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활성화로 근본적 치료 가능, 주1회 한번 주사 48주 표준치료

▲ 순천향의대 김상균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페그인터페론 알파-2a는 e항원(HBeAg) 양성인 만성 B형 간염 환자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받아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복약 편의성을 강조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등장하면서 표준치료제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장점은 극명하다. 페그인터페론은 정해진 치료기간(12개월) 내성 없이 지속적으로 e항원 및 s항원의 혈청 전환율을 더 높이는 장점이 있다.

반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유전자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가지며 경구 투여로 복약 순응도를 높였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과 함께 내성의 발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해당 환자를 대상으로 아직 이들 치료법의 선택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 개별적인 맞춤형 치료 방안에 대해 순천향의대 소화기내과 김상균 교수(부천병원)를 만나 견해를 들었다.

Q. 만성 B형 간염에서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은?
B형 간염은 면역질환이다. 여러 기전이 관여하는데 문제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표면항원이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면역체계를 저하시켜 결국 면역계의 피로현상(inertia)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어떻게 극복해 내는지가 치료의 관건이다. 여기서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체내 인터페론의 역할이 부각된다. 인터페론이 저하된 사람에서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능력이 그만큼 감소한 경우가 많다.

Q. 이와 관련 해당 환자에서 B형 간염 표면항원(HBsAg)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는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경우 HBsAg의 수치는 약제 중단 여부의 기준이 된다. HBsAg가 적게 나와야 재발의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페론에서의 HBsAg의 의미는 좀 더 크다. 인터페론 치료에서는 기저점과 12, 24, 48주 치료 종결 후 총 4번 HBsAg 수치를 측정하게 돼 있는데 이는 이 수치가 인터페론의 효과나 약제 조기 중단 시점과 관련해 중요한 마커가 되기 때문이다.

Q. 표준치료인 페그인터페론 병용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

▲ 순천향의대 김상균 교수
치료법은 접근부터가 다르다. 경구용 항바이러스 제제는 면역계의 활성화 보다 바이러스를 박멸하고 억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약제를 끊으면 바이러스가 다시 검출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페그인터페론 치료는 바이러스의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바탕으로 면역체계의 활성화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치료라고 볼 수 있다.

만성 B형 간염의 1차 치료 목표는 바이러스 활동 중단을 의미하는 HBeAg의 음성 전환에 있다. HBeAg 양성인 기존 페그인터페론 치료 환자의 30% 이상에서는 음성 전환 소견을 보이며, 이들의 약 10%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완전히 소실된 것을 의미하는 HBsAg 음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유로 페그인터페론 요법을 B형 간염 환자에서 완치의 목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치료 전략으로 '장기간 바이러스 억제 vs 단기간 치료 종결' 어디에 무게가 실리나?
새로 개발된 페그인터페론은 긴 반감기를 갖고 있어 1주일에 단 한번 주사를 맞아도 효과가 일주일간 지속된다. 현재 48주가 표준치료지만 개인적으로는 기간을 더 늘려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페그인터페론 기반 치료가 1년의 치료기간을 가지는 것과 달리 평생을 먹어야 하는 대부분의 새로운 경구용 항바이러스 제제들도 약점이 있다.

첫째 장기간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최근 도입된 신약들은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지만 다양한 부작용들이 생길 여지가 있다. 가령 최근에 도입된 테노포비르만 보더라도 신장질환, 골밀도(BMD)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엔테카비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처음 엔테카비르가 승인을 받았을 때는 발암 가능성과 관련해 조건부 허가였으며, 클레부딘은 투약 후 근 손상을 가져와 대부분의 환자에서 부작용을 일으켰다.

둘째는 내성문제다. 어떠한 약물이든 내성 발생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는 없다.

끝으로 20~30대의 젊은 연령대가 B형 간염을 진단받게 되면 과연 이들에 경구용 약제를 평생 써야 하는가에 고민이 따른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과도한 의료비의 투입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페그인터페론 치료가 1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1년 치료 후 치료 결과 예측이 가능해 환자 반응에 따라 맞춤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그래서 부각되는 것이다.

Q. 서양인과 비교해 한국인에서 페그인터페론 투약에 따른 이상반응은 어떤가
페그인터페론 투약으로 흔히 야기되는 이상반응을 부작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와 싸우다 사멸하면서 좋아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빈혈이나 혈소판의 감소 등은 부작용 가운데 하나지만 극복 못할 문제까지는 아니다. 이로 인해 페그인터페론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나? 관리가 가능하고 충분히 장점이 많은 치료제이기에 이상반응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Q.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vs 페그인터페론 병용 요법, 맞춤 치료 전략에 대한 견해는?
전체 환자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20~40대의 간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은 젊은 환자에서는 페그인터페론 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외 나이가 많은 50~60대의 간질환이 진행된 환자에서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게 효과가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30세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간 수치가 많이 증가한 상태에서 내원을 했다면 페그인터페론 치료를 먼저 고려한다.

임신을 앞두고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경우 굉장히 오랜 기간 투약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고, 치료 전 간 수치가 많이 올라간 사람에서는 인터페론 치료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환자에서는 간섬유화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인터페론의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50대의 남성이 간섬유화가 증가돼 있고 HBeAg이 음성이라고 할 경우 엔테카비르 또는 테노포비르 등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추천할 수 있다. 단 해당 환자에서는 신장 문제나 골밀도 감소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고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Q. 올해 유럽간학회(EASL)에서 엔테카비르에 인터페론을 추가하면 부가적인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써서 바이러스의 농도를 떨어뜨리면 면역체계가 일부 활성화되는 시점이 있다. 대개 한 달 후 간 수치가 상승하는 시기에 인터페론을 투약하면 부가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 아래 연구가 시작됐다.

항바이러스제를 짧은 기간 사용하고 인터페론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대했던 치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온 상태는 아니다. 생각만큼 높은 효과는 아니었지만 분석을 마무리한 후 최종 결과는 내년 유럽간학회에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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