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ROVE-IT 연구, 타틴계 지질치료제 자존심 세웠다

잇단 실패로 논란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효과 입증, 끝"
새로운 가능성 제시…전문가들도 처방 옵션 늘어 환영

최근 미국심장협회(AHA 2014)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IMPROVE-IT 연구 성과를 계기로 에제티미브 효과에 대해 다시금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MPROVE-IT 연구에서 에제티미브는 고위험 심혈관 환자의 심혈관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비스타틴계로는 최초다.

지금까지 비스타틴 계열의 약물은 이를 입증하지 못해 하나같이 계륵(鷄肋)과 같이 치부돼 왔다는 점에서 에제티미브가 마지막 자존심을 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기록도 남겨질 전망이다. 최초의 대규모 스타틴 연구인 4S(1994년)가 나온 지 정확히 20년 만에 나온 것이고, 스타틴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아웃컴 연구로서는 마지막 연구로 기록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스타틴 연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이를 보상이라도 하는 듯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학계도 고무적인 반응이다.

대신 숙제도 남겨졌다. 어떤 환자에게 에제미티브를 추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그동안 진행돼왔던 에제티미브와 관련된 연구들과 이들 연구가 주는 의미를 다시 살펴봤다.

에제티미브, 2005년 국내 등장
지난 2005년 국내 선보인 에제티미브(제품명 이지트롤)는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막아주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기존의 스타틴 제제와 달리 음식물에 의한 식이성 콜레스테롤과 간에서 생성된 담즙성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소장에서 차단하는 콜레스테롤 흡수억제제로 기존 스타틴 제제와 함게 투여하면 저밀도콜레스테롤(LDL-C)을 간과 장에서 이중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던 약물이다.

임상에서 보여준 결과는 놀라웠다. 이 약물을 기존 스타틴에 추가하면 LDL-C를 최대 20%까지 추가로 낮출 수 있었다. 이 점은 고용량 스타틴을 투여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용량을 증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또다른 옵션이었다.

게다가 용량의존적으로 높아지는 스타틴의 대표적 이상반응인 근육병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은 충분했다. 결론적으로, 효과와 부작용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이상지질혈증 약물이었다.

ENHANCE·SEAS 연구로 효과 논란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은 추가로 나온 연구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에제티미브의 시련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ENHANCE (Ezetimibe and Simvastatin in Hypercholesterolemia Enhances Atherosclerosis Regression) 연구가 그것이다(2008년 8월 NEJM).

ENHANCE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를 투여했을 때 추가적인 LDL-C 감소가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를 관찰한 연구다.

총 720명이 참여했고 심바스타틴 80mg 단독군과 심바스타틴 80mg + 에제티미브 10mg 병용군으로 나눠 24개월 동안 무작위대조연구를 시행했는데, 주요 평가항목이었던 경동맥과 대퇴동맥의 내중막 두께(IMT)에서 변화가 없었다. 당시 LDL-C는 심바스타틴 단독군 대비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군에서 16.5%의 추가 감소를 보였는데(P<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관개선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 연구가 나오면서 에제티미브를 활용한 LDL-C의 추가적인 감소는 혈관(죽종)기능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고, 다만 죽상경화의 발생기전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한 메커니즘 때문에 LDL-C 하나만으로 죽상경화의 발생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으로 중화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같은 해 9월 SEAS(Simvastatin and Ezetimibe in Aortic Stenosis) 연구까지 나오면서 에제티미브의 효과 논란은 절정을 맞았다(2008년 9월 NEJM).

이 연구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서 심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이용한 고강도지질강하요법의 혜택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다. 이른바 초고위험군 환자에서의 강력한 LDL-C 강하가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얻기 위함이었다.

총 1873명을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40mg + 에제티미브 10mg 병용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각군의 주요심혈관사건을 관찰했는데 두 군 간의 차이는 없었다.

평균 52.2개월의 추적관찰기간 동안 1차 종료점 발생률은 심바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군 333명(35.3%)에서 발생했고 위약군 355명(38.2%)에서 발생해 병용군에서 위약군 대비 4%의 감소 혜택을 보였다(HR 0.96; 95% CI, 0.83-1.12; P=0.59). 연구기간 중 대동맥판막치환술은 병용군 267명(28.3%)과 위약군 278명(29.9%)이 시행받았다(HR, 1.00; 95% CI, 0.84 to 1.18; P=0.97).

다만 허혈성 심혈관사건은 위약군 대비 병용군에서 22% 감소했는데(HR 0.78; 95% CI, 0.63-0.97; P=0.02), 이마저도 당시 연구팀이 CABG를 시행받은 환자수가 더 적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실패한 연구로 기록됐다.

설상가상으로 암발생 논란도 불거졌다. 이 연구에서 암발생건수가 병용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105명과 70명으로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병용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더 빈번하게 발병한 것으로 나오면서(P=0.01)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대해 보스턴 소재의 더프츠 메디컬 센터의 알라위 A. 알쉐이칼리 박사와 리처드 H. 캐러스 박사가 미국에서 3년 8개월(2004년 7월부터 2008년 3월까지)간 미 FDA에 올라온 보고를 모두 분석한 시판 후 분석 결과를 냈고, 이 결과가 이듬해인 2009년 2월 임상지질학저널(Journal of Clinical Lipidology)에 실리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연구 결과는 주요 스타틴별 100만 처방건당 암 관련 이상 반응은 바이토린이 1.3회로 가장 낮았고, 에제티미브 2.9회, 로수바스타틴 3.1회, 아토르바스타틴 4.7회, 심바스타틴 5.1회로 각각 나타났다.

SHARP 연구로 기사회생
효과 논란과 암발생으로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SHARP(Study of Heart and Renal Protection) 연구다. 이 연구는 만성신질환자에서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LDL-C 감소 효과를 본 연구인데 이마저 실패하면 사실상 에제티미브의 운명이 결정되는 상태였다(Lancet 2011;377:2181-92).

결과는 성공. 만성신질환자 9270명을 대상으로 심바스타틴 20mg + 에제티미브 10mg 병용요법군과 위약군을 비교했는데 평균 4.9년의 추적관찰기간 동안 주요 죽상동맥경화사건은 병용군 526명(11.3%), 위약군 619명(13.4%)으로 결과적으로 17% 예방효과가 나왔다(RR 0.83, 95% CI 0.74-0.94; P=0.0021).

세부적으로 비출혈성 뇌졸중을 25%, 혈관 재성형술을 21%, 관상동맥혈관 재성형술은 27%까지 예방 효과가 있었다.

당시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는 SHARP 연구 참여자들이 LDL-C가 100~110mg/dL이며, 크레아티닌 수치 남성 ≥1.7mg/dL, 여성 ≥1.5mg/dL이고, 평균 연령 62세인 환자들로 대상자 조건이 매우 단순해 진료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환자라며 임상확대를 전망했다.

그는 "이들은 관상동맥성형술을 받지 않았고, 당뇨병이 없다면 스타틴 및 심바스타인/에제티미브를 투여하지 않을 대상자들인데 이들에게 심혈관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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