도 "패널이 아니므로 논리적 비약 등에 대해 지적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요즘 느끼는 부분은 박근혜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정치는 청와대, 경제나 정책은 모두 기재부에서 결정해 새누리당이 힘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서 사회정책은 모두 경제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가고, 복지나 의료공공성에 대한 개념 자체가 소실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료영리화, 민영화 정책들에서 상당 부분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참여정부에서는 장관들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국정운영하고 뒷받침은 청와대가 했는데, 이제는 사실상 책임지는 장관 역할하는 곳은 기재부 뿐"이라며 동력을 잃은 복지부와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걱정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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